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넥타이
         -곽해룡

넥타이를 맨 염소가
길 가까운 밭에서 풀을 뜯고 있다가
시골 버스가 다가오자 놀라
방죽이 있는 밭 아래로 냅다 뛰었다
버스가 다 지나갔는데도 멈추지 않던 염소 발이
방죽에 막 빠지려는 순간
넥타이가 목을 꽉 붙들어 주었다

아빠는 아침마다 넥타이를 매고 풀 뜯으로 간다
엄마는 아빠 넥타이가 너무 길다고 다시 매어주곤 한다
방죽에 빠질까봐 걱정되기 때문일 거다
어떤 날 엄마는 넥타이가 너무 짧다며
지각하겠다고 쩔쩔 매는 아빠를 억지로 붙들고
고쳐 매준다
풀을 많이 뜯어오지 못할까봐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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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의 넥타이라니요... 발상의 전환이 재미있습니다. 발상은 사유에서 나온다고 하지요. 염소 한 마리를 두고 오래 관찰했을 시인의 각고의 노력이 이런 좋은 동시를 읽게 합니다.

줄의 당김과 늦춤이 각기 다른 의미를 줍니다. 너무 세게 당기면 깝깝하고 너무 느슨하게 늦추면 구심점을 잃게 되지요. 특히 목줄에 있어서는 그렇지요. 우리 삶에 있어서 목줄은 삶의 의미와 보람과 행복의 일부분을 거기서 얻기도 합니다. 그 목줄 때문에 잃었던 기운을 다시 추수리게 될 때도 있습니다. 특히, 가장에게 있어서 가족이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목에 걸려 있는 줄이 목줄로 의식될 때 삶은 버겁고, 목에 줄이 걸렸다고 의식조차 못했을 때 삶은 유쾌하다고 해석해야 하나요? 이런 질문을 던져 주는 것 또한 시가 가진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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