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으로 웃음 짓는 삶[7] 매주 소백산을 오르는 홍승목 씨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전체 82.4년을 산다. 남자는 79.0년, 여자 85.5년이다. 1970년부터 매년 평균수명은 5.5개월씩 늘어나고 있다. 시대는 변화되고 점점 노년의 삶이 늘어나면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역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다양한 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21년 동안 매주 소백산에 올라
사계절마다 절경인 매력 속으로


산 속에 들어가 맑은 공기를 들이마신다. 푸르른 산새가 좋아 산에 오른다. 힘겨운 오름에서 만난 산꼭대기 절경에 반한다. 사람과 함께 올라 좋다. 홀로 사색을 즐길 수 있다. 벅차오르는 느낌을 즐긴다. 등등.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산을 즐기고 좋아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상관없이 이 모든 것이 좋아 산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홍승목(69)씨가 그렇다. 산을 좋아하고 산을 오로지 즐기며 살아가는 삶이다. 산을 올라 행복을 얻는 그에게는 우리고장 가까이 그가 사랑에 마지않는 소백산이 있다.

▲건강 이상으로 시작한 등산
그를 만난 지난 7일 그의 손에는 50여 년 동안 살아온 삶의 기록물이 담겨있는 스크랩북이 들려있었다. 69년 9월 받은 교원자격증부터 교사시절 활동, 수상내역, 97년 교감교원자격증, 2002년 교장임명장, 대학 성적표, 대학원 입학, 2012년 2월 영주초 교장퇴임까지 등등.

“교직생활의 일기라고 생각하고 하나씩 모아놓은 것이 이렇게 됐네요. 혹시나 하고 가져와봤어요. 나는 준교사로 밑바닥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열심히 했어요. 대구교대, 영남대학교 대학원을 다니며 10년 간 교육과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어요”

조금은 늦게 출발했던 그였지만 배움의 다양성도 얻고 노력과 열정으로 살아간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육군 제1하사관학교를 졸업한 것이 제일 자랑스럽다는 그는 지금까지 살아가는 정신력은 그곳에서 키우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열심히 살아온 인생에 변화가 온 것은 44살 때이다. 건강을 생각하기 보다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생활하면서 교단에 서서 제자들을 한참 가르치던 때였다. 정기건강검진을 마친 그에게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가 왔다. 건강검진에서 혈당이 높게 나온 것. 시내 한 내과에서 검사를 받은 그에게 의사는 가벼운 운동으로 성재에 오르라고 추천했다.

“어린 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오르는 철탄산 성재를 처음에는 바로 못 올라갔어요. 40대 나이인데도 몸이 아프고 체력도 많이 떨어졌었죠. 예전에는 몸이 아파도 금방 털고 일어났는데 그때는 며칠씩 아프고 나아도 체력이 쉽게 돌아오지 못했어요”

바쁜 시간을 쪼개 틈틈이 철탄산 성재를 조금씩 오르기 1년여가 지나자 2성재까지 다녀올 수 있었다. 47세에 교감이 되고부터는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인지 경북 김천으로 발령을 받은 후 학교 뒷산에도 오르고 여유시간에 테니스도 할 만큼의 체력이 좋아졌다.

▲먼 길 돌아 소백산에 오르다
건강을 위해 산을 오르던 취미가 이젠 그에게 일상이 됐다. 취미로 소백산을 다니기 시작한 지 올해로 21년째 매주 주말이면 그는 소백산 비로봉에 오른다. 하지만 그에게 소백산은 처음에는 어려운 산이었단다. 그래서 문경 월악산, 봉화 청량산 등 다른 지역의 산을 올랐다. 다른 산으로 돌며 다니던 그가 소백산을 처음 오른 것은 21년 전 봄이었다.

지난 9일 그는 이날도 소백산에 가는 중이라고 알려왔다. 6시 15분발 시내버스를 타고 우병대(81. 동아부동산), 이선형(69. 철도기관사퇴임), 조시박(65. 전 봉화교육장), 홍승목(69), 박위서(71), 박인호(67. 전 경북전문대교수)씨와 함께이다. 이 6명은 삼가동에 6시 50분 도착해 비로사로 달밭골, 비로봉, 연화봉, 희방사로 내려와 버스주차장에 12시 50분 도착했다. 등산 후 점심은 인근 식당에서 건강식으로 채우고 오후 1시 40분 시내버스를 타고 영주로 온다. 이들은 처음 소백산에서 만났다. 동호회나 계획적인 만남이 아닌 소백산을 가기위해 시내버스 첫차를 타면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단다. 소백산을 바라보며 오래 시간을 함께하게 됐다.

“제게 소백산은 건강을 지키는 보약과도 같습니다. 소백산을 다니면서 겨울철에 감기도 안하고 시내는 걸어 다니죠. 매주 다녀도 변화하는 자연관찰로 흥미롭죠. 계곡의 맑은 물소리, 산새소리는 마음을 정화시켜요. 매주 달라지는 야생화 군락지는 천상의 화원이에요”

비로봉의 칼바람도 정겹고 소백산의 겨울은 또 다른 설국으로 장관을 이루며 제각각의 눈꽃과 사슴뿔과 같은 나뭇가지의 상고대는 참 매력적이라고 그가 말한다.

명품 소백교직원 산악회 활동도 병행하는 그는 2009년 4대 회장을 역임했다. 산악회는 1월 치악산, 2월 제왕산, 3월 명지산, 4월 비슬산, 5월 천왕산, 6월 가지산, 7월 민주지산, 8월 청소산행, 덕항산, 9월 귀때기청봉, 10월 조계산, 11월 관악산, 12월 화왕산 등 매월 산행을 간다. 다양한 산을 가지만 그래도 그에게 가장 으뜸은 소백산이다.

▲소백산에서의 80세 잔치 ‘꿈’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묻는다. 실증도 안 나냐고. 그러면 그는 사람들에게 “갈 때마다 매력적인 곳이 소백산”이라며 “소백산을 갔다 오면 마음까지 후련하다”고 말한다.

“소백산에 오르려는 마음은 더 나이가 들어도 언제나 변함없을 것 같아요. 등산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는 말이 여자는 60세, 남자는 70세쯤 되면 등산을 하지 않게 된다고 말하더군요. 내년이면 70세가 되는데 지금의 마음은 건강하게 산을 오르고 싶어요”

그의 꿈은 80세가 되면 팔순잔치를 소백산에서 치르는 것이다. 그가 아는 몇몇의 선배, 지인은 그와 같은 꿈을 이뤘단다.

“꿈은 꾸지만 내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이잖아요. 하늘의 뜻과 건강이 허락해야 하는 것이잖아요. 지금은 팔순잔치를 소백산에서 하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때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팔순잔치를 비로봉에서 하는 꿈이 이뤄진다면 무엇보다 영광이고 행복할 것이라는 그는 살아오면서 가장 잘 한 것이 소백산을 간 것이란다. 소백산은 겨울 산의 눈꽃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며 지난 2월에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인터뷰 끝에 그가 한 장의 명함을 건넸다. 명함에는 이런 내용이 쓰여 있다.

“80세 까지 소백산 등산에 도전하고 있는 홍승목”이라고.

김은아/윤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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