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취재]– 농촌 경관·문화적 자산, 농업의 가치를 살린다

농산물 생산 기능만을 담당했던 농업 농촌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존의 생산기능에 더해 각종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도시 소비자를 농촌으로 끌어 들이고 있는 것이다. 체험과 관광을 위해 농촌을 찾는 도시 소비자들은 머무는 동안 숙식은 물론 농산물을 구매함으로써 농촌의 새로운 소득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전국의 농촌지역 지자체는 농어촌 체험마을과 경관농업, 그린투어리즘 등의 활성화를 통해 도시 소비자의 발길을 이끌고자 새로운 농촌 가꾸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경북지역 4개사(경주신문, 성주신문, 경산신문, 영주시민신문)는 국내외 사례에 대한 취재를 통해 아름다운 농촌 경관을 가꾸고 농민들의 소득도 보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영주지역의 경관농업 그리고 농업문화 자산
2. 사람을 불러모으는 경관농업(고창군의 청보리 농장)
3. 지역경제를 살린 경관농업(춘천시와 평창 봉평 메밀꽃 단지)
4. 마을을 살린 경관농업과 농업문화자산(경남 남해 다랭이마을, 하동 꽃천지마을)
5. 해외사례-농업선진국 네덜란드의 경관농업
6. 해외사례- 농부의 삶과 닮아 있는 독일의 경관농업
7. 종합 제언-아름다운 농촌을 만드는 경관농업의 가치를 주목하라

잔세스칸스...네덜란드 상징 ‘풍차’ 그대로 보존
히트호른...전통가옥 그대로 유지 ‘동화같은 마을’


우리에게 ‘풍차’와 ‘튤립’으로 많이 알려진 네덜란드는 유럽 북서부에 위치한 인구 1천700만 명의 작은 나라다. 국토면적이 우리나라의 35%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인구가 적기 때문에 1인당 농지면적은 우리나라보다 많다. 또 농지의 대부분이 삼각주 지역이거나 간척지여서 표토가 깊고 유기질 성분이 풍부해 좋은 토양조건을 갖고 있으며 전국토가 아름다운 경관으로 잘 조성돼 있다.
네덜란드에는 농업선진국인 만큼 다양한 농업 보조 정책이 존재한다. 이같은 정책들이 전 국토를 아름다운 경관으로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최소 3가지 이상의 작물을 재배하고, 농경지의 5% 이상에서 친환경적인 재배방식을 사용하며, 일정 면적의 목초지를 유지하는 농가, △양이나 육용우를 방목해 키우는 농가,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거나 농경지를 친환경적으로 운영하는 농가 등이 보조금 수혜대상 농가다.
이같은 정책 때문에 어디를 가거나 목초지가 잘 정돈돼 있고 한가롭게 풀을 뜯는 가축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튤립’과 ‘물(수로)’, ‘풍차’ 등을 이용해 ‘경관농업’을 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알려져 있다. 그 중 풍차마을 ‘잔세스칸스’와 네덜란드의 베니스 ‘히트호른’ 마을은 농업문화자원을 보존하고 경관을 그대로 유지해 지역주민들이 수익을 올리고 있는 대표적인 경관농업 관광 마을이다.

 

풍차마을
풍차마을
풍차마을

▲ 친환경마을 풍차의 마을 잔세스칸스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북쪽으로 13km 떨어진 잔 강변에 위치한 잔세스칸스는 ‘풍차마을’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의 전형적인 옛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곳으로, 네덜란드의 명물인 풍차와 양의 방목으로 유명하다. 잔세스칸스가 친환경 마을로 불리는 이유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물과 바람을 이용한 풍차 농업을 해왔고 지금까지 그 전통을 계승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18세기에는 700여 개가 넘는 풍차가 있었지만 산업혁명의 기계화에 밀려 지금은 관광용으로 몇 개만 남아 있다. 17~18세기의 목조 가옥과 크고 작은 풍차들이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어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잔강(江) 건너 왼쪽에는 보트 승강장과 풍차가 있고 강에서 조금 떨어진 다른 쪽에는 나막신을 만들어 파는 가게와 예쁜 음식점 등이 있다. 목장 앞의 치즈 공장에서는 맛있는 치즈와 우유를 맛볼 수 있고 풍차의 내부도 견학할 수 있다. 풍차는 전력을 만드는 풍차, 곡식가루를 만드는 풍차, 역전현상을 없애는 풍차 등이 있다.
네덜란드는 바다가 지면보다 높고 바람이 자주 불어 물과 바람을 이용하는 풍차가 많다. 바람으로 풍차의 전력을 만들어 사용하고, 낮은 곳에서 물을 끌어올려 풍차를 돌려 곡식을 빻고, 기온역전현상으로 냉해를 볼 수 있는 지역특성상의 문제를 해결했다. 지리적 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풍차를 만들었고, 그 풍차를 이용해 농업의 효율성을 높인 것이다.
특히 자전거 도로가 잘 돼 있어 자동차 보다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곳곳에는 자동차 주차장 보다 자전거 주차장이 더 많다. 전통적인 지역인 만큼 이곳에서는 전통상품인 나막신과 치즈를 직접 생산하는 곳으로 먼저 1차농업을 볼수 있고, 기계화된 기술을 통해 다량 생산되는 2차농업, 직접 시장을 열어 직거래 서비스를 하는 3차농업이 이어지고 있다. 관광객이 이 모든 과정을 직접 참여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대표적 특산품인 치즈를 비롯 다양한 디자인의 나막신, 나막신과 풍차를 모티브로한 열쇠고리, 볼펜, 종, 티셔츠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전통과자인 스트룹와플 등 다양한 상품들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나막신을 제작하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고 설명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관광객의 참여를 높이고 구매율도 높이고 있다. 젖소, 염소, 양의 젖으로 만든 다양한 치즈를 시식해 보고 구매할 수 있다.

 

히트호른
히트호른

▲ 도로가 없는 네덜란드의 베니스-히트호른 마을(Giethoorn)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160㎞ 가량 떨어진 히트호른 마을은 인구 2천400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네덜란드의 베니스’, ‘북쪽의 베니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스머프 마을’이란 이름이 더 유명하다. 마을이 마치 만화영화에 나오는 스머프마을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마을에는 도로가 없고 현대 운송수단의 소음이 없다. 대신 운하와 176개의 다리가 있으며, 유일한 운송수단은 모두 배다. 관광객들은 마을 입구에 차를 두고 들어오며, 이 마을 관광은 배를 타야 한다.
마을 앞 어귀에서 단체관광객을 위한 배가 시간대별로 운행되고 있다. 물론 개인관광객을 위한 작은 보트도 대여하고 있다. 최근 중국 관광객들이 넘쳐 나고 있고 성수기 때는 하루동안 1천 200여 대의 크고 작은 배가 왔다갔다할 정도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마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이 매년 15~20만명 가량이 이 마을을 찾고 있고 지난 한 해 동안 14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이 마을은 1179년 대홍수로 대다수 지역이 물에 잠기면서 식물이 장기간 물속에 잠겨 생성된 이탄(Peat)을 채굴해 먹고사는 주민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의 수로는 끊임없는 굴착의 결과로 생긴 것으로 이후 운하가 생겨났다.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동화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예쁜 정원이 있는 아담한 집들이 나타난다. 갈대로 지붕을 이은 오래된 네덜란드 전통 주택과 카페나 식당, 기념품 가게, 펜션 등이 즐비하다. 모두 개인 소유이기 때문에 수익은 모두 개인이 갖는다. 더 깊숙이 들어가면 커다란 호수가 나오는데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느낌을 받는다.

[미니인터뷰] 시몬 에멘스 ‘더치 사이클링 엠버씨’ 업무책임자 

자전거 타고 구경하는 ‘농업경관’, 자전거 도로는 ‘완벽’
네덜란드는 자전거 국가다. 수도 암스테르담을 비롯 풍차의 마을 잔세스칸스나 히트호른 등 네덜란드의 주요관광지는 모두 자전거 한 대로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자전거도로가 완벽하게 개설돼 있다.국민 1인당 1.3대의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민의 84%가 자전거를 이용할 정도로 자전거 교통 분담율 36%에 달한다. 다시 말하면 자전거 한 대로 모든 관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네덜란드 자전거 대사관인 ‘더치 사이클링 엠버씨(Dutch Cycling Embassy)’는 네덜란드 자전거 산업, 자전거 인프라(자전거 도로 및 자전거 주차 시설 등) 및 자전거 문화를 알리고자 설립된 기관이다.
델프트 공대 창업 보육센터 내에 위치해 있는 더치 사이클링 엠버씨에서 프로젝트 코디네이트(project coordinator.업무 책임자) 시몬 에멘스(Simone Emens MSc)씨를 만나 네덜란드 자전거 문화 및 농촌관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더치 사이클링 엠버씨’란?
자전거 이용 인구가 많은데다 네덜란드 도로 인프라에 자전거길이 포함돼 있어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관리할 별도의 기관이 필요했다. 5년 전 건설교통부가 출자해 설립됐으며 회원사가 60곳이다. 중앙정부, 지자체, 자전거 관련 민간 사업체, 정부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이들 기관들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다.

▲ 하는 일은?
자전거 관련 정부 정책 수립에서부터 각 나라의 벤치마킹에도 성실히 응대해주고 실제 자문도 해주고 있다. 사무국 형태로 일하는 직원은 4명이다.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자전거를 누구나 탈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자전거 홍보대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자전거를 활용한 농촌관광활성화 사례는
자전거 관광 플렛폼 홈페이지가 매우 활성화 돼 있다. 각 시군 지자체와 주요명소를 연계해 다 가볼수 있다. 역이나 터미널 그리고 호텔, 자전거 보험, 자전거 수리점 등의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전거를 두 대씩 보유하고 있는데 하나는 출퇴근용, 또다른 하나는 여가용이다. 기후 조건이 좋은데다 국토의 대부분이 평지이기 때문에 쉬는 날이면 자전거를 타고 농촌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이 있다.

[미니인터뷰] 엘코 바덴부르그 환경 컨설팅회사‘브로 바덴부르그’ 대표

자전거 ‘따르릉’ 소리와 새소리 들리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
네덜란드 쿨렘부르그에 위치한 ‘브로 바덴부르그(Bureau Waardenburg)’는 생태, 자연, 환경 및 경관 디자인 분야의 직원 115명이 근무하고 있는 민간 최대 컨설턴트 회사이다. 생물학자로 생태관련 정부사업에 참여했던 아버지가 1979년에 설립했으며 현재 아들인 엘코 바덴부르그가 4~5년 전부터 이어 받아 대를 잇고 있다.

▲ 회사를 소개해 달라
네덜란드 최초 생태연구 기관으로 생태관련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다. 수십년 간의 데이터를 모아 모니터링 해 파괴된 곳은 다시 복원하는 솔루션을 갖고 있다. 또 해상 풍력 단지 건설에도 참여했고 도시나 농촌 경관 복원 사업이나 조류생태 관련 일 등 정부와 민간 기업의 위임을 받아 매년 700건이 넘는 프로젝트를 정기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가령 북해가 말라간다며 좋은 환경개선 방법에 대해 정부가 물어오면 다년간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우리 회사의 중요업무 중 하나이다.

▲ 주요 프로젝트와 성과는 어떤 것이 있나
노테르담 아래 쪽 물이 항상 범람했다. 1953년 1년 이상 물에 잠겨 있는 등 큰 수해를 입었다. 이후 정부차원에서 댐을 만들었는데 고기가 죽는 등 재앙이 닥쳤다. 당시 젊은 공학도와 함께 수문을 만들어 물(염수)이 드나들도록 보를 만들어 다시 환경을 살려 낸 적이 있었다. 해상 풍력단지를 건설하면서 바다 및 생태를 조사하고 발전기 기둥이 생기면서 황폐화됐던 바다가 새롭게 태어나기도 했다. 다년간의 노하우로 생태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운하에 많은 배가 지나가고 하니까 시민들은 깨끗한 강을 원한다. 처음엔 운하 관리당국이 자주 청소했지만 지속되지는 못했다. 우리회사에서 수질 정화가 뛰어난 맹그로브 나무를 식재한다거나 나무나 인공구조물을 집어 넣어 물고기가 살고 새가 찾아오도록 생태를 복원하기도 했다.

▲ 네덜란드의 경관 농업은
도시 안에 녹지가 있으면 물과 공기가 좋아지기 때문에 녹지공간 조성이 상당히 중요하다. 녹지공간을 전에는 도시 바깥쪽에 많이 했지만 지금은 도시 내부에 조성하고 있다. 초록색 내추럴 하이웨이 즉 자연고속도로를 만들고 있다. 요즘 태양광을 많이 설치하는데 잘못된 장소에 하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한다. 태양광 단지 옆에 꽃을 심을 경우 생태도 살리고 경관도 함께 보존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인간의 삶 때문에 파괴되는 생태는 다시 복원하기 힘들다. 도시 내에서 따르릉 하는 자전거 소리와 새소리가 들리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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