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으로 웃음 짓는 삶[4] 물레방아봉사단 장경진 단장

2016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전체 82.4년을 산다. 남자는 79.0년, 여자 85.5년이다. 1970년부터 매년 평균수명은 5.5개월씩 늘어나고 있다. 시대는 변화되고 점점 노년의 삶이 늘어나면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역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다양한 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자원봉사자로 시작한 퇴직 이후의 삶
재능봉사자 지원, 어르신 쉼터 계획도


안정된 삶을 위해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던 삶이었다. 퇴직 이후에는 좀 더 여유로워진 걸음걸이와 느려진 일상, 주변을 둘러보며 즐기는 인생으로 흘러가고 있다. 오랜 시간 고향을 떠나있던 장경진(75)씨가 지난해 영주에 다시 정착하면서 지내는 삶이 이렇다.

“올해 어버이날은 다른 해보다 많이 바쁘게 보냈어요. 젊은 날 일하면서 지냈던 바쁜 생활이 아닌 고향친구들과 어르신들을 많이 만난 날로 웃으며 지낸 날이거든요”

물레방아봉사단 단장으로 활동하는 장경진(75)씨를 만나 지난 시간들과 고향으로 다시 돌아와 살아가는 일상에 대해 들었다.

▲인생을 배우러 대도시로
그가 태어난 곳은 문수면 권선리이다. 문수초등학교에 입학해 4학년 2학기 쯤 영주시내 후생시장 부근으로 이사했다. 영주초에서 졸업해 영주중, 영주농고를 나와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인생을 터득하고 싶어 서울로 올라왔다.

“공직에도 있었고 이런 저런 다양한 일도 해봤어요. 자영업도 했죠.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동대문에서 대규모 식당을 했었는데 오래 못하고 실패를 했어요. 그런 후 마음을 바꿨죠”

그는 자신의 이후에 삶이 보다 뜻깊고 훌륭하다고 생각될 수 있도록 베풀고 나누며 봉사하는 시간으로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나이 63세 때부터 무보수로 중랑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자원봉사캠프를 운영했다. 명절이 되면 개인적으로 남모르게 기부금도 전달했다. 어려운 형편의 사람을 볼 때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조금이라도 나눴다. 그렇게 10년여를 사람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수시로 봉사활동을 나갔어요. 함께 할 수 있는 회원들을 모집해 사회복지시설에도 가고 농촌에 일손이 부족하니 과수원에도 가고 마을 청소도 해줬지요”

멀리 이동할 때면 자원봉사센터에서 교통비나 식비가 조금씩 나오기는 했다. 그러나 봉사활동과 더불어 필요한 물건이라도 전달하려면 회원들이 물품을 모으거나 개인적으로 비용을 들여 구입해 마련했다. 물품지원과 활동자금이 모자라 이동여건이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오다
한 결 같은 마음으로 해온 10여년의 봉사활동을 이제는 고향에서 시작했다. 노년이 되고 홀로 내려온 고향 땅은 다니던 길도 변하고 고향의 선후배도 이젠 노년이 되었다. 그러나 참으로 따뜻하고 푸근했단다.

“물, 공기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영주에 오니 내가 고향에 왔구나하고 생각이 든 것은 바로 사람들의 말투에요. 경상도말이지만 영주만의 고유한 사투리를 들을 때였어요. 어릴 적 들었던 말을 고향에 오자 듣게 됐는데 왠지 모르게 안도감이 들더군요”

건강과 경제상황이 허락할 때까지 고향에 봉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내려온 고향.

그는 다른 좋은 활동도 많지만 봉사만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고향을 벗어나 멀리에 살던 그였지만 선후배와의 왕래는 지속해왔었다. 그런 그가 고향에 정착하니 선후배들은 더욱 반겼다. 또 남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살고 싶어 하는 그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기금이나 물품후원도 해주고 재능기부도 연계해줬다. 그는 정말 감사했단다.

▲나누고 베푸는 삶으로
소개를 받고 들어온 그는 물레방아봉사단의 단장이자 매니저이다. 모임장소마련부터 섭외, 지원활동까지 그가 담당한다.

고향에 정착해 도움을 주고 그를 처음 물레방아봉사단으로 인도한 김경순(69. 무용수, 가수) 단원은 “재능봉사를 하던 가운데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며 “생활도 봉사도 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에 창진동에 위치한 옛 반석교회를 소개했고 봉사단도 소개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물레방아봉사단은 악기, 기구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장소가 없었다. 장 단장은 생활공간으로 혼자사용하기에는 넓은 공간이기에 필요한 사람에게 쓰일 수 있는 장소로 개선해 봉사단의 모임과 자유로운 연습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그는 마을사람들에게 식사대접도 하고 함께 어우러지기 위해 봉사단을 통한 재능기부시간도 가졌다. 주민들이 여행을 가는 날이면 떡과 술, 음료수, 기부금도 전달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협조했다.

봉사단을 이끄는 그와 마음이 맞는 단원들도 봉사의 의미를 담아 함께 지역곳곳의 사회복지시설이나 경로당 등을 찾아가 재능기부하고 있다.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에도 장 단장과 단원들은 단산의 경로당, 창진동, 문수효마을을 방문해 주민들과 어르신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함께 웃고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이보다 기쁘고 보람된 시간이 있을 수 없었어요. 회갑이나 칠순, 생일잔치에 흥을 더하고 싶은 분들은 재능기부 신청을 바랍니다. 그러면 물레방아봉사단이 갈게요”

그는 올해부터 노인복지관에서 가요교실과 민요교실에 등록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  배우는 중이란다. 노인복지관 가요교실이 한창 진행되던 때 가요강사는 “우리들 나이에 봉사를 받는 것이 아니라 봉사를 하고 다는 사람이 있다”며 장 단장을 소개했다. 다른 날보다 기분이 남달랐단다.

장경진 단장은 “앞으로 인간미 흐르는 악기를 배우고 싶다. 더 많은 재능을 배워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며 재능을 아낌없이 나누고 싶다.” 그리고 그가 생활하는 공간이 어르신들을 위한 쉼터로 활용되길 바란다.                      

김은아/윤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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