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온갖 진통 끝에 지난 10월 18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구성이 완료됐다. 정치개혁특위 구성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 지난 7월 26일인데, 특위구성에만 3개월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이번 특위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우선,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특위 위원장을 맡기로 되어 있다. 거대 양당 소속이 아닌 국회의원이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을 맡게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또한 특위 구성에서도 소수정당 의원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더불어민주당 8명, 자유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거대양당은 선거제도 개혁에 소극적일 수 있기 때문에, 소수정당들의 역할을 많이 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현재 최대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인지 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이 얻은 정당득표율대로 전체 국회의석을 우선 배분하는 제도이다. 그리고 각 정당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받은 의석 안에서 지역구 당선자부터 인정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비례대표로 채우게 된다.

가령 현행 300석 의석을 전제로 A당이 정당득표율을 10% 얻었다면, A당은 30석을 배분받게 된다. 그리고 A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20명이라면, 모자라는 10명을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만약 A당이 지역구에서 당선된 사람이 한명도 없다면, 30명 전체를 비례대표로 채우게 된다.

이 제도에서 중요한 것은 각 정당이 얻는 정당득표율이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국회에서 차지하는 의석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정당들의 행태가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정쟁만 해서는 정당지지를 받기 어려우므로, 각 정당들은 정책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또한 부패한 국회의원이 있는 정당은 정당득표율을 올리기 어려우므로 자연스럽게 부패도 줄어들게 된다. 다양한 정당들이 국회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비정규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농민, 여성, 청년, 소수자 등 현재의 정당구조에서 대변되지 않는 목소리들도 국회에서 대변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지방의회 선거 제도도 바뀌게 될 것이다. 그래서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대한 지역의 관심이 필요하다.

지역의 입장에서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중앙집권적인 정당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현행 정당법은 정당의 중앙당을 반드시 ‘수도’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이 아닌 곳에는 중앙당을 둘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정당법 자체가 이렇게 서울중심이니 대한민국 사회가 서울중심인 것이다. 또한 5개 이상 시ㆍ도에서 각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모아야만 정당을 창당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도 문제이다. 이렇게 정당설립을 어렵게 한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 중에 찾아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지방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는 지역정당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독일 등 정치선진국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지역정당을 만들어서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 환경도시로 유명한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시의 경우에는 ‘살기좋은 프라이부르크’, ‘청년 프라이부르크’같은 지역정당들이 시의회에 진출해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한국은 기득권을 가진 전국정당(중앙당을 가진 정당)이 지역정치까지 장악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려면, 거대정당의 공천을 받는 것이 제일 중요한 실정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지역의 생활문제들이 지방선거에서도 이슈가 되기 어렵다.

이 모든 것은 잘못된 정치제도가 낳은 모습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에서도 지역정당을 인정하자는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고, 국회에 관련 법률도 발의되어 있다는 것이다(천정배 의원 대표발의). 그래서 이번에 구성된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역할이 중요하다. 당연히 지역에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자기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 전국적으로 진행될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것 등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자. 선거제도가 바뀌어야 정치가 바뀌고, 그래야 우리 삶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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