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우리의 행복지수는 OECD 34개 국가 가운데 32위로 꼴찌 수준이다. 경제적 수준에 비해 행복지수는 매우 낮다. 언제부터인가 젊은이들은 우리나라를 대한민국이라 하지 않고 헬조선이라 부른다. 지옥(Hell)이라는 말과 우리나라의 옛 이름을 합성한 말이다. 살아 있어도 지옥에 있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학교에 다닐 때는 공부에 시달리고 졸업 후에는 일자리가 없다.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젊은이들을 보면 죄스럽다.

지구상의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인 부탄은 행복지수가 우리보다 훨씬 높다. 자연환경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국왕도 다른 국민과 마찬가지로 오두막에 산다. 가난하지만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부탄보다 잘 사는 나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우리 젊은이들이 스스로 견딜 수 없는 가난 속에 있다고 느끼는 것은 다른 부유한 가정의 젊은이보다 가진 것이 적기 때문이다.

행복지수는 경제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사회의 행복지수가 낮은 가장 두드러진 요인은 경쟁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그 경쟁이 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하기도 하다. 경쟁사회에서는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그만 못하면 행복을 느낄 수가 없다. 젊은이들이 부모로부터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친구와 비교하는 말이다. 비교는 불행을 만든다.

우리는 경쟁이 일상화 된 사회에 살고 있다. 학교에서는 시험을 쳐서 점수로 서열을 정하고 대학에 갈 때도 시험 점수로 합격이 결정되고 직업을 구할 때는 시험을 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시험점수로 친구와 경쟁하고 시험 점수에 의해서 그의 삶의 질이 결정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한시라도 경쟁에서 벗어날 때가 없었다. 그러니 경쟁을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수재가 났다고 칭송되던 사람이 지금 감옥에 있는 것을 보고도 우리는 경쟁을 멈추지 않는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반드시 경쟁이 있어야만 하는가? 우리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하는 유럽의 나라들에서는 학교에서는 시험으로 서열을 매기지 않는다. 객관식 시험문제도 없다. 공부할 문제를 교사가 제시하면 그룹별로 모여서 서로 토론하고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입학시험도 책을 보고 자기의 생각을 쓰는 서술형이다. 취업을 할 때는 출신이나 학력을 보지 않는다. 이른바 깜깜이 채용이다. 그 직장이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었는가를 면접을 통해서 검증한다.

그들에게 경쟁이 있다면 친구와의 경쟁이 아니라 스스로와의 경쟁이 있을 뿐이다. 경쟁은 사람을 삭막하게 하고 황폐하게 한다. 물론 경쟁에서 이긴 사람은 행복하겠지만 다수의 패한 사람들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행사장에서 내빈소개에 이름이 불리지 않으면 불쾌하게 생각한다. 경쟁사회의 병리현상이다. 사람은 누구나 귀한 존재이므로 서열을 매길 수 없다. 남과 비교해서 느끼는 불행은 전적으로 경쟁사회의 문화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이런 참으로 저렴한 문화의 사회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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