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호(시조시인, 본지논설위원)
현재 영주시 인구는 많게 잡아 11만여 명에 불과하고, 귀촌귀농을 아무리 좋게 보아도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 예상된다.
새로 조성 중인 가흥택지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자체 인구이동은 이루어지는데 다시 새 아파트 건축허가가 났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다시 잠잠해졌다. 그나마 한여름이면 사람들이 몰려들던 판타시온리조트 재개장 소식도 나타났다가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나이든 사람들은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는 걸 피하지만 젊은 세대는 새 환경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도 거기서 거기인 인구 이동만 이루어질 뿐이다. 풍기 동양대학교 주변의 원룸과 택지 내의 연립주택도 비어 있는 곳이 많다.
심지어 흉물스러울까봐서 밤에는 사람이 없어도 조명들을 켜 두는 곳도 있다고 한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해마다 신생아 포함해서 느는 인구는 600여명에 불과하지만, 사망 인구는 그 배에 달한다고 한다. 현직에 계시는 교직 후배들은 해마다 신입생이 줄어드는 현실을 누구보다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많은 예비후보자들 공약은 모두 지역발전이다. 그동안 여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 확실시 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는 새 여당 깃발을 흔드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점만 다르다. 솔직하게 말해서 여당이 우리 지역을 발전시켜주었는가 되짚어 본다. 큼직한 국가정책 시업이 유치되어 영주 인구가 늘었던가. 선거구 재획정의 몸살을 앓으면서도 인구 증가에 대한 영주시의 대책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총인구는 2031년부터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견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구절벽’이 바로 코앞에 와 있다는 게 문제다. 총인구만큼이나 중요한 지표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내년 정점에 이른 뒤 2017년부터 감소 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걱정이라기보다 재앙에 가깝다. 재앙이 눈앞에 닥치고 있는데도 우리 행정당국의 대응은 한가하기만 하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시안이나 그저 손 놓고 바라보는 영주시는 ‘지금까지의 인구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으며 앞으로도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고백 앞에서도 한가하기만 하다. 단적인 예가 바로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인구정책 공약 부재다.
국가의 시안은 2013년 기준 1.19명인 합계출산율을 2020년까지 1.5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어디에도 이를 실현할 만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지나간 조기대선 정국에서도 눈에 띌 만한 정책이 없었다. 그저 현재의 복지를 늘이고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는 대동소이한 정책들 분이었다. 예전에 대선에 나서서 엉뚱한 정책을 내놓았던 후보가 있었다. 신혼부부에게 새 아파트를 한 채씩 선물하겠다고 했다.
지금은 신생아 한 명 마다 로또당첨금만큼 지급하겠다고 할지 모르겠다. 대선 정국에서 지인들과 나눈 대화 가운데는 신생아 한 명당 출산장려금을 거액으로 지급하고 성년에 이를 때까지 의료를 책임진다는 공약 정도는 있어야 아이를 낳을 생각이라도 해 볼 것이라고 했었다.
공교육은 전부 국가가 책임진다는 믿음이 생겨야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겠다. 만약에 만약을 더해 그 이상으로 끌어올리더라도 신생아들이 생산 가능인구에 편입되려면 장장 15년의 세월이 추가로 걸린다는 걸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지 않은가.
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인구감소의 충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이민(移民) 허용이었다. 미국이 저출산 문제를 겪지 않고 끊임없이 경제적 역동성을 유지하는 원인은 이민에 대해 개방적이기 때문이고, 반대로 일본이 출산율을 올리려고 안간힘을 써도 급속한 인구감소 쇼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이민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 공감을 샀다. 우리 고장에서도 귀농귀촌 인구를 늘리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인데, 고향을 떠나는 이가 많아진 오늘날 무엇으로 그들을 붙잡을 것이며 타지사람들을 꾈 사탕을 마련할 것인가.
대책 없는 이민은 정치·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낳지만, 인구감소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대책이기 때문에 ‘제한적이고 단계적’으로라도 이민을 허용하듯이 영주시에서도 인구유입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난 호에서 베트남 계절근로자 첫 입국이란 제호의 기사를 봤다. “농촌 일손부족 단비”라고 썼지만, 겨우 14명에 불과했다. 물론 시작은 미미할지라도 그 끝은 창대하리란 걸 믿고 싶다. 그럴려면 지방선거에 나선 이들이 모두 하나같이 ‘영주시 인구대책 조정’을 제일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부터 다져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