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4] – 영주 선비음식의 근원을 찾아서

조선시대 선비들 삶 속에 선비정신
몸을 다스리는 음식으로 치유, 보호


올해 3월말 한국한의학연구원(KIOM)에서는 미래의학부 연구팀이 음식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식치(食治)의학 서적 11종을 쉬운 우리말로 번역해 전자책으로 발간했다.

식치(食治)는 음식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한 분야이다. 이는 질병 초기에 채소, 과일, 육류 등 주변의 식재료를 활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말한다.

식치의학은 조선 전기에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향약(鄕藥)에 대한 연구가 깊어지면서 크게 발전했다. 번역된 전자책 중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기록한 책인 ‘식료찬요’를 살펴보면, ‘감기로 인한 오한발열에는 파국’, ‘설사에는 조기구이’, ‘불면증에는 묏대추죽’ 등 질병과 음식을 다룬 것들이 기록돼 있다.

식치의학 서적 중에는 우리고장 출신인 이석간의 ‘경험방’이 들어있다. 그가 살아온 삶을 통해 선비의 다스림 그리고 기록으로 전해지는 음식과 관련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선비의사, 명의 이석간은
병을 잘 고친다고 알려진 영천(榮川) 선비인 이석간(李碩幹)은 철산산 인근 뒤새에서 태어났다. 그는 1509년(중종4)에 태어나 1574년(선조7)까지 살았고 자는 중임(仲任)이며 생원 성의 아들로 1534년(중종29) 진사시에 합격했고 1541년 참봉에 제수되었으나 곧 물러났다.

의술(醫術)로 명성이 높은 그와 관련해 여러 신기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문헌에는 그런 사실이 전하지 않는다. 그가 명나라 황태후의 괴이한 병을 고쳐주고 황제에게서 받았다는 천도(天桃)씨로 만든 한 쌍의 술잔은 공주 이씨의 가보로 보존되고 있다.

그는 퇴계 이황의 제자로 가르침을 받았다. 퇴계임종 시 마지막 첩약을 지어드린 일화가 ‘농암집’에 전해지며 당대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들과도 친분이 두터웠다.

그는 조선 중기 당시의 사의(四醫) 중 하나였다. 사의란 한국의학사에 나타난 선조대왕 당시의 명의 4명을 일컫는 말이다. 이석간은 그가 평생 경험한 임시처방을 근거로 만든 내용을 ‘경험방’에 담았다. 이 의서는 채득기, 박렴, 허임의 경험방과 함께 후인들에 의해 ‘사의경험방(四醫經驗方)’으로 1644년(인조22) 출간됐다.

유의(儒醫, 선비의사) 이석간은 제민루에서 수학했다. 의료기관인 제민루는 제약구민(製藥救民)을 중심으로 성리학자들에 대한 식의 공부를 위주로 한 예방의학을 강습하던 곳이다. 이곳에서 공부한 그는 경험방을 통해 식치(食治)와 향약(鄕藥)의 중요성을 열거해 음식과 사상이 만나는 기초를 만들었다.

 

 

 

▲다스림과 치유, 예방의학
영주의 선비음식은 제민루 의국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선비의 다스림도 함께 생각할 수 있다.

1418년(태종 18) 조선 초기에 전국 최초로 건립된 영주 의국에서 의학(醫學) 공부를 한 이들은 퇴계 이황, 온계 이해, 소고 박승임, 백담 구봉령, 백암 김륵, 성오당 이개립, 초당 이석간 등 당대 학문이 뛰어나 명망을 떨친 유학자들이었다. 그리고 건립과 폐쇄가 거듭했던 영주의국에는 영주선비들이 운영에 참여해 왔다.

이들의 활발한 연구와 참여는 서민, 노비, 천민 등 모두에게 수준 높은 의료혜택을 받게 했다. 또 소백산과 지역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약용식물로 예방의학의 강습을 받아오면서 사상과 건강은 물론 영주 종가음식과 선비음식의 기반이 되었다.

의국과 선비들의 다스림, 예방의학은 경북음식의 사상적 근원과 경북조리고서의 탄생배경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영주는 지난해 10월 부석사 주차장에서 유교와 불교음식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영주 선비음식 사찰음식 한마당’을 열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영주시지부와 경북전문대 산학협력단, 영주향토음식전문가협의회가 개발한 사찰음식과 선비음식을 ‘의식동원(醫食同源) 선비음식, 약식동원(藥食同源) 사찰음식’을 주제로 의약과 음식 근원이 같고 예방의학에 기초한 영주음식으로 소개하려는 기획이었다.

이는 선비의 다스림과 지역의 역사를 근간으로 한 음식으로 질병을 치료한다는 의미에서 식치동원(食藥同原, 음식과 약의 근원이 같다)으로도 볼 수 있다. 한의학연구원에서 음식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식치(食治)의학 서적 11종을 우리말로 번역해 발간했다. 식치에 대한 관심은 일반인 외에도 요리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관심거리이다.

‘이석간경험방’에는 질병에 대한 치료 외에도 음식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있다. 이를 살펴봤다.

▲경험방 속의 치료음식들
한의학고전DB에는 ‘이석간경험방(李石澗經驗方)’은 이석간이 저술한 경험의방서(經驗醫方書)이다 라고 나온다.

그는 유학(儒學) 지식을 바탕으로 의학을 익힌 유의(儒醫)로, 일찍이 벼슬에 뜻을 두었으나 소윤 대윤의 당파싸움 와중에 벼슬을 버리고 낙향했다고 밝히고 평소 퇴계 이황과 그의 문인들과 교류했으며 퇴계선생 임종 시 곁에서 시료(施療)를 펼치기도 했다고 기록됐다. 그와 관련된 의서로는 ‘이석간방(李碩幹方)’, ‘삼의일험방(三意一驗方)’, ‘사의경험방(四醫經驗方)’ 등이 알려져 있어 질병 치료에 있어서 그의 명성이 얼마나 대단하였는지 가늠케 한다고 적혀있다.

경험방에는 구성이나 내용에 있어서 일반 경험방의 형식을 따르고 있지만, 치료 방법에 있어서는 특징적으로 식치방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밥이나 죽을 사용한 치료방법은 선조들의 식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중 몇 가지를 소개한다.

 

◇음식류

· 좁쌀 밥은 신기(腎氣)를 기르고 비위(脾胃) 속의 서(暑)를 제거한다. 죽을 쑤어 자주 먹으면 매우 좋다.

· 녹두죽은 오장(五臟)을 조화롭게 하지만 성질이 차가우므로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 무는 기(氣)를 내리고, 곡식을 소화시키고, 담(痰)을 없애며, 기운이 막힌 근원을 치료한다.

· 대두는 볶아서 가루 낸 다음 늘 먹으면 비위를 튼튼하게 한다.

· 무청순무는 기운을 가라앉히고 오장을 다스린다.

· 미역의 성질은 오직 누런 빛깔을 띤 것만이 온보(溫補)해 준다.

· 꿩은 9월부터 동지까지 잡은 것은 조금 보해주는 성질이 있으나, 다른 달의 것은 해롭다.

· 오리는 성질이 따뜻하여 위를 튼튼하게 한다.

· 비위가 허약해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구역질이 나거나, 반위(反胃)로 국물도 먹지 못할 경우에는 좁쌀 반 근을 찧어 가루 내고 물에 개어 벽오동씨만 하게 만든다. 이것을 식초에 넣고 죽을 쑨 다음 소금물을 약간 타서 복용한다. 또 기장쌀로 밥을 지어 먹으면 기를 돋우고 비(脾)를 이롭게 한다. 음식을 먹고 소화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조기와 순채로 국을 끓여 먹는다.

· 부종으로 배가 그득하게 불러올라 음식이 내려가지 않을 경우에는 자소자 반 근을 물에 간 다음 걸러낸 즙에 갱미(햅쌀) 2홉을 넣고 죽을 쑤어 빈속에 복용한다.

김은아/윤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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