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취재]– 농촌 경관·문화적 자산, 농업의 가치를 살린다

농산물 생산 기능만을 담당했던 농업 농촌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존의 생산기능에 더해 각종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도시 소비자를 농촌으로 끌어 들이고 있는 것이다. 체험과 관광을 위해 농촌을 찾는 도시 소비자들은 머무는 동안 숙식은 물론 농산물을 구매함으로써 농촌의 새로운 소득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전국의 농촌지역 지자체는 농어촌 체험마을과 경관농업, 그린투어리즘 등의 활성화를 통해 도시 소비자의 발길을 이끌고자 새로운 농촌 가꾸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경북지역 4개사(성주신문, 경주신문, 경산신문, 영주시민신문)는 국내외 사례에 대한 취재를 통해 아름다운 농촌 경관을 가꾸고 농민들의 소득도 보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영주지역의 경관농업 그리고 농업문화 자산
2. 사람을 불러모으는 경관농업(고창군의 청보리 농장)
3. 지역경제를 살린 경관농업(춘천시와 평창 봉평 메밀꽃 단지)
4. 마을을 살린 경관농업과 농업문화자산
(경남 남해 다랭이마을, 하동 꽃천지마을)
5. 해외사례-농업선진국 네덜란드의 경관농업
6. 해외사례- 농부의 삶과 닮아 있는 독일의 경관농업
7. 종합 제언-아름다운 농촌을 만드는 경관농업의 가치를 주목하라

고창 청보리밭, 대한민국 경관농업 롤모델
연인원 50만명 찾아...경관직불금제 도입 계기
올 가을엔 ‘백일홍’ 축제 준비 중


경관농업은 자연스럽게 농촌체험 프로그램과 같은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과 연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통해 지역특산물 판매 증대, 관광수입 증대, 주민 취업기회 확대 등 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정부는 고창 청보리밭 축제 등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 2007년부터 지방자치단체와 마을간 협약을 체결하고 농지에 경관작물을 재배할 경우 소득 손실액에 대한 보조금(하계작물 ha당 170만원, 동계작물 1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경관보전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관농업의 사례로는 ‘고창 청보리밭 축제’, ‘봉평 메밀꽃 축제’, 제주도의 ‘유채꽃 단지’ 등이 있다. 이번 호에는 제주도 유채꽃축제, 봉평 메밀꽃축제와 더불어 3대 경관농업 가운데 하나인 고창 청보리밭축제를 소개한다.

▲ 한 해 관광객 50만명 다녀가
올해로 15회째를 맞이하는 고창청보리밭축제가 지난 4월 21일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5월 13일까지 23일간 고창군 공음면 학원관광농원 일대에서 펼쳐졌다.
15만평에 이르는 드넓은 청보리밭에서 펼쳐지는 축제장에는 농경유물전시관과 청보리 사잇길 포토존, 도깨비 이야기길과 영화드라마길 걷기, 전통놀이체험장, 체험부스 등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조랑말이 이끄는 꽃마차와 대형 트랙터가 끄는 트레일러 투어도 볼만하다.
체험행사장에는 보리개떡, 보리빵, 보리쿠키, 보리강정, 보리커피 등 보리와 보리새싹 식품체험과 시식회, 보릿골 체험 등이 다채롭게 펼쳐져 관광객들을 사로잡는다. 주변의 볼거리도 고창 청보리 밭을 찾게 만든다. 고창 갯벌과 선운산 도립공원, 구사포 해수욕장, 고인돌 박물관, 고창읍성 등이 모두 30km 내에 위치해 봄철의 대표적인 관광축제로 자리잡고 있다.

▲경관농업특구로 변모시킨 청보리밭의 열정
고창 청보리밭 축제로 경관직불금제도를 만들어낸 우리나라 경관농업의 선구자라 할수 있는 학원관광농장 진영호(사진) 대표는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장남이다.
진 대표는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뒤 금호그룹에 입사, 이사까지 지냈지만 1992년 사표를 내고 고향인 고창으로 돌아와 물려받은 야산 구릉지대에 보리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대학졸업과 동시에 고향에서 뽕나무농사를 시작했던 진 대표는 1년 반만에 농사를 포기하고 다시 상경했다. 금호에 입사해 20년간 근무하며 해외생활을 많이 했던 진 대표는 특히 일본에서 5년간 근무하는 동안 일본의 관광농업을 두루두루 살펴보고 돌아왔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농장을 그대로 두고 상경해 직장생활을 시작한 터라 한시도 고향땅을 잊은 적이 없었단다.
고향에 내려와 5천평 규모의 첨단하우스를 설치해 화훼농사를 시작했다. 나머지 땅에는 코스모스만을 심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 코스모스는 여러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지만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좀 더 경제성 있는 작물을 찾던 중 농약도 칠 필요가 없는 등 비교적 손이 덜 가는 보리농사를 시작하게 됐다. 보리는 10월 말이면 파종을 해 다음해 6월 초가 되면 누렇게 익는다. 4월부터 5월까지 청보리 시기가 바로 축제가 열리는 시기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관광농업을 시작했고 이웃주민들과 합심해 청보리밭 축제를 개최했다. 바로 첫해 흑자가 나는 대성공이었다.
6월 보리수확이 끝나면 농장 전체에 메밀을 심었다. 메밀 역시 성장이 빠르고 김을 매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따로 일손이 필요 없었다. 청보리밭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고창군이 주변 농가에도 보리재배를 적극 권장해 인근 마을까지 25만여 평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고창 공음면 일대를 ‘경관농업특구’로 지정해 명실공히 친환경 농촌관광지로 인정받았다.

▲ 보리 수확 후 해바라기와 메밀 심어 100일 꽃 잔치 열 계획
올해부터 학원농장은 보리 수확 후 여름에서 가을까지 100일 꽃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7월 21일〜10월 28일까지 100일 간 해바라기와 메밀꽃을 주제로 축제를 연다는 계획이다. 
진 대표는 농장을 7천 평씩 9개 구역으로 나누어 7개 구역에는 해바라기와 메밀꽃을 심고, 2개 구역에는 백일홍과 코스모스를 심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개화기가 보름인 메밀과 해바라기를 15일 간격으로 7개 구역에 차례로 파종해 꽃을 피우면 총 105일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진 대표는 “봄철 청보리축제 기간에 50만 명이 찾아 오는데 가을에도 100일간 메밀과 해바라기축제를 열면 다시 50만명, 총 100만명이 찾아오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경관농업 1번지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니인터뷰] 고창 청보리밭 축제 위원장 진영호 학원농장 대표

“농촌경관도 살리고, 농가소득도 증가되는 셈이죠”

- 경관농업의 롤모델이 된 청보리밭 축제는 어떻게 탄생했습니까?
92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관광농원 인가를 받고, 숙소와 식당을 지었는데 홍보가 안되니까 영업이 안됐습니다. 호구지책으로 첨단하우스 5천 평을 지어 화훼농사를 시작했습니다. 요즘 말하는 스위치 하나로 환기, 온도 습도 조절이 다 되는 스마트팜이었죠.
제 농장에서 절화가 출하되기 시작되면 전국 꽃시장의 가격이 떨어질 정도로 엄청난 물량으로 시장을 움직였죠. 그런데 영업적으로는 실패였습니다. 곧이어 IMF가 시작되면서 기름값이 폭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난방비 인상으로 꽃값 마진이 사라지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습니다.
영업손실을 농지를 담보로 융자로 메꾸어 나가다 결국은 농장 전체가 경매에 넘어갈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터닝 포인트가 왔습니다. 바로 이 시기에 농촌관광이 시작된 겁니다.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0년이 되자 보리밭에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 식당과 매점에서 수익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마디로 숨구멍이 트인 겁니다. 여기에 힘을 얻어 2004년 고창청보리밭축제를 시작한 겁니다.

- 폭설로 첨단하우스가 모두 내려앉는 피해를 보셨다는데?
축제를 시작한 이듬해 고창, 정읍지역에 폭설이 내려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 피해보상에 들어갔는데 저희 화훼하우스도 폭삭 내려 앉았죠. 울고 싶을 때 뺨을 때려준 격이랄까, 매년 내년에는 잘 되겠지 하며 적자에도 불구하고 화훼농사를 이어오다 이건 안되는 구나. 더 이상 희망이 없구나 생각하고 있는 상태에서 폭설이 내린 거죠. 무너진 하우스를 철거하고 보상비를 받아 묵은 빚을 깨끗이 청산했습니다.

- 올해로 15년째 맞이하는 청보리밭축제는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습니까?
13-4명으로 구성된 청보리작목반(25ha)과 마을주민, 축제장 입점업체 구성원 70-80명으로 축제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 가운데 9명이 이사회로 참여합니다.
고창군 보조금 7천만 원에 입점료와 사회단체 기부금을 보태 축제를 준비합니다. 축제 기간 동안 약 50개 업체가 입점하는데 직원만 200명에 이릅니다. 매출은 10억원, 올해는 12억원을 예상합니다.

- 관광수입 외에 농업수입은 어느 정도가 됩니까?
청보리작목반이 생산하는 보리는 보리차용입니다. 농협으로 계통출하하면 농협이 동서식품 등으로 납품하는 경로입니다.
청보리밭으로 인해 경관직불제가 도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1정보에 작물(해바라기, 메밀)은 170만원, 준작물(보리)은 100만원 해서 연 2회 총 270만원을 받습니다. 평당으로 치면 900원입니다. 보리수매가역이 40kg 한 가마에 3만 8천원에서 4만원 정도, 학원농장에서만 한해 4천포, 작목반 전체로는 8천~1만포 정도 출하합니다.
경관농업을 하면 농업수입이 절반정도 주는 대신 관광 수입이 늘기 때문에 농촌경관도 살리고, 농가소득도 증가되는 셈입니다.

- 최근 봄철에만 열리던 청보리밭축제가 가을에도 메밀, 해바라기축제로 확대되었다고 하는데?
청보리밭 축제에 연간 약 50만명 정도 다녀가는데 한 시즌을 위해 편의시설은 다 갖춰야 하잖아요. 투자효율이 떨어지는거죠. 청보리가 약 한 달 보름 가는데, 지난해는 가을에 메밀과 해바라기를 파종 각각 한 달씩 두달을 연장했습니다. 올해는 메밀과 해바라기를 100일간 피워 백일홍축제를 열 생각입니다. 60일에서 100일로 늘어나니까 수입도 그만큼 증가하겠지요. 기술적인 노하우도 갖췄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자신이 생겼습니다.

- 그렇다고 모든 경관농업지역이 성공하는 것은 아닌데 청보리밭 축제 만의 특별한 비결이 있습니까?
이곳 학원농장으로 벤치마킹을 많이 오는데 모든 지역이 이곳처럼 일반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농업소득의 감소를 상쇄하는 관광수입이 있어야 경관농업이 성공할 수 있는데 문제는 대규모 농지와 농사기술, 축제 기획, 수익배분 이런 것들을 총괄할 수 있는 리더쉽이 있느냐는 것이죠. 저희 학원농장이 축제를 기획해 오늘까지 15년 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 중의 하나는 추진위원회와 입점자 선정입니다.
추진위는 40여명의 주민과 40명의 면단위, 20명의 군단위 인사들이 참여합니다. 입점자는 축제장 주변 8개리 주민이 0순위, 다음 면단위 주민이 1순위, 2순위가 군단위 주민들이죠. 축제장에 몰려오는 차량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주민들에 대한 이러한 배려 때문에 지속될 수 있는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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