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 씨(경기도 분당 시민)

2년 전 칠월이었다. 평소 가고 싶었던 영주 무섬마을로 여행을 갈 기회가 생겼다. 무섬마을 근처에 있는 영주캠프스쿨에서 유명인들의 콘서트가 열린다는 정보를 듣고 꿈같은 기대를 안고 찾았었던 나의 여름 여행지 영주 무섬마을.

설렘이 여행이라 했듯이 사진으로만 봤던 내성천 외나무다리를 새벽안개랑 함께 걸을 수 있을 거라는 설렘이 솔직히 콘서트보다 우선이었는데.....폐학교를 어찌나 예쁘게 가꾸어 캠핑장으로 만들었던지.... 1박을 해야 하는 우리 일행은 콘서트 시작 전 여유시간 내내 옹기종기 채송화 꽃이 되었다가 접시꽃이 되었다가 나리꽃이 되도록 사진 부자가 되었다.

저녁이 되고 콘서트가 시작되었다. 각 분야의 1인자들답게 조촐하게 꾸며진 무대를 그야말로 황홀한 무대로 바꿔놓고 말았으니 관객들은 모두들  흥에 겹기 그지없었고 운동장에서의 캠프파이어는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불빛 하늘로 치솟았다. 때마침 캠프 스쿨 하늘위에는 초승달까지 화합을 해준 꿈같은 밤을 보냈다.

다음날, 눈을 뜬 건 창 밖 새벽안개의 노크였으니 기대는 우리를 져버리지 않았다. 안개를 따라 꿈꾸며 그리던 내성천 외나무다리까지 날아가듯 닿았다. 그 황홀경으로 펼쳐진 산안개는 물위로 내려와 신비롭게 만들어진 외나무다리 사이사이로 내 꿈을 퍼다 나르고, 꿈속인 양 얼마나 놀았을까. 아침이 시작되지 않은 전통 무섬마을로 올라오니 골목골목마다 피어있는 봉선화, 백일홍은 꼭 할머니와 엄마를 보는 듯하여, 아침햇살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그런 기억이 아이스크림처럼 달달한데 올해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정보를 보내왔다.

영주캠프스쿨에서 열리는 콘서트 ‘무섬 이야기’에는 여전히 출연자들이 화려했다. 김광석 기타리스트, 공병희 아코디언선생님 그리고 하모니카의 대가 이혜봉 선생님, 가수 강은철님까지.....포크싱어송라이터 보헤미안님이 연출 진행하는 작은 콘서트 장으로 나는 다시 새가 되어 자유롭게 날아가야 했다. 콘서트야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되면 되는 것이지만,

다음 날 새벽안개가 과연 나타나 줄는지 그 또한 궁금해 하면서도 정식 콘서트와 2부 뒤풀이 시간의 즉흥 연주회는 감동 감동이었다. 그렇게 밤이 되고 숙소에 머문 나는 새벽도 되기 전부터 창밖을 보니 어스름한 새벽 4시30분경 안개가 희뿌옇게 산허리를 감고 있다. 나는 일행을 깨워 부랴부랴 내성천 외나무다리로 달려갔으니, 안개도 역시 2년 전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고 우리 곁으로 달려와 주었다. 신비 신비스러운 안개와 강물, 모래사장, 최고의 건축가가 설계한 듯 한 아름다운 외나무다리와 천변 오솔길....

새벽 두 시간 이상을 다리 위를 걷고 앉고 물속까지 걸었으니 우리는 천사가 되고 별이 되었더라.

시간은 마냥 흐르고 .... 아쉬움을 안고 바로 옆 아름다운 무섬마을로 이동하니 골목골목 담장너머엔 배롱나무꽃과 능소화가 한창이고, 어느 빈 집 정겨운 마루에 앉아 잠시 내 유년의 시골집을 기억하며 벅찬 가슴을 추슬러 보기도 했다. 영주 무섬마을로의 나의 두 번째 짧은 여름여행, 아름다운 무섬마을 이야기로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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