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으로 세계인을 만나는 강신호 씨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전체 82.4년을 산다. 남자는 79.0년, 여자 85.5년이다. 1970년부터 매년 평균수명은 5.5개월씩 늘어나고 있다. 시대는 변화되고 점점 노년의 삶이 늘어나면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역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다양한 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음악과 심취하고 둘레길 따라 걷고
사람과 어울리며 자원봉사 보람도


197~80년대 중동에 건설 붐이 일던 시절, 가족과 고향을 떠나 낯선 땅에 오랫동안 머물러야 했던 이들. 타향에서의 그들의 삶은 열악한 환경 때문에 몸도 고단했지만 하루하루 커져가는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남모를 눈물도 많이 흘렸을 것이다. 이런 현실에도 국내보다는 넉넉한 수입 때문에 미래의 희망찬 삶을 꿈꾸며 가족들을 위해 어려움을 이겨냈다. 그 시절, 20~30대 젊은 날을 보낸 휴천동에 사는 강신호(70)씨는 마음을 달래는 자신만의 취미를 찾아 즐기면서 퇴직 후에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 클래식으로 마음 달래며
봉화군 법전면이 고향인 그는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8세때 건설회사에 입사해 38세까지 10년을 중동에서 근무했다. 빌딩, 도로, 주택 등 건설경기가 최고조였던 그 시절, 해외에서 현장 근무를 하다 차장 직함을 달고 국내로 들어와서는 사무직으로 일했고 2011년 정년퇴직했다.

“입사하자마자 중동으로 파견됐어요. 79~80년대 일반회사에 다녔던 친구들의 첫 월급이 5~7만원을 받았다면 건설업은 27만원을 받았어요. 제가 해외에 나가서 받은 첫 월급이 열악한 근무수당을 포함해 103만원이었지요. 놀라고 좋았어요”

집안에서 막내로 형제자매들에게 어린 동생으로만 비쳐졌던 그가 1년 만에 집을 사자 가족 모두가 놀라워했다. 그래서 사회인으로 일찍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뿌듯해 더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월급이 많아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달랠수 없었다는 그는 1~2년이 지나면서 고국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커져만 갔단다. 그래서 힘든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접한 것이 클래식 음악이다.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했기 때문에 10년을 버틸 수 있었어요. 그리움으로 울적한 마음이 편안해졌죠. 그렇게 시작한 클래식에 심취한지가 벌써 40년이 됐네요”

클래식도 즐겨듣지만 우리의 국악도 좋아한다는 그는 전통음악이 주는 매력이 좋다면서 안동에서 발견된 ‘원이엄마 이야기’를 뮤지컬로 본 감동을 전했다. 홀로 남은 이의 슬픔을 이해해서일까. 그는 40대 후반에 혼자가 된 후 그 슬픔을 잊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단다.

“헬스도 하고 마라톤도 시작했죠. 마라톤은 각종 대회에 참가해 하프, 풀코스도 뛰었어요. 노년의 준비를 하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50대가 인생의 황금기였고 노년에도 새로운 일들을 도전할 수 있는 기본을 다지게 된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는 퇴근 후나 쉬는 날이면 헬스를 마치고 강남 코엑스 안에 있는 클래식 부스에서 책을 살펴보고 CD를 골라 들었다. 운이 좋은 날에는 취향에 맞는 6~7개 CD를 사고 작게는 2~3개를 구입했다고. 그렇게 지금까지 모은 CD에는 클래식 음악이 5천여 곡이 들어있다.

▲ 걷고 오르며 즐겁게
얼마 전 그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유럽으로 향했다. 평소 걷기를 즐겼던 그가 도전한 것은 스페인 산티아고의 ‘순례자의 길’을 걷는 것이다. 지난 4월 10일 출국해 33일 동안 장장 800km를 걸어 완주했다. 색색의 야생화를 따라, 푸른 자연을 느끼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던 오로지 자신을 위한 걷기여행의 시간이었다고.

“서울에서 걷기동아리 활동으로 제주 올레길을 완보했었어요. 2014년 영주에 정착한 후에는 더 많이 걸었던 것 같아요. 걷기동아리에도 가입하고 걷기지도자 2급도 취득했죠. 부산 해운대부터 강원도 통일전망대까지도 가고 강원도 외씨버선길, 지리산 둘레길 등 전국 둘레길은 거의 완보했어요”

가까운 소백산자락길도 1자락에서 12자락까지 세 번을 걸으며 자연과 더불어 지냈다는 그는 이외에도 영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오래전 고교 졸업 후 친형을 통해 색소폰연주가였던 故 길옥윤 작곡가에게 배운 색소폰을 잊고 살다가 영주시평생학습센터에서 기타를 배우면서 색소폰을 다시 배웠던 기억을 떠올렸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 순흥면 방면에 있는 경매장에서 40만원을 주고 중고 색소폰을 구입하고 한 달 동안 연습에 매진했단다.

“서울과 영주를 오가면서 헬스와 음악은 꾸준히 해요. 그러면서 일상에 주로 걷고요. 영주에서 바리스타, 컴퓨터교육도 받고 소백산자락길 행사에도 참여했어요. 색소폰 실용강사2급 자격이 있어 영주노인복지관에서 강의요청이 들어와 색소폰 강사로도 잠깐 활동했었죠”

최근에는 수영을 등록해 중급과정 교육을 받고 있는 그는 교육 후에는 10바퀴를 더 연습하고 마무리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지난 겨울은 그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바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와 동계패럴림픽대회에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던 것.

“무엇이라도 해야겠기에 시작한 자원봉사였어요.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보고 신청서를 냈는데 선발대상자의 약 4배인 9만2천여 명이 지원했더라고요. 전체 2만2천400명 정도를 뽑는데 두 배 정도만 면접대상자로 지정해 면접을 봤어요”

최종 선정된 후 그는 강릉 아이스아레나 경기장에서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피겨, 쇼트트랙 경기의 자원봉사가 450명 정도 되는 가운데 50대 이상은 20명도 안됐단다.

“조 편성을 할 때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나이, 이름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고유번호로 배치를 했어요. 출입구에서 인솔해야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힘들어도 좋았던 점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연아 선수를 만났다는 것이에요. 봉사활동도 잘 끝나고 대회도 큰 사고 없이 안전하게 마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었어요”

동계패럴림픽에 자원봉사를 했을 때는 메인스타디움에서 하다 보니 실내경기장과 달리 추운 날씨와 눈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함께 참여한 자원봉사자들과 4~50cm 쌓인 눈을 치우기도 했다.

“40여 일 동안, 하루일과가 새벽 4시에 일어나 마지막까지 내부를 확인하고 마무리하면 밤 12시정도 됐어요.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연륜이 있어서인지 작업장소를 배치 받으면 젊은이들보다 먼저 능동적으로 움직였어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그는 1365자원봉사포털 사이트에도 등록했다. 또 이번 자원봉사를 시작으로 2019년 전남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이 대회에는 206개국 1천2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자원봉사자 교육 후 이달에 면접을 봐요. 봉사자교육을 먼저 하는데 내용이 참 좋았어요. 자원봉사에 참여하면서 1년 동안 인터넷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었는데 영어강좌가 많은 도움이 됐지요”

그는 앞으로도 ‘스스로 즐길 수 있는 것’을 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다음날에는 소백산 연화봉에 올라 대피소에서 숙박하고 국망봉에서 초암사로 내려올 예정이란다.

“평소 차량이용보다는 걸어요. 내 신조가 배낭만 메면 어디든 걸어가는 것이에요. 산에 가면 10시간 정도 충분히 걷고 와야 만족감이 느껴지거든요. 지금처럼 하면서 다양한 것도 경험하고 도전하고 싶네요”

김은아/윤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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