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살아 있다는 것은

-문정희

살아 있다는 것은
파도처럼 끝없이 몸을 뒤집는 것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기 위해 몸을 뒤집을 때마다
악기처럼 리듬이 태어나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암각화를 새기는 것이다
그것이 대단한 창조인 양 눈이 머는 것이다
바람에 온몸을 부딪치며
쉬지 않고 바위에게 흰 손을 내미는 것이다
할랑이는 지느러미가 되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순간마다 착각의 비늘이 돋는 것이다
 

---------------------------------------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의 차이에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움직임만이 살아 있음을 증명합니다. 어느 해 였던가요 추어탕을 끓이겠다고 시장에서 미꾸라지를 산 적이 있습니다.

재래시장 큰 고무다라에서 헤엄치던 미꾸라지를 뜰채로 건져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들고 온 적이 있습니다. 미꾸라지가 든 비닐주머니에 어물전주인은 소금 한주먹을 쳐 주었지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미꾸라지의 요동치는 몸부림이 손끝으로 그대로 전해져 와서 마음이 불편했지요. 싱크대 위에 올려 둔 얼마 후 봉지 안이 조용해졌습니다.

봉지 안을 열었을 때 움직임이 사라진 미꾸라지의 딱딱한 몸을 기억합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입니다. 움직이는 것은 소리를 발생합니다. 흔적을 남기는 것입니다. 끝없이 생각하는 것이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