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으로 웃음 짓는 삶[9] 나무바라기공방 김영모 대표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전체 82.4년을 산다. 남자는 79.0년, 여자 85.5년이다. 1970년부터 매년 평균수명은 5.5개월씩 늘어나고 있다. 시대는 변화되고 점점 노년의 삶이 늘어나면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역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다양한 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서각으로 학생들 인성과 자존감 회복
민주·합리적으로 살아가는 방법 고민

퇴직하는 남편을 위해 아내는 자신의 마음을 담은 글귀를 서각으로 남겼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당신을 만들어 가는 것뿐 아니라 당신이 만들어가는 나의 모습 때문에 당신을 더욱 사랑합니다”라고.

이는 로이 크로츠의 ‘당신을 사랑합니다’의 일부 내용으로 40여 년 동안 직장을 다니며 가족을 위해 살아온 남편에게 전하는 말이다. 이런 아내도 가족을 위해 살다 중년이 넘어서서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고 서각을 시작했다.

이들의 마음을 공감하며 서각을 지도한 사람, 나무바라기공방 김영모 대표도 서각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지난 9일 순흥면 선비촌 맞은편 청구리경로당 옆에 위치한 공방에서 그를 만났다.

 

▲서각과의 만남 시작되다

“글씨(서예)를 쓰고 싶었다”는 그는 2004년 서예를 시작해볼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서각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 유명한 추사체부터 현대작가의 글까지 잘 써놓은 글씨를 따라 조각을 하는 모습에 도전해볼 마음이 생겼단다.

그래서 당시 창진동에 살던 ‘명가공예’ 정병헌 대표를 찾아가 개인지도를 받았다. 정 대표는 겸손한 성격으로 ‘함께 배운다는 생각으로 가르친다’는 말로 초보자인 그를 세심하게 지도해 줬다고. 그렇게 배우기 시작한 것이 15여년이 흘렀다.

“처음 글자를 흉내 내는 것이었다면 배움을 통해 연구도 하고 그림이나 한자를 조각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가게 됐지요. 단순히 글자를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배울 점이 많았어요”

그는 서각을 할 때 한자의 획순을 나타내는 것도 해보고 전통문양에서도 보여 지는 순서를 어떻게 해볼까 고민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넣어 조각했다.

“초기에는 그림으로 시작했어요. 소나무에 조각을 할 때는 그림의 선과 나무결의 조화를 배워갔어요. 그리고 작은 글씨를 하고 큰 글씨로 넘어갔죠”

서각을 시작하고부터 1년은 다른 사람들이 몇 년 배울 만큼의 많은 연습량으로 푹 빠졌다. 전통서각으로 처음엔 선각을 시작해 음각, 음양각, 양각 순으로 배워나갔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는 음양각을 할 때가 좋다. 그리고 전통적인 음각은 오래 두고 볼수록 좋단다.

 

▲인성·자기계발교육 도움

국어를 전공한 교육자였던 그는 지금은 서각을 가르치고 있다. 상주가 고향으로 1974년 고향인 함창중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1989년 문경 문창고 교사로 재직하면서 전교조 지회장으로 활동하다 해직된 후 오랜 법정 싸움 끝에 1994년 영주여고로 다시 복직해 영주에 정착했다.

그는 학생들을 위한 즐기는 교육과 더불어 인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서각을 지도했다. 자기가 원하는 그림과 글씨를 새겨가는 학생들은 공부 외에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기도 하고 미래의 진로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2005년 단산중에서 3년간 학생들에게 서각을 지도하고 2008년 소수중학교를 시작으로 예천 용궁중과 봉화 소천중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 2014년 퇴직 때까지 매년 단산, 소수중 학생들의 작품과 자신의 작품을 시민회관에서 전시했다. 전시회는 학교전시와 달라 학생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아이들이 참 좋아했어요. 서각을 몇 년 동안 가르치니 아이들이 입학하고 졸업할 때까지 점점 실력이 늘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방과 후 공작차원으로 했는데 몇 년을 하니 학생들의 자기계발에 도움이 됐어요. 학업성적이 중심이 아닌 다른 분야에 두각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죠”

한글을 겨우 터득했던 한 학생은 서각을 하는 모습에서 손재주가 남달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학생은 자신의 완성작품을 보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고 진로에도 도움을 주게 됐단다.

“공부는 안다, 모른다로 명확해야하지만 서각은 새로운 작업을 하고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면 눈으로 보이는 결과물이 있어 만족감이 높아요. 나무를 만지면 부드러운 느낌이 좋다고 해요. 여러 가지로 인성함양에 도움이 돼요”

그는 수요일이면 옥대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서각을 지도하고 있다. 또 도시의 아이들이 시골로 내려와 공부하고 있는 예천군 용문면 농촌유학 시골살이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을 격주 토요일에 찾아가고 있다.

“요즘에는 목공예도 솟대나 차 트레이 등을 만들어요. 지난해는 옥대초 졸업식 때 학생들이 만든 것을 전시를 했지요. 작품을 보고 부모님들도 많이 좋아 했어요”

 

▲지역민의 삶과 더불어

매주 월, 목요일에는 자신의 공방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오후 2~4시까지 서각교육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교육생 중 두 명이 남편의 퇴임기념으로 좋은 글귀를 서각해서 선물한다고 정성으로 조각했단다.

“서각은 받는 사람에게도 특별함을 주고 전달하는 사람도 의미가 있어요. 요즘은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많아졌어요. 60대 전후로 자녀와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살다 자기만을 위한 세계로 들어오는 것이지요”

이날 공방을 찾은 70대 어른은 지도를 잘해줘 좋다며 서각이 정신집중에 좋고 먼지도 적어 깔끔한 예술 활동으로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열거했다.

서각과 함께하는 김 대표는 퇴직 후 생활 속에서 민주적, 합리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기 위한 모임으로 민본사상실천시민연합에 소속해 현재 회장을 맡고 있다.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불편함을 듣고 해결해 나가기 위해 조금이나마 힘을 기울이기 위한 노력이에요. 앞으로 학생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서각을 지도하면서 시민을 위해 시민운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계속 활동하고 싶어요”

장마의 굵은 빗줄기가 내리던 날, 나무바라기공방에는 목재에 그려진 그림 위로 창칼을 대고 서각망치를 두드리는 소리가 ‘톡톡’ 울려 펴졌다.

김은아/윤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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