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으로 웃음 짓는 삶[10] 듣고 배우고 알리는 이동탁 씨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전체 82.4년을 산다. 남자는 79.0년, 여자 85.5년이다. 1970년부터 매년 평균수명은 5.5개월씩 늘어나고 있다. 시대는 변화되고 점점 노년의 삶이 늘어나면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역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다양한 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취미 없이 바쁘게 살아온 젊은 날
찾고 배우고 즐기고 참여하는 보람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사람, 저녁에 출근해 아침에 퇴근하는 사람, 주말에 쉬는 사람, 평일에 쉬는 사람 등등. 사람들은 제 각각 자신이 처해진 상황에 맞춰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기고 자신만의 취미활동을 하거나 미래를 위한 준비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인생2막의 삶은 내일을 걱정하고 생각하기 보다는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걱정하면 스트레스만 오잖아요?”

젊은 날을 열정적으로 현실에 충실하며 바쁘게 살아왔던 가흥1동에 사는 이동탁(78) 어르신은 자신을 위한 삶의 방향으로 즐기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열정적으로 살아가다

어르신은 안동의 진성이씨 집성촌이 있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철도 가까이에 살아 중고등학교는 매일 기차를 타고 통학해 기차업무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았다. 매일 철도직원들과 마주하다보니 기차 운영 업무에 대해 배울 기회도 있었단다. 그러나 바로 직업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군대를 다녀오고 농사를 업으로 삼고자 2년 동안 농삿일을 했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간접경험이 있는 기관조사(현 부기관사) 시험에 도전했고 다행히 순조롭게 합격소식을 들었다.

“1970년도였어요. 28세가 되던 해에 기관조사로 영주와 인연이 닿아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퇴직 전까지는 가장으로, 직장인으로 참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직장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기관조사로 경력이 3년이 넘어야 기관사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고 관련 대회에서 상을 받게 되면 시험자격에 우선권이 주어졌기 때문에 틈틈이 시간이 될 때마다 공부에 몰두했다. 그런 노력이 대회 수상에 이어 기관사 시험도 단번에 합격하는 기쁨을 맛봤다. 그 다음에는 운용기관사, 지도기관사 등에 도전하고 합격하면서 한 단계씩 직급을 올려나갔다.

“시험 기회마다 다행히 큰 어려움이 없었었어요. 기관사가 되고부터는 기관사 책임제도로 15명의 분담원을 관리하고 교육도 하게 됐죠. 지금의 철도복지시스템과 달라 당시에는 휴식시간도 없었어요”

매달 기관사, 기관조사 교육과 관리를 하고 야간근무 등으로 개인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취미활동 시간을 만들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단다. 그렇게 30년을 근무하고 1998년 퇴직한 이후의 삶은 스스로를 위한 새로운 인생으로 이끌어가는 시간들로 만들었다.

 

▲배움의 길 들어서서

“아버지가 훈장이셨어요. 학생들이 한문교육을 받으러 왔었죠. 나는 옆에서 한문을 낭독하는 것은 많이 들었지만 집중적으로 공부는 안했어요. 아버지께서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배우라고 하셨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퇴직 후 그는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 제사, 향사 등을 올릴 때 축문도 써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로 서예학원에 들어갔다. 배운지 4년이 지난 2002년 주변의 권유로 대회에도 출품해 특선을 받았다. 이후부터는 출품보다 배움에 더 열중하면서 13년을 다녔다.

2008년에는 영주시종합사회복지관 부설 은빛대학에 입학하고 그해 가을에는 병풍을 만들기 위해 영주문화원 사군자반에도 들어갔다.

“사군자반에서 하는 모임에도 가입해 사람들과 어울렸어요. 은빛대학에 3년 동안 다니다보니 대학에서 추천을 해줘 영주FM에 연락을 받았어요. 라디오방송단 활동에 대한 제안을 듣고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즐겁게 하고 있어요”

은빛대학에 다니거나 졸업한 사람들 5명이 팀을 이뤄 라디오방송에 대한 기초교육을 받고 봉현 솔향기마을 등 현장학습과 취재도 다녔다. 매주 월요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녹음하고 올해부터는 화요일로 변경해 방송하고 있다.

“가장 큰 보람이 있다면 방송을 한 것이에요. 영주에 살아도 영주의 역사, 지역이야기를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적어요. 그런데 방송을 하다 보니 원고를 직접 쓰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책을 봐야 알 수가 있었죠”

영주에 대한 것이나 관련된 것은 영주문화원을 방문할 때 많이 보관된 책들 중 관련 책을 찾아 알아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읽고 공부하고 원고를 써나가는 일들이 즐거웠고 보람이었다.

 

▲스스로 찾아 즐기기

최근에는 내방가사를 알아가는 재미에 심취해 있다. 고향친구를 통해 매년 만들어 놓는 내방가사 책을 전달받아 라디오를 통해 한 주에 한곡씩 읊으며 전하고 있다.

“8년여가 지나니 새로운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친구를 통해 내방가사를 4권을 받았는데 이제 1권이 끝나가고 있어요. 책을 읽을 때 장단을 맞춰야 해요. 재미가 있더라고요. 매주 화요일 녹음해서 토요일 오전 11시에 방송하고 있어요”

얼마 전까지 145명 회원이 활동하는 기관차동우회 회장을 4년간 역임한 그는 현재 영주제일교회 부설 늘푸른대학 학생회장과 가흥1동 전우경로당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경로당 회장직을 맡은 후에는 경로당 신축예산을 받아 올해부터 신축 중이다.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인데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어떻게 즐겁게 살까를 생각해요. 그리고 최대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참여하죠. 스스로 찾아서 즐기는 삶을 살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베풀며 살아야죠”

그는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슴 속에 있고 스스로 꺼내 느끼고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내성적인 성격도 라디오방송에 참여하면서 대인관계가 좋아졌고 노인대학 학생회장을 맡아오면서 학생과 학생사이의 원만한 유대, 요구사항의 전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베풀기 위해 지난해는 영주시노인복지관에서 마술도 배웠단다.

“남은 인생을 즐겁게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스스로 여건을 만들어 가고 싶어요. 그래서 나의 일주일은 여유시간과 함께 화요일 오전 10시는 방송, 화,금 오후 2시는 사군자로 좋은 글귀를 쓰고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은 은빛대학원과 늘푸른대학에 다니며 좋은 강의도 들어요. 매달 첫 주 수요일은 지인들과의 점심을 먹는 날이고요. 이렇게 즐겁게 살아갑니다”

김은아 / 윤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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