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는 일정한 주제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고 공연 전시 이벤트가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공간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테마파크를 많이 계획하고 있다. 우리고장 영주에도 한국문화의 세계화와 산업화를 주도하게 될 한국문화테마파크가 건설 중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테마파크 조성에 열을 올렸지만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예산낭비로 이어진데다 사업이 실패해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운영적자를 면하지 못하는 지역이 하나둘이 아니다. 이에 따라 본지는 2020년 개장예정인 한국문화테마파크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국내 명소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과 전략이 필요한지에 대해 국내외 역사문화 관련 이색테마파크를 둘러보고 그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기획취재-한국문화테마파크, 그 성공의 조건

<글 싣는 순서>
1. 한국문화테마파크 어떻게 조성되나
2. 합천 영상테마파크와 대장경기록문화테마파크
3. 경주신라밀레니엄테마파크와 고령대가야 역사테마파크
4. 김해가야테마파크와 백제문화단지
5. 덴마크의 ‘레고랜드’와 독일의 세계 최대 자동차 테마파크‘아우토슈타트’
6. 네덜란드의 ‘에프텔링’과 벨기에의 ‘미니유럽 테마파크’
7. 한국문화테마파크, 성공의 열쇠

민간 자본만으로는 한계,
주민이 즐겨 찾는 곳 만들어야

민간 기업이 투자한 경주신라밀레니엄파크는 타임머신을 타고 신라시대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곳으로 우여곡절 끝에 조성됐지만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현재 폐장된 상태다. 한때 인기 드라마의 영향으로 찾는 발길이 많았지만 지속적인 컨텐츠 발굴의 실패가 경영난을 부채질 한 것으로 보인다. 고령군이 직접 조성해 운영 중인 고령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는 가까운 대도시인 대구 등에서 고령을 찾는 관광객 뿐만 아니라 현지 주민들도 많이 찾는 군민 휴식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군민에 한해 무료입장인 이곳은 사계절 레일썰매장, 여름철 물놀이장, 개봉 영화관 등 주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 및 놀이시설을 많이 갖추고 있는 것이 인기의 비결로 보인다.

신라밀레니엄파크 신라왕궁
신라밀레니엄파크 에밀레 타워
신라밀레니엄파크 주제공연장

▲ ‘선덕여왕’ 촬영지 경주 신라밀레니엄파크…재정난으로 폐장
경주보문관광단지에 위치한 신라 밀레니엄파크는 ‘신라’를 주제로 꾸민 복합 체험형 역사 테마파크다. 총사업비 1천억 원을 들여 약 18만 1800㎢의 부지 위에 국내 최초 한옥호텔 ‘라궁’과 메인 공연장, 주막촌, 체험시설, 기념품점 등을 다양하게 갖췄다. 1986년 ‘신라촌’이란 이름으로 사업본부를 설립한 이후 20여 년간 공사 끝에 2007년 3월에 문을 열었다. 현재는 주식회사 신라밀레니엄에서 운영하고 있다.

준공 2년 뒤인 2009년에는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MBC사극 ‘선덕여왕’의 세트장이 만들어 졌고 2012년엔 KBS 대하드라마 ‘대왕의 꿈’ 세트장도 지었다. 영화 ‘관상’의 촬영도 이곳에서 이뤄져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방문객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신라밀레니엄파크는 석굴암의 전실에 있는 아치를 모티브로 만든 밀레니엄게이트를 시작으로, 신라귀족마을을 재현한 천년고도와 드라마 촬영장인 ‘역사재현지역’, 신라시대를 주제로 역사체험과 대규모 공연이 한데 어우러진 ‘테마파크 지역’, 그리고 특급 한옥 온천 호텔인 ‘라궁 지역’으로 구성돼 있다.

테마파크 지역 내 주공연장은 지상·수상 무대를 갖춘 1천500석 규모로 지어졌고 신라 진지왕 때의 화랑 미시랑의 활약을 그린 ‘천궤의 비밀’ 이라는 스펙타클한 공연이 약 30분동안 펼쳐지기도 했다. 그 옆에 에밀레종의 약 4.5배 크기인 에밀레타워(약 17m)가 우뚝 서 있다. 신라밀레니엄파크의 랜드마크인 에밀레타워는 모든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것을 비롯 야간 조명 등 다양한 이벤트의 상징적 효과연출을 위해 활용됐다.

메인공연장을 지나면 신라시대 때 이슬람에서부터 전수된 유리물품 만들기에서부터 화려한 금관 만들기, 토기 만들기, 천 염색하기 등의 체험이 가능한 공예체험장으로 이어진다. 공예체험장 건너편은 신라시대 귀족마을이 있고 귀족마을 왼쪽에는 신라궁궐과 화랑산채가 있다. ‘선덕여왕’의 주 촬영무대가 바로 이곳이다. 귀족마을 오른쪽에는 화랑연무장이 있다. 원형공연장으로 하루 두 차례 화랑의 무예 공연이 펼쳐졌다. 지상무예와 마상무예로 구성되어 있는데 창과 검, 봉을 활용한 각종 무예시범이 펼쳐졌던 곳이다.

신라의 궁궐을 의미하는 특급 한옥 온천 호텔 ‘라궁’은 한옥의 정취를 간직한 채 현대적인 호텔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곳으로 현재도 영업 중이다. 옛 정취가 풍기는 전통 한옥 한 채를 통째로 빌려 현대적 편의시설을 사용하면서 온돌을 경험할 수 있다. 한옥 내부는 침실, 온돌방, 거실로 구성돼 있고 이외에도 독립된 마당, 노천 온천탕, 누마루, 화장실, 샤워실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규모 5.8 강진이 발생한 뒤로는 방문객 수가 계속해서 줄어들어 현재는 한옥 호텔 라궁을 제외하고 폐장한 상태다.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방문객이 줄면서 재정난을 이기지 못한 것이 폐장을 하게 된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7월 방문한 이곳은 한동안 관리가 되지 않아 곳곳의 초가집은 빗물을 막기위해 비닐을 씌웠고 도로는 파헤쳐져 있다.

경주지역의 한 언론인은 “민간 기업이 투자해 건립하고 우여곡절 끝에 운영에 들어갔지만 투자대비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결국 문을 닫은 곳”이라며 “드라마 세트장 등 일부 건물에는 시비가 포함돼 있어 전체 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군민의 힐링 장소, 고령 대가야역사테마파크
고령군 고령읍 지산리에 위치한 대가야역사테마파크는 우리나라 최초로 찬란하게 꽃 피웠던 대가야의 토기와 철기, 가야금 문화 등 대가야의 역사를 테마로 한 관광지다. 대가야박물관 부근 15만4천여㎡터에 206억원을 들여 2009년 4월 문을 열었다. 운영방식은 고령군이 직영하고 있다. 넓은 관광지인 만큼 전기 트램이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옛가야산성을 재현한 정문을 통과하면 골짜기를 따라 각종 건물과 조형물들이 설치돼 있다. 관광객들이 관광하면서 여러가지 먹거리를 즐길수 있는 휴식 공간인 가야장터(매점)를 지나면 영상, 빛, 음향 연출로 고대 가야인들의 의식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고대 가옥촌 대가야 유물 체험관이 나온다. 대가야출토 유물을 형성화해 우수한 철기문화와 왜, 중국, 남제와 대외교류 사실, 가야 장인의 예술성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대가야 건국설화의 주인공인 가야산신 정견모주(正見母主)분수가 그 앞에 위치해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분수 왼쪽 편에는 대가야의 건국신화와 ‘철의 왕국 대가야’를 주제로 한 영상을 볼수 있는 입체 영상관이 있었지만 현재는 ‘대가야시네마’로 바뀌었다. 경북도내 농촌지역에서는 유일한 소규모 개봉관이다. 1978년 고령에서 영화관이 사라진 이후 37년 만에 극장이 생겨 주민들의 이용이 많다. 그 왼쪽 옆은 사계절 레일썰매장이 위치해 있고 좀 더 올라가면 대가야 탐방숲길과 대가야 왕가마을펜션이 있다. 통나무로 지어진 펜션은 여름 피서철 방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정도로 숙박객이 많다. 오른편으로는 여름철(7~8월)에 다양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물놀이 장이 있고 대가야 가마 체험관이 있다. 가마 체험관은 가마터 동굴 속을 거닐며 1천500년 전 시간 터널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 가야금, 대장간 화덕 소리와 빛, 영상연출을 통해 대가야인들의 영혼을 만날 수 있다. 물놀이 장에는 자녀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다. 시내와 가까워 배달음식을 시켜 먹기도 한다. 바로 위에는 도자기만들기, 천연염색, 규방공예 체험, 아로마 체험, 압화한지공예 체험, 야생화분 만들기 체험, 수제쿠키 만들기를 할 수 있는 토기방과 대가야 당시의 섬세한 철 제련시설 및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대장간(철기방)이 있다.

조선시대 지방에 파견된 사신이나 고위관료들을 위한 숙소였던 인빈각을 모티브로 해 고대 가야건국의 설화에 얽힌 인물들의 이름을 딴 숙소와 세미나실이 있는 인빈관을 지나면 맨꼭대기에 고분 전망대와 임종 체험관이 있다. 고분 전망대에 올라 서면 국내 최초의 순장묘인 44호 고분을 비롯한 200여기 대가야 고분군의 장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매년 고령 대가야 축제가 바로 이곳 역사테마관광지에서 열려 수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관광안내 해설사는 “여름 휴가철에는 주차장에 빈곳이 없을 정도로 방문객이 많다”며 “관광객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힐링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서현제 발행인/오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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