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으로 웃음 짓는 삶[11] 배움으로 재능 기부하는 김상복 회장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전체 82.4년을 산다. 남자는 79.0년, 여자 85.5년이다. 1970년부터 매년 평균수명은 5.5개월씩 늘어나고 있다. 시대는 변화되고 점점 노년의 삶이 늘어나면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역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다양한 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퇴직 전후 수료·자격증 50여개 취득
다양하게 배운 지식 연계로 재능기부


어린 시절에는 새로운 배움으로 시작했고 20대에는 미래를 위해 배웠고 이후에는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 배웠다. 그리고 노년을 앞두고는 누군가를 돕고 나누기 위해 배운다. (사)선비문화발전연구회 김상복(70) 회장의 퇴직 전과 후의 이야기다.

어린아이들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를 만나고 있는 그는 배움을 통해 새로운 것을 깨달아가고 다시 알리고 베푸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났다.

 

▲보람과 기쁨의 시간

김 회장은 2014년 남산초등학교를 마지막으로 퇴직했다. 첫 교직생활은 고향 영주가 아닌 상주의 화령초등학교에서 시작했다. 1970년 22세 때이다. 풋풋하고 열정 가득했던 청년은 여러 지역을 돌며 근무했다.

교직생활에 많은 추억, 보람이 있지만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제자인 박태건(개명 전 박봉고) 씨와의 추억이다. 봉화 석포초에서 인연이 닿은 제자는 현재 강원도청 소속 육상선수로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교감이 되기 전 교사로 마지막을 보낼 때 맡은 학생이에요.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웠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재능이 많던 제자였지요. 그때도 눈에 띄는 실력으로 ‘넌 잘될 거다. 국가대표가 될 것’이라고 말해줬었어요. 그 제자가 정말 국가대표가 됐어요. 정말 자랑스럽고 가장 기쁜 일이에요”

보람도 많다. 봉화 춘양초등학교장으로 ‘불 밝히는 도서관’을 운영해 방송국에서 취재도 나오고 춘양초 100주년 기념관 건립과 더불어 지역에 대해 소개하는 춘양목 교과서를 발간했던 것도 보람으로 다가온다고. 영덕군 지품초·중학교에서는 교감은 2명이고 김 회장이 단일교장으로 근무했던 것도 특별했다. 퇴임하기 전 남산초체육관을 건립해 학교숙원사업을 마무리 지어 놓아 기뻤다고 한다.

 

▲다양한 지식 쌓기로

그는 교직에 몸담으며 인성교육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에 2013년 (사)선비문화발전연구회 초대회장을 맡아 지금까지 다양한 선비인성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인성교육활동의 본격적인 시작은 퇴직 전에 참가한 동양대학교 경북선비아카데미 선비양성 전문과정을 수료하면서 부터이다. 2016년에는 소수서원학맥계승 선비인성프로그램인 사마선비과정으로 생원반 진사반에 참가해 수료했다.

“영주는 선비의 고장으로 내가 교육계에 있다 보니 선비에 대해 알리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에 마침 인성교육진흥법도 공표된 시점이었고요. 경북선비아카데미 수료 후 수료생들이 의견을 같이해 영주와 지역아이들을 위한 선비인성교육활동을 진행했어요. 시 예산지원으로 경로당, 초중고 학교를 다니며 강의하고 프로그램 시연에도 참여하고 있죠”

안자육훈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교육하고 있는 그는 2013년부터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시민운동장 회의실에서 강사들과 모여 강의시연으로 지속적인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1만 시간 정도를 하면 선비인성전문가가 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그는 책을 많이 보는 것만이 선비가 아닌 행동하고 실천하는 지성인이 현대적 선비라고 생각한단다.

물질문명과 정신적 빈곤에 농업으로 치유가 필요하다는 그는 2013년 영주치유농업발전연구회에도 들어갔다. 산림, 원예, 동물, 음식, 선비, 체험마을 등 6개 분과로 나눠져 있는 가운데 이중 선비문화치유분과 장을 맡아 회원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선비분과 회원은 45명 정도에요. 염색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올해는 쪽염색을 위해 80평 정도에 쪽을 심었죠. 농장을 운영하는 회원이 있는데 체험 장소로 연계활용도 생각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그는 퇴직 전후로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수료증을 받았다. 이를 모아놓은 두꺼운 파일을 열어보니 숲해설사, 원예심리상담, 심리상담사2급, 학교컨설턴트, 레크레이션, 노인건강, 웃음치료 등등 50여 가지나 된다. 어떤 것이 쓰여질지 몰라 다양하게 배웠단다.

이런 노력이 선비인성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도, 지난 3년간은 동산여중에서 전문직업인 교육기부강사로 활동할 때도, 지난해부터 시작한 영주YMCA 성인문해학교에서 중등과정 강사로 수학을 지도하면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단다. 성인문해학교는 교사출신이라고 해도 평생교육진흥원에서 교육이수를 해야 강사로 활동할 수 있다.

“지금은 노년의 제자들이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에요.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라(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고 했잖아요.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처럼 80세 전후의 연세에도 배움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고 계셔서 가르치는 사람으로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배워서 남에게 주기

자신이 즐기며 배운 것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며 보람으로 느끼는 그의 하루, 일주일은 바쁘게 돌아간다. 오래 해온 신앙생활로 새벽 5시전에 일어나는 것은 그에게는 일상으로 자전거를 타고 새벽길을 달리니 자연스레 건강관리가 된다.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아해 얼마 전에는 명품요양병원 강의실에서 열리는 KBS노래교실에 매주 월요일마다 2개월 동안 다녔다. 90% 여성들이었으나 자신이 즐거우니 크게 불편함도 없었다고.

“여유시간에는 선비도서관에 가서 책도 보고 영주YMCA 성인문해학교 수업연구도 해요. 잡념보다는 늘 바쁘게 움직이려고 하죠”

수요일은 영주YMCA 성인문해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성인문해학교의 학생들은 1년 450시간 이상을 이수하고 3년 1350시간을 이수하면 중등졸업 자격이 주어진다. 월, 화, 수요일에 수업이 진행된다.

“어른들은 늦었지만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어요. 가르치는 보람이 무척 크죠. 저도 그 어른들에게 인생을 배워요”

그는 “배워서 남 줘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스스로의 성장을 위한 것으로 ‘위기지학(爲己之學)’을 했다면 ‘위인지학(爲人之學)’으로 이제는 배워서 지식을 나누고 베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이 국가의 혜택을 받고 살아왔으니 이젠 위인지약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신조라고 했다. 사)선비문화발전연구회 회장인 그는 평생교육과 배움을 나누는 것의 일환으로 영주시평생교육지도자협의회, 영주시치유농업발전연구회 선비문화분과와 공동주관으로 지난해부터 영주한국선비문화축제에서 ‘어르신 골든벨’을 2회째 열었다.

상록봉사단에도 소속돼 월 1회 8가정에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으며 2014년 퇴직한 동기들과 ‘일사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한 달에 한번씩 1박2일로 전국문화기행도 다녀온다.

“가끔씩 여가시간도 가지며 시간을 나눠 바쁘게 살아가려고 해요. 앞으로도 배우고 나누고 베풀며 즐기는 인생으로 살아갔으면 하는 것이 바람입니다”

김은아/윤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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