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하면 된다. 참 많이 들어본 말이다. 지금도 어느 가정에는 액자에 표구되어 벽에 걸려 있는 말이기도 하다. 대개의 사람들은 이 말을 지극히 옳은 말이라고 여기고 있을 것이다. 정말 옳은 말일까? 누구든 어떤 목표를 정하고 노력하면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지인 가운데 고시 합격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모든 힘을 쏟아 노력했지만 합격하지 못하여 생이 망가진 사람을 보면서 이 말에 대한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하면 된다.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는 않다.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를 나무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며 열심히 노력하면 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목표를 이루지 못한 사람은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죄의식을 갖게 하는 역기능도 존재한다. 하면 된다는 말이 사회에 절대 진리처럼 자리매김 되면 가난한 자, 실패한 자들은 노력하지 않은 사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우리는 대개 이 말을 5.16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대통령의 말로 알고 있을 것이지만 실은 일본군국주의자들이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황국신민의 통합을 위해 유포하던 일본의 시에서 왔다고 한다. “하면 된다. 안 되는 것은 안 하기 때문이다.”가 그 말의 연원이다. 일제는 제국주의 침략 내내 이 시를 유포했으니 일본제국주의를 겪은 사람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말일 것이다. 

일제가 이 시를 그들의 구호로 삼은 것은 일본제국주의 침략 전쟁에 참여하지 않거나 제국주의 침략에 반대하는 사람은 노력하지 않는 실패한 인생이라는 모멸감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 말의 주술적 마력은 수많은 일본과 조선의 젊은이들을 전장에 내몰고 가미가제 특공대로 꽃다운 생명을 바치게 하는 데 기여한 셈이다. 

해방된 지 70년이 넘었지만 일제의 이 말이 아직도 무슨 명언처럼 쓰이고 있으니 우리는 형식적으로 해방이 되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직 일제의 망령과 함께 살고 있다. 그것은 마치 일제가 전범 국가이면서도 아직까지 그들의 죄상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일본은 러일전쟁부터 일제 식민지 통치 동안 점유했던 독도를 아직도 자기네 땅이라고 하고 있다. 해방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면 된다는 말은 일제의 망령이 아직 이 땅에 남아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면 되기도 하지만 속된 말로 뭐 빠지게 해도 뭐만 빠지고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을 생각해 본다. 사람마다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신은 공평하게 그 능력을 주셨기 때문에 누구나 잘 하는 것이 있다.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라. 그러면 실패할 일이 거의 없고 비록 실패한다고 할지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했으니 한이나 미련은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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