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6] – 영주 선비음식의 근원을 찾아서

음식문화는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건강, 문화, 생활, 자연환경 등을 알 수 있다. 요즘은 맛도 좋은 건강음식이 대세다.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전통적이고 토속적인 음식들로 건강함을 상징하는 ‘웰빙’이라는 이름을 붙여 음식을 선보인다. 문화자원이 풍부한 영주도 지역만의 음식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이에 본지는 그 노력과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전문교육프로그램으로 인식제고
종합콘텐츠와 기반시설구축 필요


지자체마다 전통, 향토음식이란 이름으로 다양한 음식을 내놓는다. 개발음식을 교육하고 평가회도 가져 상품성의 가치가 있는지를 연구한다. 지역의 이름과 함께 붙는 음식, 음식이름을 대면 그 지역이 떠오르는 음식들에는 부담 없는 가격과 대중적인 맛에 어떤 스토리가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영주도 이래왔다. 음식개발도 계속됐고 교육에 평가회도 가져왔다. 그러나 지역민은 물론 대중적인 입맛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몸에는 이롭다 할지라도 흔한 전통, 향토음식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대중에게 부담 없이 즐기기에는 다소 고민스런 궁중, 종가음식으로도.

좋은 먹거리, 좋은 맛, 좋은 가격은 모두가 원하고 노력하는 것들이다. 영주도 그랬을 것이다. 이제는 특별함과 함께 어떤 이야기를 품고 건강에 관심이 많은 대중의 입맛에도 만족스럽고 가격에도 부담이 없는 것을 선보여야한다. 그리고 영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음식문화 콘텐츠로 인식시켜야한다.

 

▲선비사상 근간한 식치(食治)음식

음식은 사람들에게 친근함을 준다. 밥 한 끼로 든든함 채우고 건강을 지키고 활력을 주며 일상의 스트레스도 날려 버리게 한다. 음식은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 계절에 먹는 음식, 시대마다 유행하고 먹었던 음식 등등. 그리고 축제, 이벤트, 홍보로 활용되기도 한다.

음식은 치료, 예방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건강은 예나 지금이나 더할 수 없이 중요하기 때문에 음식을 통한 몸의 다스림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몸의 다스림은 선비사상과도 이어진다. 선비들은 약을 찾기 전에 예방의학으로 이로운 음식, 해로운 음식으로 구분해 몸의 균형을 맞춰나갔다. 몸의 다스림이 흐트러질 경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음식을 먹고 약을 복용했다.

음식으로 몸을 다스리고 치유하는 것이 ‘식치(食治)’이다. 이 식치(食治)에 대해 연구, 개발하려는 노력이 영주에서 시작됐다. 먼저 시는 2016년부터 소수서원 물목과 이석간 경험방에 기초한 역사 고증과 지역유림어른들의 자문을 받아 ‘선비반상’을 내놓았다. 무궁화요리학원 신성미 원장의 음식자문과 우리향토음식연구회 회원들이 협력한 음식은 선비문화축제, 경북식품박람회에 선보인바 있다.

식치(食治) 음식은 소수서원의 물목, 조선시대 최초의 지방의국인 ‘제민루’, 영주의 유의 이석간이 쓴 ‘경험방’을 통해 영주역사를 근간으로 한 음식개발연구에 집중한 것으로 이를 위한 교육활동도 이어졌다.

올해 영주전통향토음식체험교육관(현 한국선비음식문화원) ‘식치원’에서는 경북여성정책개발원경북여성일자리사관학교에 공모해 선정되면서 영주음식의 뿌리를 찾는 ‘식치(食治)음식 전문가 양성과정’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교육은 22명을 대상으로 약 1달간 선비들의 다스림, 조선시대 의료문화와 식치전통, 영주의 서원, 향교, 이석간경험방 대약부를 중심으로 한 선비정신 등 인문학을 교육하고 선비식치의 유래와 가치, 죽과 밥을 이용한 식치처방 등을 배웠다.

식치음식 전문가수료생들은 “음식들에는 선비사상이 깃들어 있고 역사적인 자료를 토대로 지역 선비들과 관련한 이야기와도 연계된다”며 “고령화 사회와 건강을 중요시 하는 현대인들에게 적합한 음식들로 예방의학을 기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몸에 이롭고 관광 상품으로도 좋다”고 평가했다.

 

▲지역 환경 연계가능 살펴봐야

음식이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좋은 관광 상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영주도 모호했던 것에서 뿌리와 이야기가 있는 음식으로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만들어가야 한다. 조선시대 음식조리서를 가지고 안동과 영양은 전시, 교육, 체험, 숙박 등 종합관광콘텐츠로 활용해 나가기 위한 기반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역사적인 장소의 연계성뿐만 아니라 관광객의 눈높이에 맞춰 이동이 편리한 기반시설 마련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음식을 통한 상시적인 체험활동과 연계교육으로 인성, 체험, 놀거리, 볼거리 등 다양한 구성으로 변화시켜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주는 그동안 <사>한국반가음식문화연구원이 위탁, 운영했던 영주시전통향토음식교육관 ‘요선재’는 그나마 지역민 중심의 체험운영, 관광객들의 상시체험이 어려운 장소와 환경, 가격 등의 불만과 운영미흡으로 재 위탁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위탁자는 내부 집기 등을 모두 가져간 상태로 시와 소송 중에 있다. 현재 내부 시설물이 비어있어 체험활동은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이곳을 위탁한 한국선비음식문화원 ‘식치원’은 신성미 원장이 식치음식에 대한 인식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관련 교육활동이 있을 때 무궁화요리학원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우리고장에서는 음식과 관련한 다양한 교육이 이뤄졌다. 그러나 전문가를 통한 체험교육활동으로 연계되고 있지는 않다. 무엇보다 지역을 돌아보는 관광객들이 이동에 편리하게 체험관광을 할 수 있는 교육장소가 없다.

영주 도심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이야기가 가득하다. 시티투어로 제민루와 삼판서고택에서 역사를 듣고 가까운 365시장, 중앙시장, 골목시장 등으로 이동해 체험과 지역의 먹거리를 즐기고 근현대사의 후생시장과 현 동림당한의원 앞에서 대한독립운동의 중요장소였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멀지 않은 ‘식치원’ 인근을 선비사상을 근간한 음식체험, 교육장소로 개발하면 종합관광문화의 장소로 연계될 수 있다. 지자체마다 의서와 조리서를 통한 문화관광 콘텐츠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경북에서도 상주가 안동, 영양과 경북 지역 전통음식 푸드벨트화와 세계화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이보다 먼저 뿌리를 두고 선비와 선비의 다스림을 강조하는 영주에서 선비사상과 근간이 있는 ‘식치(食治)음식’을 통한 다양한 콘텐츠개발을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김은아 / 윤애옥 기자
 

[미니인터뷰] 한국선비음식문화원 ‘식치원’ 신성미 원장

경북의 음식, 영주가 그 뿌리

“식치(食治) 관련 연구를 시작하면서 음식문화가 문화융성으로 가야하는 것까지 고민가게 됐어요. 단편적으로 음식개발만이 아닌 종합적인 관광 상품으로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지난 12일 만난 한국선비음식문화원 ‘식치원’ 신성미 원장은 식치(食治)연구의 시작과 개발음식 등을 알리며 역사와 음식의 중요성 그리고 연관관계에 대해 설명했다.

조리기능장이며 무궁화요리제과기술학원을 운영하는 그는 오래전부터 경북북부지역의 지리적 여건을 봤을 때 영주음식의 근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단다.

“영주가 유교문화의 발상지라고 하면서도 인프라나 기록문화에 대한 것이 부족하다는 것에 음식을 하는 사람으로 갈증을 느꼈어요. 명확한 결과물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행정이나 시민들의 공통의견인데 명확한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직접적으로 고민하게 됐어요”

그래서 지역에서 근원을 찾았다. 조리법이 나오기 이전인 의서에 생각이 머물렀고 의료문화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약재가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를 살펴보다 먼저 음식으로 예방하고 치료했다는 것을 찾게 됐다고.

“찾을수록 근원이 명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중국 당송시대에도 있고 주자가례에도 음식편이 정확하게 나와 있었고 성리학, 유학의 근원에는 첫 번째가 음식이었다는 것까지 도달했죠. 주춤하는 사이 영주의 근간이 흔들리고 다른 지역에 흡수될 수 있음에 염려됐어요”

제민하기 위한 의국이 활발했고 선비들의 참여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민간참여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문화 구심적 역할이 필요하고 이를 알려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식치처방은 밥과 죽으로 단편적인 형태가 아닌 선비들이 음식을 대하는 자세에 있었어요. 소고기에 쌀밥이, 돼지고지에 조밥이 어울리듯이 의서로 바라본 음식은 독창성과 좋은 콘텐츠였지요”

2년여 식치음식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신 원장은 이 중요성을 지역민들에게 알리기에 나섰다. ‘경북의 음식은 영주에 그 뿌리가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려는 계획에서다.

“미래적 영주 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이젠 음식이 밥만 먹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버려야한다고 봅니다. 문화융성에 포커스를 맞춰 연구, 교육, 맛 체험 등으로 가야하고 아카데미를 통해 의식변화를 시켜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 원장은 영주시전통향토음식교육관을 ‘한국선비음식문화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식치원에서 제민루 의국을 기반으로 한 ‘이석간경험방’ 컨텐츠를 만들어 작은 의국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할 예정임을 밝혔다.

김은아 / 윤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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