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카빙아카데미 남정민 원장

서울, 대구로 다니며 자격증 취득
각종 카빙대회 출전, 실력 인정받아

무나 당근, 다양한 채소들이 동물로 변신하고 수박이 화려한 꽃으로 피어난다. 파티장이나 잔칫상을 더욱 화려하게 연출해주는 ‘푸드카빙’이 요즘 서서히 인기를 끌고 있다. ‘푸드카빙’이란 전용 칼로 과일이나 야채에 예쁘고 멋스러운 모양을 내거나 연꽃, 용, 백조 등의 형상을 조각하는 것이다. 용도에 따라 간단한 그림이나 글귀를 새기기도 한다. 우리지역에서 카빙의 보급을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카빙아카데미’의 남정민 원장(42)을 만났다.

▲ 아들 뒷바라지 하다 제2의 인생
“다른 지역으로 강의를 다니다보니 우리지역에 조금은 소홀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홍보도 하고 더 열심히 활동하며 카빙을 보급할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카빙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 앞으로 시장성이 크다고 보면 됩니다. 아직은 해외에서 배워오는 실정인데 앞으로 우리가 가르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으리라 희망합니다”

영주 시내에서 ‘경북 카빙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남 원장은 우리고장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바쁘게 다니며 강의를 하고 있는 인기 강사다. 봉화가 고향인 남 원장은 결혼 후, 요리가 꿈인 아들을 뒷바라지 하다가 제 2의 인생을 살게 됐다.

“아들이 초등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가기 전까지 모든 요리의 자격증을 땄어요. 서울요리경연대회를 갔다가 조각을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경쟁력이 있겠다싶어서 배우게 했지요. 영주에는 배울 곳이 없어서 서울, 대구로 다니며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카빙 자격증을 취득한 아들은 카빙강사로 재능기부를 다녔으며, 힘들어하는 아들의 보조강사라도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에 남 원장도 카빙자격증을 취득하게 됐다고 한다.

▲ 올해 경북전문대 호텔조리제빵과 1등 졸업
카빙 자격증 취득 후 남 원장은 가족부터 모아놓고 가르치기 시작했다. 밤마다 가족들이 방에 모여 카빙을 했다고 한다. 또한, 아들이 다니던 고교에서 재능기부를 시작으로 경력을 쌓기 위해 불러주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강의를 했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 앞에서 공방도 운영했으며 전국에서 찾아오는 학생들과 1박2일로 숙식을 하며 카빙을 지도했다.

“제가 운영하는 공방에서 학생들과 1박2일로 같이 먹고 자며 카빙을 가르치고 배우며 의견을 나눴는데, 그때 함께 했던 학생들이 좋은 대학도 가고 취직도 하고 다 잘 됐어요”

카빙 강사를 시작하고 ‘선생님’ 소리를 듣는 것이 좋았다는 남 원장은 케이크 데코레이션, 앙금플라워, 젤리플라워 등을 공부했으며 지금은 수제청 만들기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경북전문대학교 호텔조리제빵과에 입학해 과수석을 도맡아했으며 올해 1등으로 졸업했다.

“못 배운 게 한이었어요. 카빙을 시작하며 뒤늦게 대학에 가서 공부도 했는데, 앞으로 석.박사를 받을 때가지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카빙무료체험 제공
남 원장이 운영하고 있는 ‘경북 카빙아카데미’에는 취미반과 자격증반이 있다. 주말에는 카빙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1회 무료체험을 할 수 있다. 더 많은 학생들이 카빙을 접하고 배울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관심 있는 학생들에겐 언제든 체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요. 학생들이 카빙을 통해 자신감이 생기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남 원장은 한 해에 6번까지도 카빙전국대회에 출전을 하기도 했으며 국가대표로 세계대회에 나가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이처럼 열정적인 남 원장이 지도하는 학생들 역시 전국대회에 출전만 하면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전국대회에 출전하면 우리 아이들 작품이 월등하답니다. 우리나라 대회에선 영주가 거의 1등을 차지하고 있지요. 제자들이 내년에 카빙국가대표선발전에 출전하는데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어요. 저 보다 제자들이 잘 될 때가 가장 기분이 좋아요”

▲ 제 1호 카빙명장이 되는 게 꿈
카빙 명장이 꿈인 남원장이 운영하는 ‘경북 카빙아카데미’에는 영주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도 카빙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또한, 카빙을 시작하고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겨 행복하다는 남 원장은 장애인복지관으로 수업을 나갈 때가 가장 보람되고 행복하다.

“그분들에게 수업을 하면 처음엔 힘들지만 나중엔 제가 오히려 에너지를 얻어 옵니다. 악조건 속에서도 작품을 만드시는 걸 보면 다시 한 번 저에 대해서도 뒤돌아보게 되고 더 나누고 봉사를 해야겠다고 느끼게 해주지요. 평범한 주부였던 제가 제2의 인생을 살게 되기까지는 전폭적인 지원과 응원을 해준 가족들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지요. 카빙을 할 때 엄마가 가장 멋있고 빛난다고 아들이 말해주었는데, 그 말이 저에게 큰 힘이 돼 주었지요. 협회에서 지정해주는 제 1호 카빙명장이 되는 게 꿈인데, 카빙하면 제 이름이 떠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김미경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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