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취재] 농촌 경관·문화적 자산, 농업의 가치를 살린다

농산물 생산 기능만을 담당했던 농업 농촌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존의 생산기능에 더해 각종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도시 소비자를 농촌으로 끌어 들이고 있는 것이다. 체험과 관광을 위해 농촌을 찾는 도시 소비자들은 머무는 동안 숙식은 물론 농산물을 구매함으로써 농촌의 새로운 소득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전국의 농촌지역 지자체는 농어촌 체험마을과 경관농업, 그린투어리즘 등의 활성화를 통해 도시 소비자의 발길을 이끌고자 새로운 농촌 가꾸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경북지역 4개사(성주신문, 경주신문, 경산신문, 영주시민신문)는 국내외 사례에 대한 취재를 통해 아름다운 농촌 경관을 가꾸고 농민들의 소득도 보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영주지역의 경관농업 그리고 농업문화 자산
2. 사람을 불러모으는 경관농업(고창군의 청보리 농장)
3. 지역경제를 살린 경관농업(춘천시와 평창 봉평 메밀꽃 단지)
4. 마을을 살린 경관농업과 농업문화자산(경남 남해 다랭이마을, 하동 꽃천지마을)
5. 해외사례-농업선진국 네덜란드의 경관농업
6. 해외사례- 농부의 삶과 닮아 있는 독일의 경관농업
7. 종합 제언-아름다운 농촌을 만드는 경관농업의 가치를 주목하라


춘천, 막국수 홍보 차원 매년 7ha 조성 ‘인기’
봉평, ‘소설+메밀꽃+주민열정’ 관광객 대거 몰려


강원도 춘천시와 평창군은 경관작물인 ‘메밀꽃’을 ‘막국수’와 ‘이효석문화축제’ 테마로 잡고 있다. 춘천시는 메밀을 심어 꽃피는 6월과 막국수축제가 열리는 8월에 메밀꽃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한 평창군도 봉평면 일대 25만평에 메밀을 심어 9월 이효석 문화축제에 꽃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관농업의 대표적인 지역으로 소개되는 곳이다.

▲막국수의 고장 춘천, 메밀꽃 단지 조성 이유는
춘천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바로 ‘닭갈비’와 ‘막국수’다. 이 중 막국수는 화전민들이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을 심어 국수를 만들어 먹은 데서 유래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다.
막국수의 시초는 화전민들이 끼니를 때우려고 ‘마구’ 뽑은 거친 국수였다. ‘금방 막 눌러 바로 먹는다’고 해 막국수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막국수의 유래에 관해 ‘춘천백년사’에는 ‘19세기 말 을미의병 당시 춘천의병들이 일본군을 피해 가족과 함께 깊은 산으로 들어가 화전을 일구고 조, 메밀, 콩으로 연명해야 했으며 1910년 경술국치 이후로도 화전을 떠나지 않았고 수확한 메밀을 읍내로 들고 나와 팔기 시작하면서 춘천에 메밀을 이용한 막국수가 자리 잡았다’고 기술돼 있다.
과거 춘천 지방 농촌에서는 특별한 손님이 오면 맷돌에 메밀을 갈아 국수를 뽑아 대접했는데 한국전쟁 이후 생활고를 해결하려고 국수를 만들어 팔던 게 대중화의 시초라고 한다. 강원도는 화전민이 많아 다른 곳에서도 흔히 해먹는 음식인데, 1960년대 정계의 거물이었던 정일권, 김종필 등이 춘천에 오면 꼭 막국수를 먹고 갔다고 해 춘천막국수가 유명해졌다는 설도 있다.
이처럼 막국수가 춘천 지역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가운데 메밀꽃을 활용한 경관농업도 이를 크게 뒷받침하고 있다. 춘천시는 3년 전 부터 자체 예산 1억원을 들여 춘천지역 대표 먹거리 막국수의 주 원료인 메밀을 활용한 경관용 메밀단지를 서면 신매리 741번지 일원에 7㏊ 가량 조성해 춘천막국수를 홍보하고 지역 관광 명소로 활용하고 있다. 상하반기로 두차례에 나눠 뿌려지는 메밀 씨앗은 6월과 9월에 꽃이 만개해 막국수를 전국에 알리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시는 이곳에 주차장과 원두막(3동), 포토존(장승, 솟대, 바람개비, 허수아비), 간이화장실 등을 갖춰 관광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이곳에서 수확하는 메밀씨앗은 따로 판매하지 않고 다음 해에 종자로 활용하고 있다. 
춘천시청 관광정책과 서재호 주무관은 “서울 등 수도권과 철도나 고속도로를 이용한 접근성이 좋아져 가족과 연인 단위 방문객은 물론 유치원생 등의 단체 현장체험학습이 줄을 잇고 있다”며 “주중에는 500여명, 주말엔 1천여 명의 관광객이 메밀 꽃밭을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봉평 메밀꽃 필 무렵 ‘관광객은 즐겁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은 ‘메밀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븟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노래한 이효석 선생의 ‘메밀꽃 필 무렵’이 탄생한 곳이다. 소설 속 배경인 봉평에서는 매년 메밀꽃이 피기 시작하는 9월이면 소설가 이효석을 기리기 위한 축제인 ‘효석문화제’가 열린다. 1999년부터 시작된 문화제는 올해 꼭 20회 째로 백일장, 시화전, 문학의 밤, 전통 메밀 음식 만들기, 소설 속 메밀꽃밭 둘러보기와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돼 매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14년부터 4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축제로 선정됐고 올해 최우수 축제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
‘효석문화제’가 더욱 의미있는 이유는 메밀꽃 재배와 축제 준비를 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열정으로 준비한다는 점에 있다. 또한 지역, 문학, 전통 이 세가지의 만남이 효석문화제만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방문객들은 이러한 축제에 참여하면서 감동, 추억, 즐거움, 소설 속 장면을 체험하는 경험을 더할 수 있다. 특히 소설 속 허생원이 돼 볼 수 있도록 마을 곳곳과 산비탈 이곳저곳에 조성한 메밀밭에 오솔길을 내고 나귀를 매어 두어 ‘메밀꽃 필 무렵’의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올해 이뤄질 축제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반으로 동반 성장하는 세계 축제를 지향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봉평의 메밀밭은 전국의 여느 메밀꽃과는 다른 차별성으로 인해 연간 300만 명 이상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9일간의 축제기간에만 50만 명이 찾고 있다고 한다.
지역내 각계각층 인사 130여명으로 구성된 ‘이효석문학선양회’는 이효석 선생의 생가를 복원하고 그의 문학적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장의 문화적 토양 위에 메밀꽃밭의 아름다운 경관을 더해 봉평만의 특색있는 축제인 지금의 ‘효석문화제’를 만들어 냈다.
경관작물인 메밀꽃 재배는 처음 2만여평에 불과했지만 지금 현재 25만평이 넘는다. 이효석문학선양회에서 5개 메밀 작목반을 관리하고 거름이나 로타리 작업도 직접 해주고 있다. 9월이 되면 봉평은 그야 말로 메밀꽃 천지다. 
이효석문학선양회 김성기 본부장은 “1990년에 처음 시작된 문화마을 사업은 물레방아 등을 설치하기는 했지만 특별한 볼거리가 없었다”며 “97년부터 메밀꽃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와 본격적으로 메밀밭을 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봉평은 봉평면 창동리 일대 2만6천418㎡에 지난 2015년부터 모두 100억원을 들여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과 소설 속 등장 인물 등을 재현한 4계절 테마 관광지 ‘효석달빛언덕’ 공사에 대한 마무리가 한창이다. 주요 건물을 낮고 넓직하게 설계해 지붕위에도 메밀을 식재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메밀경관과 이효석의 문학, 그리고 주민들의 열정이 합쳐져 새로운 관광에너지를 계속 만들어 내고 있는 국내 경관농업의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을 받는 이유다.

[미니인터뷰] 춘천막국수협의회 영농조합법인 홍웅기 대표
“춘천 막국수, 메밀꽃 경관단지가 효자 노릇”
‘춘천막국수’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춘천막국수협의회영농조합법인(이하 ‘막국수영농조합법인’) 홍웅기 대표(53.춘천막국수 식당 운영)의 말이다. 막국수영농조합법인은 1999년 춘천막국수축제를 치르면서 춘천시가 막국수 관련 단체의 필요성을 느껴 당시 막국수 식당을 운영하던 종사자들에게 설립을 요청해 창립된 ‘춘천막국수협의회’ 회원 36명이 2003년에 공동으로 출자해 만든 영리법인이다. 이 달에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되면 판로 확대, 공공구매 활성화 등의 지원이 뒤따른다.
“막국수라는 이름은 막(아무렇게나) 만들어 먹는 국수라서 붙은 것이 아닙니다. 반죽하자마자 신선할 때 바로(막.금방) 눌러서 먹는 국수가 막국수입니다.”

홍 대표는 “제분업자들이 여름철에는 값을 비싸게 받거나, 함량이 맞지 않는 메밀가루를 공급하는 것을 보고 직접 제분을 하자는 생각에 영농조합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직접 제분을 하면서 동시에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는 막국수영농조합법인은 업소용 메밀가루와 소비자 메밀가루, 메밀쌀, 메밀차 등을 영농조합 자체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또 메밀종자 보급사업과 함께 춘천시에서 생산되는 메밀을 전량 수매하는 것도 주요사업 중의 하나이다.
특히 매년 열리고 있는 닭갈비막국수축제에서도 막국수 체험관을

운영하면서 막국수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몰랐던 부분을 알려주고 있다. 막국수박물관을 시로 부터 위탁 받아 운영하고 있는 것도 메밀 산업 종사자들이 직접 메밀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 주기 위함이다.

홍 대표는 “시부지였던 신북면 신매리 메밀 꽃밭이 그동안 막국수의 고장을 홍보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지만 문화재 발굴로 인해 올해 하반기부터 메밀식재를 하지 못해 아쉽다”며 “소양강댐 가는 방향 등 큰 도로가에 경관용 메밀을 재배할 수 있는 대체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춘천하면 생각나는 것이 막국수나 닭갈비인데, 먹거리도 춘천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브랜드인 만큼 춘천막국수를 세계적인 음식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니인터뷰] 이효석문학선양회 김성기 본부장
“지역특성 맞는 경관 조성이 성공의 관건”
“어느 지역에서든 메밀꽃밭 조성과 체험거리는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지만 봉평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토양은 흉내 낼 수 없습니다. 각 지역의 문화적, 생태적 토양에 어울리는 경관이 조성돼야 관광사업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 봉평 효석문화제를 전국 최고의 명품 축제의 반열에 올려놓는데 크게 일조한 이효석문학선양회 김성기 본부장의 말이다. 봉평을 찾은 지난 14일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김 본부장은 폭염으로 인해 말라가고 있는 잔디밭에 물을 주기위한 작업에 몰두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김 본부장은 “단순한 메밀 경관만으론 관광객 유치는 한계에 부딪쳤을 것”이라며 “봉평의 메밀은 가산 이효석 선생의 문학적 토양을 자양분으로 차별화를 이뤘고 이러한 문학적 토대를 계속 이어 나가면서 봉평 그린투어리즘이 꽃을 피웠다”고 말했다.
또한 김 본부장은 “메밀과 같은 경관작물은 단기간에 만들어 지지만 그 경관 속에 숨 쉬는 역사와 문화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각 지역의 전통과 문화를 바탕으로 그곳에 맞는 경관이 조성될 때 그린투어리즘이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이젠 상설적인 볼거리와 체험거리 등의 관광인프라가 조성돼 있어 축제가 없어도 연중 관광객이 찾아오는 마을로 발돋움 하고 있다”며 “지난해는 세계메밀학술총회를 열었고 앞으로는 가칭 ‘세계메밀역사문화관’을 지어 ‘메밀하면 봉평’이라는 수식어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확고히 자리 잡히도록 생산과 가공, 연구 등을 통해 핵심적 가치를 만들어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본부장은 “봉평이 단순한 경관 관광을 추구했다면 이미 한계에 부딪혔고, 오늘날과 같은 성과를 이루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지역특성에 맞는 경관작물을 선택하고 상상력과 체험, 스마트 홍보가 결합되는 농촌 융복합 6차산업까지 연결돼야 그린투어리즘이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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