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영주침례교회 우형석 목사

매주 금요일 어린이, 학생, 주민에게 전달
삼겹살데이 열고 기도제목 적으면 기도도

“좋은 하루” “오늘도 파이팅”

지난 2일 오전 7시 30분 경 영주침례교회 앞 길가에서 우형석(48) 목사와 아내 주은정(46)씨가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외치는 말이다. 2년여 동안 매주 금요일 아침, 영주여고 등굣길은 붕어빵을 굽는 냄새가 솔솔 풍긴다. 금요일을 ‘붕어빵데이’로 정한 우 목사부부가 학생들과 주민들을 위한 빵을 굽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등굣길이 시작되면 한두 마리씩 나가던 붕어빵은 오전 7시 30분경이 되면 몇 분 사이에 10여 마리가 학생들 손으로 전해지고 우 목사의 손길은 더욱 바빠진다.

영주여고 학생들에게 나눠주다가 등산하는 주민들에게도 나눠주고 인근지역에 살면서 등교하는 초중고 학생들에게도 “아침 겸 디저트로 먹고 좋은 하루 보내요”라고 인사하며 나눠준다. 이날도 영주중 학생, 제일고 학생이 붕어빵을 받아갔다.

영주여고 3학년 나수민 학생은 “정말 맛있어요. 파는 붕어빵보다 훨씬 크고 맛이 좋아요. 지난번에 먹은 초콜릿도 생각나요. 금요일이 되면 친구들과 붕어빵 이야기로 재밌어요”라고 말했다. 이날 붕어빵 모자를 쓰고 나온 우 목사에게 학생들은 “오늘은 모자 쓰셨네요”라며 웃음을 지으며 인사했다.

▲ 붕어빵을 굽는 이유
우 목사는 “학생들 중에는 수줍게 비타민 음료를 전해주고 간다”며 “2년 전 영주에 내려와 교회가 학교 인근에 있다 보니 학생들을 위한 일을 생각하다 시작했는데 보람있고 기쁘다”고 했다.

또 “아침을 먹지 못한 학생들이나 간식으로 좋은 것을 생각하다가 ‘붕어빵’이 떠올랐다. 기숙사에 있는 학생들은 단체로 내려와 한 마리씩 먹고 즐겁게 이야기도 나누고 간다”며 “가끔씩 어느 학생들은 ‘왜 주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교회는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곳‘이라고 말한다”고 붕어빵을 굽는 이유를 설명했다.

우 목사는 금요일 새벽예배를 마치고 붕어빵을 준비한다. 붕어빵에 들어가는 재료는 대전 성심당 빵집에서 사용하는 팥과 와플용 반죽을 사용한다. 조금은 큰 붕어빵이라 와플봉지에 감싸고 학생들은 기다리는 동안 와플봉지에 그려진 숨은그림찾기도 할 수 있다.

그는 “처음에는 건빵과 음료수, 초콜릿을 나눠줬는데 이전에 목회 활동을 했던 수원지역 성도들이 좋은 일이라고 후원금을 전달해줘 붕어빵기계를 마련할 수 있었다”며 “성도들이 간식으로 주라고 스위스 초콜릿도 보내줘 학생들에게 나눠줬고 지난해는 한창 피부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을 위해 마스크 팩을 나눠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전에만 180마리 정도를 굽는 우 목사는 오후 3시 약간 출출해지는 시간이 되면 붕어빵을 다시 구워 경로당과 인근 어린이집, 상망동주민센터를 방문하고 있다.

▲붕어빵이 낳은 기적
지난해부터 중간, 기말고사 시험 첫날에는 삼겹살데이로 정해 영주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착순 10명 신청자를 받아 고기와 컵라면, 밥 등을 준비해 교회마당에서 함께 먹는다. 최대 14명까지 식사를 한 적도 있단다.

우 목사는 “영주여고 삼겹살 파티는 열심히 공부하느라 애를 쓰고 있는 학생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해서 1년에 4번(중간, 기말고사 첫날) 진행한다”며 “삼겹살을 함께 먹고 나면 아이들이 기도제목을 적어주는데 우리 부부는 그 아이들을 위해 기도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2년여를 해오다보니 영주여고 학생들과도 무척 친근해졌다. 학생들의 고민도 들어주며 소통하다보니 영주여고에서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 초등학생인 두 딸을 키우는 우 목사는 이를 받아들여 지역관계자로 올해 4월부터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인애가한방병원에서 주최한 ‘불우이웃돕기 바자회’에 참석해 342마리의 붕어빵을 판매해 17만1천원의 수익금에서 9만원의 재료비를 제외한 8만1천원을 병원에 전달했다.

우 목사는 “작은 금액이지만 나름의 재능으로 좋은 일에 동참하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붕어빵을 굽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역을 위한 나눔으로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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