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취재]– 농촌 경관·문화적 자산, 농업의 가치를 살린다

농산물 생산 기능만을 담당했던 농업 농촌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존의 생산기능에 더해 각종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도시 소비자를 농촌으로 끌어 들이고 있는 것이다. 체험과 관광을 위해 농촌을 찾는 도시 소비자들은 머무는 동안 숙식은 물론 농산물을 구매함으로써 농촌의 새로운 소득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전국의 농촌지역 지자체는 농어촌 체험마을과 경관농업, 그린투어리즘 등의 활성화를 통해 도시 소비자의 발길을 이끌고자 새로운 농촌 가꾸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경북지역 4개사(경주신문, 성주신문, 경산신문, 영주시민신문)는 국내외 사례에 대한 취재를 통해 아름다운 농촌 경관을 가꾸고 농민들의 소득도 보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영주지역의 경관농업 그리고 농업문화 자산
2. 사람을 불러모으는 경관농업(고창군의 청보리 농장)
3. 지역경제를 살린 경관농업(춘천시와 평창 봉평 메밀꽃 단지)
4. 마을을 살린 경관농업과 농업문화자산
   (경남 남해 다랭이마을, 하동 꽃천지마을)

5. 해외사례-농업선진국 네덜란드의 경관농업
6. 해외사례- 농부의 삶과 닮아 있는 독일의 경관농업
7. 종합 제언-아름다운 농촌을 만드는 경관농업의 가치를 주목하라

남해다랭이마을
남해다랭이 밥무덤
남해다랭이석물

자연환경과 농민의 삶을 자산으로 만든 ‘다랭이마을’
매년 꽃 천지로 변하는 ‘하동 꽃천지마을’ 농촌명소 ‘인기’


▲ 자연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남해군 다랭이마을
남해는 통영과 여수로 이어지는 한려수도의 중심지이다. 육지와 남해를 잇는 남해대교를 지나 남해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바다 벼랑 끝에 걸려 있는 남면 가천리 다랭이마을(국가지정 명승지 제15호)이 눈 안에 들어온다. 바다풍광과 손바닥만 한 680여개의 다랭이 논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가천 다랭이마을은 어려웠던 시절 주민들이 가파른 비탈을 개간해 만든 다랭이 논들이 오랜 세월을 뒤로하고 지금은 경남의 대표적인 농촌경관관광지로 자리를 잡고 있다. 
‘산골짜기의 비탈진 곳 따위에 있는 계단식의 좁고 긴 논배미’를 ‘다랑이’라고 하는데 지역에 따라 ‘다랭이’ ‘달뱅이’라고도 부른다. 한때 100가구가 넘었지만 현재 54가구에 100여명 남짓 살고 있다. 해변과 농촌풍광이 어우러진 아름다움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환경부는 2002년 ‘자연생태보존우수마을’로 선정했고, 문화재청은 2005년 마을 전체와 다랭이 논을 포함해 국가지정 ‘명승지 15호’로 지정했다. 또 농림수산식품부도 ‘색깔 있는 마을’로 선정했다. 이러한 유명세로 인해 매년 3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한때 벼와 마늘농사가 주 생업이었지만 농촌경관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허름한 집을 수리하고, 담벼락에 아름다운 농촌의 일상을 그림으로 꾸몄다. 지금 마을에는 28개의 민박형 팬션과 식당들이 들어서 관광객들이 머물면서 농촌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했다.
다랭이마을은 다랭이마을보존회에서 일부 지역에 한해 경관용 벼농사를 짓고 있으며 가을에는 경관용 유채를 심어 4월경 관광객들에게 유채꽃이 만발한 다랭이마을의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 농가들은 마늘 농사를 많이 짓고 있으며 현재는 탐방로를 일부 구간에는 허브를 심어 새로운 변화를 보이고 있다.
다랭이마을이 아름다운 농촌자연경관에다 민간신앙이 남아 있는 곳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마을 아래에 있는 거대한 ‘가천암수바위(경남 민속자료 제13호)’는 높이 5.8m, 둘레 1.5m의 숫바위와 높이 3.9m, 둘레 약 2.5m의 암바위로 우리나라 성기 바위로는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바위는 마을의 풍요와 다산을 빌었던 민간신앙 연구의 중요한 민속자료로 평가 받고 있다. 또 이 마을에는 쌀에 대한 애착이 신앙으로 변모했다는 ‘밥무덤’이 있다. 마을 중앙과 동·서쪽 3곳의 ‘밥무덤’이 있는데 매년 음력 10월 15일 마을중앙에 있는 ‘밥무덤’에 주민들이 모여 풍작과 풍어를 기원하고 마을의 안녕과 태평을 기원하는 동제를 지내고 있다. 다랭이마을에선 도시관광객들이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고유한 농촌전통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년 전 그동안 이어오던 벼 축제가 중단되긴 했지만 연중체험으로 시골학교 캠프파이어, 전래놀이, 소쟁기질체험, 마을 둘러보기 등이 있다. 기간별로는 시금치, 유채 캐기(10월~2월), 모내기, 서래질 체험(6월), 고구마 캐기(10월~11월), 미꾸라지잡기(5월~9월), 손그물낚시, 뗏목타기, 래프팅(5월~10월), 꼬마 홍합, 고동잡기(10월~1월) 등을 즐길 수 있다.  올해는 6월 초에 제1회 다랭이마을 유채씨 나눔행사를 열어 유채씨 주머니 탈곡체험에 참가한 이들에게 유채씨를 나눠주는 행사도 열었다.

하동꽃천지마을

▲ 하동북천 봄에는 꽃양귀비축제, 가을에는 코스모스·메밀꽃 축제
70여 가구, 13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하동군 북천면 직전리 일대는 봄과 가을 두 차례 꽃 천지로 변한다. 이 지역에는 5월에는 꽃양귀비축제, 9월과 10월초에는 코스모스·메밀꽃축제가 열려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10월~11월초에는 동계작물인 꽃양귀비를 파종해 5월 개회시기에 맞춰 꽃양귀비축제를 개최한다. 열흘 동안 열리는 축제기간에는 북천면 직전지구 일대 16.5ha가 울긋불긋 다양한 꽃양귀비 천지로 변한다. 지난 5월 18일~27일까지 열흘간 열린 ‘제4회 하동북천 꽃양귀비축제’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처음 꽃양귀비축제를 개최한 2015년에는 13만1000여명이 불과했던 관광객이 3년 뒤인 2017년에는 54만900여명으로 4배나 늘었다. 하동군 관계자는 “이 축제로 인해 지난해 11억원의 직접소득과 133억8600만원의 지역경제파급효과 거뒀다”고 밝혔다.  코스모스·메밀꽃축제는 직전·이명지구 일대 40ha에 코스모스는 7월말, 메밀은 8월 초 파종해 9월말~10월초 개화기기에 맞춰 축제를 연다. 2007년 시작한 이 축제는 전국에서도 인기 축제다. 하동군은 “지난해 축제기간에 121만3000여명의 관광객이 찾았으며 42억4100만원의 직접소득과 305억300만원의 지역경제효과를 거두어 경관농업 성공 사례로 꼽고 있다”고 전했다.
경관작물을 이용해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축제는 하동북천 코스모스·메밀꽃 영농조합법인(대표 문면근)에서 주최·주관하고 있다. 조합법인은 이사 10명, 조합원 40명으로 구성돼 있다. 경관보전 직불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축제는 농촌의 정취와 경관을 체험할 수 있으며 꽃으로 둘러싸인 5.3km의 레일바이크 구간은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축제기간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체험 및 전시행사에 참여할 수 있으며 직전메밀작목반에서 직접 만든 메밀묵, 메밀전병, 메밀전, 메밀차 등 먹거리를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또 마당극, 콘서트, 코스모스 압화 만들기, 미꾸라지잡기 등 다양한 공연과 농촌 체험프로그램도 준비해 관광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동북천 코스모스·메밀꽃 축제는 2009년~2011년 농림부 지정 우수축제 선정, 2012년 농림수산식품부 경관우수마을 콘테스트 최우수상 수상, 2016년 농림축산식품부 농촌관광코스 선정 등 농촌경관 대표 축제로 평가 받고 있으며 올해는 경남도의 대표축제로 선정돼 축제를 준비 중이다.

[미니인터뷰] 김동성 남해군 남면 가천리 이장
“소중한 자산,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 필요할 때다”

가천 다랭이마을은 현재 마을의 역사적 가치와 농촌자연경관을 지키기 위해 다랭이마을보존회가 주축이 돼 활동하고 있다.

보존회에서 주축인 김동성(62) 이장은 5대에 걸쳐 이 마을에서 살아 왔다고 했다. 김 이장은 “다랭이마을이 명승지로 지정된 것은 우리나 후손들에게 복 받는 마을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에 따른 보존은 세월이 지나면서 농촌 고령화와 노동인력 부족으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마을보존회에서 일부 다랭이 논에 벼를 심어 가을 농촌경관을, 10월에는 유채를 파종해 이듬해 봄에는 유채꽃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고 있다. 또 개인별로 마늘 농사를 하고 있다”면서 “이마저도 일손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이장은 다랭이마을의 미래에 대해 “현재 유네스코 자연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매년 개최했던 벼 축제도 여러 사정으로 2년 전에 중단된 것이 너무 아쉽다”며 “다랭이마을 관리를 위한 지원만 제대로 된다면 다랭이 논의 보존과 관리는 훨씬 체계적으로 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이장은 “논 농사기간에는 연중 농촌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봄에는 유채꽃 축제를 개최한다면 연중 아름다운 농촌경관관광지로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니인터뷰] 문면근 하동북천 코스모스·메밀꽃 영농조합법인 대표
“경관보전직불제사업으로 일 년에 두 번 열리는 꽃 축제로 성장”
농촌 고령화로 인한 농업환경 변화는 하동군 북천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경관농업에 눈을 돌리게 한 것은 행정이었고 주민들이 주축이 돼 오늘날 하동 북천면 꽃천지마을이 생겼다. 

경관보전직불제사업으로 매년 봄, 가을에 열리는 하동 꽃양귀비축제, 코스모스·메및꽃축제는 ‘하동북천 코스모스 메밀꽃영농조합법인(대표 문면근)’이 주관하고 있다. 문면근(63) 대표는 “2006년 당시 면장님이 경관보전직불제사업으로 코스모스를 논에 심는 것을 제안했다. 처음 6ha에 코스모스를 심었지만 2007년부터 40ha로 면적을 확대해 축제를 개최하면서 정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우리 지역은 쌀농사가 대부분이어서 쌀농사 대신 다른 작물을 논에다 키운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곳이었다. 논농사에 평생을 살아오신 마을 어르신에게 논에 꽃을 심자는 말씀을 드리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경관작물을 재배하면 소득손실액을 보전해주는 경관직불제에 대해 이해시키고 설득해 마을 어르신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가을에 열리는 코스모스 메밀꽃 축제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70만 명이 넘는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면서 정착되자 4년 전 군수께서 가을에 파종해 봄에 꽃을 피울 수 있는 꽃양귀비 재배를 제안해 마을 주민들과 논의해 심고 축제로 연결시켰다”면서 “이제는 하동 북면은 봄과 가을 꽃 2모작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꽃마을이 됐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또 “앞으로 휴식 공간, 꽃길조성 등 편의시설을 더 보완해 관광객들이 불편함이 없는 축제로 만들겠다”며 “무엇보다 축제를 통해 주민들에게 수익이 돌아 갈 수 있는 방안을 하나씩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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