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자미 시인

부부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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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날이 며칠 전에 지났다. 가정의 달 5월21일을 부부의 날로 정한 것은 둘(2)이 하나(1)로 합쳐 크고 새로운 숫자가 되는 의미에서라 한다.

생각해보니 부부로 산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용감한 결정이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라다가 어느 순간 같이 살기로 한다는 것. 그땐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니 여간 간 큰 짓이 아니었다. 가정을 이루어 아이를 낳고 크고 작은 일을 같이 해결하면서 때로는 죽일 듯이 악다구니도 쓰면서 서로에게 실망도 하고 위로도 되고 기쁨도 되면서 그렇게 못 볼꼴 볼 꼴 다보이며 살다보니 사랑보단 측은지심에 가깝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살았던 것 같기도 하다.

이제 소란스럽고 분탕질하던 집에서 아이들이 떠나고 다시 둘만 비둘기처럼 남았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먼저 탕 하고 내려놓고 싶었던 순간이 어디 한 두 번이겠는가 전생에 웬수가 부부의 인연이 된다는데 용케 참고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대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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