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상(영주문화관광재단 이사)

덴동 어미는 아이가 불에 데어서 그 어미의 이름이 덴동어미가 되었다. 게다가 덴동어미는 타고난 운명이 참 안됐다. 결혼을 4번이나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의 삶을 치유해 준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감동적으로 들린다. 우리네 인생사 살아가면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것일 진데,

이렇듯 애착을 가지고 강하게 살아야지 하며 결심하기도 하게 된다. ‘꽃이 필 때가 되어야 피지! 봄 바람만 불어보렴! 꽃이 피지!’ 하는 대목이 인상 깊었다. 불운한 삶에 대하여 운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긍정적인 해학이 필요한 건지도 생각하게 되고, 그들의 삶은 서로를 통해 어떤 위로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새삼 눈물겹게 느껴진다. 늘 자식먼저 남편먼저 챙겨야 했던 여인들의 삶, 나보다 남을 먼저 보살펴야 했던 삶 속에서의 나라는 자아 찾기 같은 메시지를 전해준다.

마당놀이 ‘덴동어미 화전놀이’의 모티브가 된 화전가는 조선후기 영주 순흥 지역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덴동어미의 파란만장한 인생유전을 화전놀이를 통해 여성만이 줄 수 있는 해학과 신명을 비롯하여 희망적 삶의 의지를 그려낸 한국 내방가사의 수작으로 전해오고 있다. 최근 서천둔치에서 이틀 동안 덴동어미 화전놀이를 보았다.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리지역의 대표적인 공연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공연에 비해 발전된 부분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마당극에는 어울리지 않는 열악한 공연무대와 음향상태 등을 비롯하여 이전과 달라진 게 없는 의상들하며 예전에 비해 전혀 진보한 부분을 찾을 수가 없었다.

비록 다양하고 화려한 배우들의 참여로 극의 재미와 전개를 극대화시킨 부분은 있지만 왠지 주객이 전도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최근 선비 오페라가 제작되어 많은 이들에게 소수서원의 유네스코 등재를 염원하고 우리 전통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 카네기홀도 다녀오고 굵직한 행사에 공연되고는 있지만 지역의 문화 인력의 활용이라는 부분에서는 외주를 준 셈이다.

그렇다고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 축제 이외에는 자주 볼 수가 없다. 하지만 덴동어미 마당극은 순수한 지역인력으로만 꾸려온 영주 문화 콘텐츠로써 다양한 우리 지역 인력을 키우고 대외적으로 순흥 지역과 연계한 문화관광 상품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가졌다고 본다. 이런데도 지역 내 공연이 열악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외부 인력의 출연 지원으로 인해 주객이 전도되고 제작비의 열악함을 그대로 드러내게 되었다.

앞으로 한문화테마파크에서 마당극의 본고장으로 가꾸고자 하는 영주시의 계획이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진다. 한 공연에 대한 장기적인 지원과 투자를 병행해야 모두가 인정하는 공연물로 자리 잡아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덴동어미 다음으로 창작 마당극을 계획해야 함에도 투자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 지역은 불과 몇 년 만에 수많은 뮤지컬과 오페라 등이 제작되고는 있지만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리 길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기껏해야 한 2년 정도 반짝거리고 사라진다. 그동안 무수히 제작되고 사장된 공연물이 하나 둘이 아니라는 말이다. 저마다 각 정권의 구미에 맞게 제작되어서 더욱 그렇다. 열악한 제작비는 둘째 치고, 완성도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당극 덴동 어미를 바라보는 필자의 시각은 좀 더 장기적으로 봐달라는 거다. 지금 당장 예산을 많이 줘서 키우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조금씩 영주 인력을 길러내고 시장이 바뀌어도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문화 컨텐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번 공연은 너무 열악하고 마당극의 정석에 미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밀어나가야 할 문화 컨텐츠 임에는 분명하다. 기존의 남성 위주의 고전 컨텐츠가 아닌 아동 친화 도시,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에 걸 맞는 문화 상품이다. 더불어 덴동 어미 화장품, 덴동어미 화전놀이 삼종 세트, 덴동어미 순흥 투어와 캐릭터 사업 등 부가 상품을 길러 내는 데에도 주력해야 한다. 물론 액자형식의 마당극 원작을 좀 더 매끄럽게 각색하고, 휼륭한 무대 연출가에게 맡겨야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손진책 연출가가 있지 않는가? 지금은 지역특화 콘텐츠라고 하기에는 많은 부분 부족해 보인다.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을 비롯하여 영주시의 지속적인 제작 투자를 병행해야 할 것이다. 영주 브랜드를 마당극으로 알리는데 덴동 어미의 마음처럼 절실해야 하지 않을까? 내부적인 제작 상황을 좀 더 투명하게 하여 예산 추가 편성에 대한 동의와 설득력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베르디가 갈라진 이탈리아를 오페라 아이다로 통합시켰듯이 마당극 덴동 어미로 지역의 분열된 마음을 다잡아 나가길 희망한다. 덴동 어미에 출연하는 우리 문화 인력에 대한 복지가 점점 나아지길 바란다. 무엇보다 우리고장인 순흥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무명의 조선조 여인이 쓴 내방가사인 ‘덴동어미 화전가’가 우리 지역의 희망이 되길 바란다.

‘덴동 어미 화전가’는 일본 후지 노미아, 베트남 호치민 공연 등 세계무대에서도 이미 호평을 받았고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참여해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늘 최선을 다해준 배우와 스텝들의 노고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공연이 끝이 나고 돌아가는 길에 관객의 가슴에 덴동어미의 삶의 해학이 전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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