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소방관 김일하 씨

시민들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빨간 소방차와 요란하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또 어느 곳에 안 좋은 일이 생겼나’ 해서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지만, 사고를 당한 당사자에게는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소리 일까. 화재진압, 응급환자 이송 및 응급처치, 인명구조는 물론이고 각종 사고와 생활민원 등 그들은 시민들이 위험에 처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우리 고장에서 21년째 소방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일하씨를 만났다.

 

▲ 힘든 직업이지만 보람도 커
“화재, 교통사고, 자연재해, 생활구조 등 항상 안 좋은 곳으로 달려가야 하는 것이 저희들의 일이잖아요. 일분일초라도 신속하게 달려가서 위험에 노출돼 있는 일반인들을 구해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늘 안고 있습니다. 모든 구조에 최선을 다하려고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주소방서 풍기안전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일하 소방관은 영주가 고향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으며 제대 후 서울에서 디자인 일을 잠시 하다가 고향인 영주로 와서 소방관 시험을 준비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21년째 소방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사이렌 소리만 들리면 일단, 긴장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건이나 사고의 현장으로 달려가는 것이 저희들의 일이라 어떤 상황을 접하든 일단 긴장을 하게 되지요. 그러나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전문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침착하게 일을 잘 수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요. 힘든 직업인 것은 맞아요. 그러나 일을 잘 해결하고 나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 하루였구나 하는 생각에 보람도 큽니다”

▲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육체적인 고단함 동시에 안고 있는 직업
그는 풍기안전센터에서 소방차 운전을 담당하고 있다. 일분일초를 다투는 위험에 노출된 곳으로 달려가는 일이기에 신속하게 출동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화재를 원활하게 진압 할 수 있도록 물을 조달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어떤 상황인지 내용을 알고 달려가니까 머릿속으로는 일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규모나 상태가 심각하지 않으면 조금은 안도를 하기도 하지만, 늘 험한 모습을 많이 보게 되니 트라우마도 많이 쌓이게 되는 직업이지요. 소방관은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육체적인 고단함을 동시에 안고 있는 직업이기에 자기관리도 중요합니다. 대원들은 소방관 심리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체력관리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직업이지요. 어려운 현장에 가면 체력적으로 힘들 때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체력단련운동도 꾸준히 해야 합니다”

▲ 공무원 문예대전 세 번 수상한 시인, 가을쯤 개인시집 준비
학창시절부터 글쓰기가 취미였던 그는 공무원 문예대전에서 은상, 동상을 3번이나 수상한 경력이 있다. 현재 영주작가회의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며 꾸준한 작품활동도 하고 있다.

“학창시절에 시모임도 했고, 군에서도 시를 썼어요. 가끔, ‘시를 쓰는 것은 미친 짓이다’ 라는 생각을 해요. 그러면서도 시를 쓰게 되지요. 시를 통해 남들이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게 좋고, 시에 열정이 있는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면 행복해요”

시도 힘을 빼야 좋은 글을 쓸 수 있고, 인생도 힘을 빼야 잘 살 수 있는 것 같다는 김 소방관은 소박한 꿈이 있다.

“올 가을쯤엔 그동안 써온 작품들을 정리해서 첫 시집을 내고 싶어요. 글 쓰는 사람은 글로 이야기해야 한다잖아요. 제 경우에는 글이 좋으면 그 사람에게까지 저절로 관심이 갑니다. 좋은 소재로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지요. 그리고 좀 더 자연 가까이에서 자연인처럼 살고 싶어요. 지금도 주택에 살고 있지만, 넓은 땅을 마련해서 가축도 키우고 나무도 심고 싶어요. 그런 게 자꾸 좋아지더라고요. 자연에서 평온함을 느끼게 되고 많은걸 배우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김미경 프리랜서 기자

▶ 제15회 공무원 문예대전 시부문 동상 수상작
김진국- 김일하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 면회 가다
배롱나무 옆 의자에 나란히 앉아
앉자마자 궁해지는 안부를 생각하다가
운동화 뒤축에 쓰인 ‘김진국’을 보다

추곡수매용 나락 가마니에
영주사과 로고가 찍힌 박스 생산자 칸에
매직으로 갈겨 쓴 ‘김진국’
푸르고 싱싱한 ‘김진국’을 내다 팔아
형은 대학을 갔고 누이는 면서기와 연애를 했다

여섯 식구의 굵직한 제목이었던 ‘김진국’
시골집 마당에서 녹슬어 가는 경운기처럼
도무지 시동이 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차츰 무게마저 덜어내고 있는
팔순의 노인을 싣고 허공을 비비고 있다
내내 헛바퀴만 돌리고 있다

배롱나무 가지를 꽉 물고 있는
일란성 꽃들
만장처럼 나부끼는 오후
그림자 하나가 다른 그림자에게 가고 있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