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영주시수어통역센터 김수경 통역사

대학서 사회복지학 전공...수어와 인연
농인들의 손과 발...6년째 센터 근무


‘수어통역사’란 청인과 농인사이의 의사소통이 대등하게 이루어지도록 조력하는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정보는 소리를 통해서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농인들은 정보에 취약하기 마련이다.

정보뿐만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토론을 하고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농인은 수어통역사가 없다면 대등한 위치에서 의사소통을 할 수가 없다. 이러한 거리를 좁히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 수어통역사다. ‘영주시수어통역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수경 통역사를 만났다.

▲수어, 손으로 말하는 하나의 언어
“수화 언어법이 제정되면서 농인이 사용하는 손으로 된 언어도 하나의 언어라고 하여 ‘수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2016년에 제정돼 2016년도 8월에 시행된 ‘한국수화언어법’의 영향이 큽니다.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는 ‘한국어’, 중국인이 사용하는 언어는 ‘중국어’, 일본인이 사용하는 언어는 ‘일본어’인 것처럼 농인이 사용하는 언어는 ‘수어’라고 해야 한다고 하여 ‘수어’라고 부르자고 한 것입니다. 그러한 수어로 말하는 것을 ‘수화’라고 합니다”

김수경 통역사는 영주가 고향이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으며, 첫 직장인 ‘영주시수어통역센터’에서 6년째 근무하고 있다.

“대학교 4학년 때 선배가 길거리에 홍보되고 있던 현수막을 보고 같이 수어를 배우러 가자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망설였으나 ‘장애인 분야로 가게 된다면 청각장애인도 만나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수어 교실에 등록하게 됐습니다”

김 통역사가 수어와 인연을 맺게 된 배경이다. 수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고민도 많았지만 다행히 기초반을 담당했던 우희경 강사가 수어에 대해 재미있게 접근 할 수 있도록 교육 하면서 어렵지 않게 이해 하면서 수어를 배울수 있게 됐다고 한다.

▲부족한 수어 실력 채우기 위해 농인들과 하루 10분씩 수어대화
수어통역사로 처음 취업한 김 통역사는 수어로 문장을 만드는 것이 서툴렀기에 교육장에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부족한 수어 실력을 채우기 위해 농인(청각장애인)들과 하루에 10분씩 수어로 이야기했다.

“처음 사회생활을 하는 저에게 우희경 팀장님께서는 하나하나 가르쳐 주셨습니다. 회원들 대접하는 방법 그리고 손님 접대 법, 서류 작성법 등 사무에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임성호 실장님께서는 수어 사용방법, 회원들과 소통하는 법을 가르쳐주시며, 회원들이 수어를 열심히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또한, 최기철 지회장님은 제가하는 모든 일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추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셔서 센터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을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농인들이 생활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함께 동행
김 통역사는 처음에 수화통역을 나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옆에 같이 다니는 활동 보조원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나갈 때 마다 신분증을 착용하고 다니면서 수화통역사를 알리기 시작 했다.

“병원에 갈 때 마다 농인분을 모시고 가서 통역을 하다 보니, 한번은 저의 아버지와 함께 병원을 갔을 때도 농인분인줄 알고 의사선생님께서 오해를 하신 적이 있으셨어요. 그때 ‘아, 내가 그래도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화통역사는 병원뿐만 아니라 관공서, 은행, 복지관 등 농인들이 생활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함께 동행해주고 있습니다”

▲통역 외에 농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상담, 수어교육
영주시수어통역센터의 근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통역 일만하는 것이 아니라 농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농인과 상담, 수어교육 등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또한, 농인들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이기에 언제든지 도움을 청하면 함께해 줘야 한다.

“어느 순간, 너무 일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너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좋은 거란다’ 라고요. 그 말씀이 맞는 거 같아요. 제가 매번 힘들어 할 때 마다 임성호실장님께도 비슷한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김 통역사는 통역사로서 일이 잘 해결 되는 것을 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한식 자격증 준비를 하던 농인분이 합격을 했을 때, 수어교실을 수강했던 학생이 수어로 자기소개하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수강생들이 수화통역사가 되고 싶다고 말할 때, 통역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인다고 말을 해줄 때 고맙고 기분이 좋다.

▲모든 현장에 수어가 가능한 사람이 있었으면
센터를 이용하는 이용자 분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김 통역사는 앞으로 수어 관련 공부도 더 하고 싶고 자기 개발을 위한 다른 분야의 공부도 하고 싶다고 했다. 통역을 하다보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생소한 단어들도 많이 있기에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을 하면 수어만 공부하면 수화통역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십니다. 물론 단순히 생각을 주고받는 개인적인 이야기나 대화라면 수어 공부만 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조금 더 나아가서 전문분야의 통역을 원하신다면 그 분야에 대해서 공부가 필요한 것이지요”

김 통역사는 “농인도 청인과 같은 똑같은 인격을 가진 사람이고 계속해서 활동을 해야 하기에 사고에 항상 노출돼 있다”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분들 곁에서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화통역사 보수교육에 참석 했을 때 강사님이 한 말씀이 생각나요. ‘모든 현장에 통역사가 가는 것도 좋지만 모든 현장에 수어가 가능한 사람이 있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수화를 하는 의사! 수화를 하는 간호사! 수화를 하는 병원관계자!’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데 참 공감이 가더라고요”                

김미경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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