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5] – 영주 선비음식의 근원을 찾아서

음식문화는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건강, 문화, 생활, 자연환경 등을 알 수 있다. 요즘은 맛도 좋은 건강음식이 대세다.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전통적이고 토속적인 음식들로 건강함을 상징하는 ‘웰빙’이라는 이름을 붙여 음식을 선보인다. 문화자원이 풍부한 영주도 지역만의 음식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이에 본지는 그 노력과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역사 근간한 연계 스토리 활용 확대
음식, 문화, 체험, 교육시설 확충도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장 친근한 음식과 관련한 연구와 사업이 각 기관, 단체 등에서 활발해 지고 있다. 음식과 관련한 역사적 인물이나 자료가 있는 지자체는 그 자료를 토대로 한 음식, 문화, 체험관광을 확대하고 연계하기 위한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역사서에 기록된 내용으로 안동은 수운잡방을 통한 종가음식 판매와 체험프로그램을, 영양에서는 음식디미방으로 음식연구, 개발과 다양한 체험교육, 대회 등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상주시에서는 시의전서 전통음식을 홍보하고 상주의 전통문화 자원임을 알리며 앞으로 영양의 음식디미방과 안동의 수운잡방을 연계해 경북지역 전통음식 푸드벨트화와 세계화를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우리고장에서도 몇 해 전부터 제민루와 이석간 경험방, 소수서원 물목 등을 통한 선비음식으로 관련 자료를 찾고 연구, 개발해 왔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영주시전통향토음식체험교육관 ‘식치원’에서는 경상북도 여성일자리 사관학교 공모사업에 선정, 도비로 식치(食治)음식전문가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식치음식 전시회와 품평회를 가진바 있다. 이 자리에서 교육생들은 우리고장 출신인 유의 이석간이 쓴 ‘경험방’을 토대로 만든 음식을 선보였다.

교육생들은 “가시연밥(계두실)죽은 정기를 더하고, 의지를 강하게 하고, 눈과 귀를 밝게 하려면 계두실<가시연밥> 3홉을 달여 기름을 낸 다음 멥쌀 1홉과 함께 죽을 쑤어 빈속에 복용하면 좋다”며 “저간죽(돼지간죽)은 허리통증에 좋다. 돼지 간 기름을 제거한 것 1개, 쌀 2홉, 썬 총백 2홉을 두시즙에 넣고 죽을 쑤어 산초와 생강을 넣은 다음 내키는 대로 먹으면 된다”고 안내했다.

이날 내놓은 식치(食治)음식은 의서에 기록된 뚜렷한 역사적 근거, 자료제시와 함께 건강음식으로 선보이면서 몸의 보호와 다스림의 중요성도 알려 눈길을 끌었다.

예부터 선조들은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그 다음이 약(藥)이라며 식치(食治) 즉 음식으로 다스리는 것에 대해 기록하고 발전시켜왔다. 다른 지자체는 음식관련 자료로 어떻게 방향성을 잡아가고 있을까.

 

▲영양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으로 확대

지난 5일 영양군을 방문했다. 두들마을에 위치한 관광안내센터에 상주하는 문화관광해설사는 전시, 체험, 교육, 단체숙박이 한 곳에서 가능한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이하 교육원)으로 안내한다.

이곳에서 문화관광과 정창진 주무관을 만나 음식디미방과 관련한 사업에 대해 들었다. 대규모시설로 들어선 교육원은 군에서 직접 관리하며 240억(국비 70%, 도·시·민자 30%) 예산을 들여 올해 3월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2010년부터 문화관광과 전통음식육성계 소속 공무원 6명이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정 주무관은 “음식디미방계라고 보면 된다”면서 “2009년부터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두들마을은 마을주민의 이주로 빈 고택을 군에서 관리하고 체험은 주민들의 수익으로 활동될 수 있도록 했고 단체 체험객은 교육원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작고 이동에 번거로움이 있던 식사체험과 다도, 전통주교육시설이 교육원으로 들어왔다. 교육원에는 전통음식체험공간으로 음식디미방 교육실, 시식체험동, 장계향유물전시관이 마련됐고 전통휴양공간으로 한옥체험동, 다도체험동, 디미마당, 탐방로, 장계향문화체험교육공간으로 크게 들어섰다. 운영 4개월여 만에 유료체험객 6천여 명이 방문해 1억6천6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영양군은 장계향이 서민구휼을 위해 심었던 도토리나무도 음식과 스토리에 활용하고 있다. 음식체험에 에피타이저로 내놓는 도토리죽은 지금까지 남아있는 도토리나무 70~80그루에서 떨어진 도토리를 지역 어르신들이 주우면 군에서 사들인다. 또 교육원에서 옆 산책로를 따라 두들마을과 도토리나무가 있는 곳까지 연결시킨 걷기 길도 만들었다.

정 주무관은 “영양이 고향이고 오래 동안 부군수로 근무한 오도창 군수는 사업운영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역사적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들이 하나둘씩 성과로 이어지고 있고 더 나은 발전을 위해 한걸음씩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국 전통문화 체험관광지 10선 선정 및 3대문화권 관광진흥(HI-STORY 경북)사업에도 선정돼 경북지역 최고 국비 지원액인 3년간 10억 규모의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 운영사업비를 확보할 예정”이라며 “하반기에도 언론인, 외교사절 등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음식디미방 체험 아카데미’,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장계향 예절 아카데미’, 서울·경기지역 가족체험객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경북 가족여행단 운영’, ‘음식디미방푸드스쿨 확대운영’ 공무원교육원과 연계한 체험프로그램을 지속운영 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체험객을 모집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운잡방’ 산업화 추진

(사)수운잡방연구원(이하 연구원)에서 운영하는 체험프로그램을 문의했으나 체험할 수가 없었다. 현재 수운잡방 홈페이지는 닫힌 상태로 수운잡방의 원형재현음식은 볼 수 없고 상차림이나 한옥숙박체험에 대한 안내도 받을 수 없다. 이전 체험문의전화에 언제 운영될지는 미지수라는 답변을 들었다.

지난 5일 안동종가음식체험관인 ‘예미정’을 방문했다. 안동시로부터 위탁 운영되는 예미정은 1,2층으로 넓게 돼 있고 1층 내부로 들어서니 네모 형태로 중앙이 2층까지 뚫려 있어 빛이 들어와 한옥의 느낌을 더했다.

ㄷ모양으로 방들이 있고 입구에 한쪽 면은 넓은 마루에 단체손님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옆에 가마솥으로 연출한 분위기가 큰 주막을 연상케 했다.

1층 내부나 외부에서도 2층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연결돼 있고 식사 후 풍광이 좋은 2층에서 낮은 단가로 커피나 다양한 전통차를 마실 수 있었다. 2층 카페를 나오면 단체교육장소가 마련돼 이날 안동시와 (사)안동종가음식체험연구원에서 진행하는 한국전통음식문화스토리텔러 양성과정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예미정 별관이 마련돼 숙박체험도 가능했다. 특히 나무로 지어진 전통한옥인 예미정에는 소방대가 주차장에 세워져 2층에서도 이를 볼 수가 있었다.

현재 안동시는 ‘수운잡방’의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통문화유산에 대한 지역민의 자부심과 한식브랜드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올해 와룡면 태리 일대에 10억 원을 들여 2천800여㎡ 터에 240㎡ 규모로 음식홍보·전시관, 발효·숙성실, 교육관 등을 갖춘 수운잡방체험관을 지을 예정이다.

김은아/윤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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