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문화는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건강, 문화, 생활, 자연환경 등을 알 수 있다. 요즘은 맛이 좋은 건강음식이 대세다.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전통적이고 토속적인 음식들로 건강함을 상징하는 ‘웰빙’이라는 이름을 붙여 음식을 선보인다. 문화자원이 풍부한 우리고장 영주도 지역만의 음식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이에 본지는 그 노력과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다양한 음식개발로 지역특색 찾은 흔적
역사문화 근간한 발전가능성 연구노력도

 
요즘은 음식에 치유, 건강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빠른 변화의 시대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음식을 통해 건강함을 얻고 몸을 다스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붙여진 것이다. 이같은 대표적인 음식들을 보면 천연재료를 활용한 전통적이고 향토적인 음식이 중심을 이루고 개발, 변형된 음식들로 미각, 시각을 자극한다.

음식에 많이 붙는 웰빙(Well-being, 우리말로 ‘참살이’로 번역돼 사용되기도 함), 사전적 의미로 복지, 안녕, 행복을 뜻한다. 특정한 생활 방식을 가리키는 유행어로 사용돼 건강에 좋다고 주장되는 제품, 음식에 붙는 수식어로 쓰이고 있다.

지역마다 전통, 향토음식들에는 웰빙이란 이름이 들어가 다양한 개발음식과 대표적인 음식브랜드화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져 관광상품화가 되고 있는 음식들이 많다. 우리고장도 이런 이유로 음식개발과 함께 상품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대표향토음식 개발·개선 시작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영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춰 우수한 품질의 농특산물이 생산되고 있다. 이같은 좋은 조건에도 아쉬운 점은 대내외적으로 알려진 대표음식이 없다는 것이다. 품질 좋은 한우, 사과, 인삼 등의 특산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지역민 외에 많은 사람들이 영주하면 떠올릴만한 대표음식은 없다.

이에 우리고장에서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스토리를 기반으로 전통성을 가미한 향토음식, 종가음식, 사찰음식, 부석태를 활용한 음식 등의 다양한 음식개발과 연구를 이어왔다. 지역음식 산업화를 위한 노력은 향토음식개발교육에서부터 시작됐다. 향토음식의 연구와 상품개발은 2003년 이전부터 있어왔으나 이를 기점으로 음식에 대한 다양한 개발연구, 교육이 진행돼 왔다.

2003년 향토음식 개발교육은 향토음식에 대한 체계적인 전수와 전통식문화 계승발전을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교육내용을 살펴보면 느타리버섯과 다시마장아찌, 산나물 김치, 비트연근 물김치 요리에 대한 교육으로 지역적 특성과 향토음식에는 조금은 멀게 보인다. 교육과 더불어 시에서는 향토음식 보급과 과제연구 활동을 하는 농촌 여성단체나 마을을 선정해 향토음식 맥 잇기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그리고 향토음식의 품질개선과 상품성 및 부가가치 향상, 명품화를 위한 시설 및 장비 지원, 기술전수 교육, 홍보활동 전개 등을 진행하고 향토음식 발굴 자료화를 위해 조리법 표준화, 영상물, 책자 등을 제작했지만 호응은 없었다.

무엇보다 향토음식 개발교육의 일환으로 한 손님맞이 음식요리교육은 과일카레라이스, 양장피 잡채로 인삼과 사과 등을 이용한 향토음식의 품질개선과 상품성 및 부가가치 향상에는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후 영주를 대표하는 음식문화 홍보를 위해 지역특화식품 개발 기능성식품 향토음식 전시회도 가졌다. 인삼약초요리, 4계절 도시락, 손님맞이 코스요리, 혼례음식, 떡 등 요리분야 65점과 농촌여성일감 갖기 사업장 생산제품 25점도 함께 전시됐다. 그러나 관내에서도 이 음식류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역사와 전통의 맛, 체험시설 운영
한 번에 성과를 이루기는 어렵다. 개발, 보존된 향토음식이 먼저 지역민의 입맛을 사로잡고 상품성도 있으면 자연스레 지역의 식문화로 정착된다. 첫 시작은 기대보다는 미흡했다. 지역민의 입맛도, 상품성도 잡질 못했다. 그렇다고 이후에도 아무런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시는 2010년부터는 향토음식과 향토음식전문점을 지정, 육성하고 숨어 있는 향토음식과 요리전문가들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2010년 대한민국요리 대경연대회에서 일반 개인요리부문 경연에서 지역의 향토요리전문가 박순화씨가 ‘영주선비반상’을 선보여 금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때 출품한 영주선비반상은 시에서 향토음식으로 지정하고 전통·향토음식으로 개발 상품화 추진 및 경쟁력을 갖춘 특화음식이다. 몸과 마음을 살리고 기(氣)를 돋우고 음양오행의 조화를 충실히 이행하며 선비의 정신을 바탕으로 군신좌사(君臣佐使)를 통해 약선(藥膳)의 이치와 결합해 선비음식문화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반상으로 당시 큰 호응을 얻었다.

다음해인 2011년에는 전통·향토음식의 발굴 육성을 위한 ‘전통·향토음식 전시 및 발표회’를 가졌다. 관내 음식점영업주와 향토음식위원, 향토음식연구회원, 언론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의 특산물을 이용한 향토식품산업의 사례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지역의 내림음식, 약선음식, 폐백음식, 순대, 한과, 막걸리 등 지역의 전통·향토음식 15여 종이 전시됐다. 이 음식들 중에는 일부 음식이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다. 지역에서는 많이 알려진 편이지만 외부인들이 영주하면 이것을 떠올릴 만큼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2012년에는 전통향토음식을 배울 수 있는 전문교육체험시설을 갖춘 전통향토음식체험교육관을 개관했다. ‘넉넉히 베푸는 곳’이라는 의미의 ‘요선재’는 전통궁중음식(5첩·7첩·9첩)부터 향토음식, 발효음식, 떡과 한과, 전통차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체험 할 수 있는 곳으로 128년된 고택을 리모델링했다. 전통향토음식을 배울 수 있는 전문교육, 체험시설로 위탁받았으나 실상은 음식점 기능을 중심으로 한 고급식당이라는 인식이 높았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약선테라푸드를 지역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기 위한 상품화를 추진했다. 로컬푸드를 활용한 테라푸드 시범식당을 운영해 영주지역의 건강먹거리인 부석태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선보였다. 맛과 가격을 모두 충족시켜 부석태청국장찌개, 부석태두부찌개, 부석태청국장샐러드 등이 시범식당 중 몇몇 식당에서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다.

이외에도 종가음식 개발은 종손, 종부, 종녀 등의 이야기와 시범을 통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미한 음식스토리로 경주 현대호텔에서 판매된 바 있다. 또 재료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고 양념을 제한한 사찰음식을 개발해 천연조미료 사용으로 음식의 맛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낸 건강음식이다. 이는 부석사 인근 식당에 판매할 수 있는 대표사찰음식으로 만들었다.

▲선비음식의 근간을 찾아가다
사찰음식과 함께 연구한 선비음식은 소수서원의 물목 식자재를 참고했다. 관내 향토음식과 전통음식에 오랜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향토음식전문가협의회의 도움을 받아 요리실습해 지역맞춤의 현실성 있는 상품화에 기대감을 높였다.

사적 제55호인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인 소수서원은 향촌 사림의 정치적, 사회적 기구로 정착된 교육기관이다. 이곳에 들어가는 식자재인 콩, 두부, 어물(명태, 청어, 대구, 광어 등), 건어물(건연어, 건문어, 건대구 등), 닭, 꿩, 건시, 조개, 야채 등을 활용한 담박한 요리를 실습했다.

지난해는 선비음식 경연대회를 열고 소수서원지 기록에 수록돼 있는 식재료 물목을 소재로 당시 선비음식을 유추해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선비반상을 발굴 육성해 경쟁력을 갖춘 영주의 대표음식 만들기에 나섰다. 또한 선비반상 상품화를 위한 시식, 체험객도 모집했다.

선비반상은 생치(꿩)와 닭을 소재로 한 ‘치계탕’, 어물, 건어물, 보미(쌀), 조를 기본으로 조밥, 청어(꽁치)조림, 가오리찜, 명태구이다. 또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향토음식 배추전, 삼색나물(가지, 박, 산나물), 나박김치, 후식인 수정과 등이 주요 음식이다.

지난해 말에는 소수서원 유생들이 기력보충을 위해 먹던 보양식인 ‘치계탕’을 선보였다. 향토 음식으로의 가치, 맛의 만족도, 상품화 가능성, 반찬의 구성과 구매의향에 대한 소비자 맛 평가와 설문 조사도 실시했다. 이후 얼마만큼 대중음식으로 알려질지는 지켜봐야한다.

선비의 고장인 영주는 현재 음식을 통한 선비의 뿌리를 알리고 있다. 국보 18호 부석사, 최초 사액서원인 소수서원뿐만 아니라 우리고장에는 조선시대 최초의 지방의국인 ‘제민원’(제민루)이 자리하고 있다.

제민원은 태·소백산에서 자생한 진귀한 약재를 저장해 태의(태의)에 공납(貢納)하고 백성의 질병을 치료하던 곳으로 오늘날 보건소와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현대의 의료기관인 의국은 제약구민을 중심으로 성리학자들에 의한 식의(食醫) 공부를 위주로 한 예방의학을 강습하던 곳이다. 예방의학을 통한 ‘식치음식’은 이곳에서 시작됐다.

지난 3월 식치음식전문가 양성과정이 시작됐다. 교육은 선비들의 다스림, 조선시대 의료문화와 식치전통, 영주의 서원, 향교, 이석간경험방 대약부를 중심으로 한 선비정신 등이다. 또 선비식치의 유래와 가치, 죽과 밥을 이용한 식치처방 등을 배웠다.

식치음식은 지역의 선비 다스림 사상과 맞닿아 있고 지방의국인 제민원 선비들의 연구로 이뤄진 일상식이자, 절제와 예방을 바탕으로 영주음식의 사상적 근원이다.

선비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영주에 선비의 사상이 깃든 건강, 치유음식인 ‘식치 음식’이 역사적 근간과 스토리가 내재돼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김은아/윤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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