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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칼럼] 에펠탑 앞에서김영애(수필가. 시조시인. 본지논설위원)
  • 영주시민신문
  • 승인 2018.11.16 14:19
  • 호수 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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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중심은 유럽이고 유럽의 중심은 프랑스이며, 프랑스의 중심은 파리이고 파리는 에펠탑과 개선문이 대표한다. 라고 말한다면 하자(瑕疵)가 없는 말이 되는지 모르겠다. 아마 이태리가 수긍할 수 없다고 로마를 들고 나오면서 반론을 펼지도 모른다. 그러거나 말거나 파리는 세계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도시이고 그 가운데서도 한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도시라고 한다.

우리들에게 파리는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프랑스혁명보다 질 좋은 화장품과 포도주로 더 잘 알려져 있고 문화 예술이 발달한 도시, 유행의 첨단도시, 그래서 낭만적이고 샤프하고 화려하며 고급스러움을 대변하는 세련된 도시라고 생각되어 여건만 되면 잠시라도 머물고 싶은 동경의 도시임은 틀림없다. 하루 반 정도의, 마치 스친 것과 같은 짧은 시간의 파리 체류 경험을 가지고 파리라는 도시를 정의하는 건 위험한 일일 수도 있다는 걸 전제한다.

한마디로 파리는 웅장한 도시, 옛 문화가 즐비한 도시이기는 하지만 소박한 시민들이 소박하게 살아가는 도시였다. 화려하기만 할 것으로 상상했던 파리는 호텔에 도착하면서 파리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호텔 가까이 다 왔다고 안내하는데도 그럴싸한 건물이 보이지 않더니 낡은 5층 건물 앞에서 목적지라고 내리라고 했다.

간판은 작고 로비는 침침하고 복도는 어둡고 방은 비좁고 욕실은 부실하여 일등국가의 호텔이라고 도저히 말할 수가 없었다. 쾌적한 곳에서 안락한 휴식의 꿈이 그냥 날아가고 이튿날, 관광은 더 당혹스러웠다. 정해진 곳이 아니면 유로를 준다 해도 이용할 화장실이 없는 것이다. 물건을 사도 그 집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었다. 심지어 한국인이 운영하는 점포에서도 실내에 화장실이 없었으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파리는 화장실 인심이 참으로 고약한 곳이었다. 이러고도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하냐고 불평했지만 실은 그들이 유치한 게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관광객이 그냥 꾸역꾸역 밀려드는 것이다.

에펠탑은 지금은 그들의 자존심으로 자랑하고 있지만 에펠이 탑을 짓는 2-3년간 사회 지도층들이 흉물스러운 탑이 될 거라며 건설을 반대했고 에펠을 조롱했다고 한다. 건축 재료가 당시에 주로 쓰던 돌이 아니고 철(鐵)이라서 상스럽고 저급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완성된 후 파리 시민보다 외국에서 온 박람회 관광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으면서 에펠탑은 40여 년 간 세계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며 줄곧 파리의 상징물이 되었다. 에펠탑에 버금가는 그들의 자존심으로 개선문이 있다.

나폴레옹이 오스텔리츠 전투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짓기를 명령하였으나 러시아전쟁에서 패전하여 건축이 중단 되었다가 나폴레옹 사후에 완성되었다. 명령했던 사람이 살아서는 통과하지 못하고 죽어서 개선문을 통과하여 파리로 귀환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

외벽에는 전쟁의 장면이나 승전 기념 장면들의 조각이 생생하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12방향으로 뻗은 대로가 별모양이라 하여 개선문이 선 광장을 에투알 광장이라고 하는데 유명한 샹젤리제거리가 그 중 하나이다.

전망대에서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선 위치는 가늠할 수 없었지만 눈앞에 탁 트인 도시가 펼쳐졌다. 모든 건물이 칼로 친 듯 5층 정도로 높이가 고르고 저만치 에펠탑이 푸른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다. 더할 수 없이 아름답고 도도하다. 아무것도 에펠탑을 보는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찾을 필요도 없이 약간 왼편으로 묵직한 개선문이 보인다. 드넓은 도시에 이 두 건물이 독보적으로 보인다는 것은 참 경이로운 일이다. 재력과 기술력을 가지고도 2백여 년이 되도록 도시를 처음 모습 그대로 이어가는 이유를 묻지 않아도 알 듯했다. 어디에서도 개선문과 에펠탑을 가리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이를 보자, 안국동 흥선 대원군이 거처하시던 운현궁의 모습이 떠올라 대비되었다. 담장을 치고 들어올 것 같고 뜰 안을 불경스럽게 내려다보는듯한 고층건물로 둘러싸인 운현궁의 모습은 볼 때마다 참 씁쓸했다. 파리 시민들은 우후죽순 같은 새 빌딩을 짓지 않음으로써 이 두 건물의 가치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19세기에 지어진 호텔이나 건물들을 아직도 불평을 감수하면서 사용하고 이것이 역사가 되고 문화가 되어 부르지 않아도 관광객이 모여들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화장실이 불편하건 말건, 호텔이 어둡고 비좁건 말건 세계인들은 에펠탑 앞에서 사진 한 컷 찍는 것을 로망으로 여기고 있다. 파리는 옛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그 흔적을 중시하고 산업을 문화로 만들어 버리는 귀재들이 사는 도시였다.

영주시민신문  okh7303@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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