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산림일자리발전소 영주 그루매니저 심원복 씨

주민들의 여유와 아름다운 시골풍경 반해 정착
마을영농사업으로 공동채의 미래 기대감

장 지오노의 단편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책이 있다. 

헐벗은 황무지에 매일같이 나무를 심고 가꾼 한 사람의 끈질긴 노력으로 물이 다시 흐르고, 꽃들이 피고, 새들이 지저귀는,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숲을 만들었다는 줄거리다.

우리 고장 영주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자신이 사는 마을뿐만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숲을 만들어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심원복 그루매니저를 만났다.

▲ 큰 그림 그리고, 최선 다해
“지역에 온지 좀 되었는데 나 혼자만의 쾌락을 추구하며 생활한 게 너무 길지 않았나 해서 미안하기도 했어요. 작년에 이장이 되면서 보이기 시작했어요. 큰 그림을 그려놓고 가는 거지요. 오늘은 내가 뭐를 해야 할까 생각하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고요. 우리 마을을 사람이 머무르는 마을, 젊은 사람들이 돌아오는 마을로 만들고 싶습니다”

심원복(56)그루 매니저는 경기도 여주가 고향이다. 서울대 임학과를 나와 이건산업(주)에서 만 11년을 근무하고 퇴사했다.

“인생을 살면서 3개의 직업을 깊이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0년씩 끊으면서 내 삶의 마디 같은, 회사 다닐 때에도 10년으로 정하니 일도 열심히 했지만, 눈치 안보고 하고 싶은 거 다했어요. 남들 평생 할 거 저는 10년 만에 다 이루어내야 하니까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심 그루매니저는 직장을 그만둔 후, 2000년에 데이터베이스와 웹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파랑넷’을 설립해 부천에서 10년간 사업을 했다.

▲ 소백산 등산 왔다 시골 풍경에 반해 귀촌
취미가 등산이었던 심 그루매니저는 2007년에 소백산 등산을 마치고 시골마을을 드라이브하다 우연히 인연이 닿아 터를 잡고 살게 된 곳이 이산면 두월2리 이다.

“두월교 옆에 옛날 다리가 하나 있었는데, 동네 주민들이 이 낡은 다리에 나팔꽃을 아치형으로 예쁘게 가꾸고 있었어요. 주민들의 여유와 아름다운 시골 풍경에 반해버렸지요. 마을어르신들이 빈집 많다고 이사 오라며 집과 땅을 소개해주셨어요”

심 그루매니저는 어딘가에 홀린 듯, 마을 위쪽 산 중턱의 땅과 마을 안 빈집을 매입했고 부인이 먼저 귀촌을 했다. 수도권에서 사업을 해야 했기에 주말에만 영주에 왔다. 아내와 함께 텃밭도 가꾸고 닭과 오리도 키웠으며 SNS에 올린 귀촌 생활이 동호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시골생활에 재미를 붙인 심 그루매니저는 2013년 창업 10년 만에 사업을 정리하고 영주로 귀촌해 생강, 도라지, 고추, 호박 등을 키워 판매한 매출이 2천만 원에 달했다.

또한, 도시에 살 때도 된장, 간장을 직접 담가 먹었던 심 그루매니저는 영주에서 생산되는 부석태, 왕태 등 좋은 콩으로 된장, 간장도 담갔다. 처음 5개이던 장 단지가 지금은 40개나 된다.

“농사 쪽으로는 매출을 늘릴 생각은 없어요. 그러나 장 단지는 200개까지 늘릴 생각입니다. 된장, 간장은 비즈니스로 확대해서 사업화하면 콩을 생산하는 농민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 같습니다”

▲ 이장이 되고나니 마을 현실이 눈에 들어와
인심 좋은 마을 어르신들의 도움으로 시골생활에 정착한 심 그루매니저는 작년에 이장으로 추대됐다. 무관심으로 미처 보지 못했던 마을의 현실이 이장이 되고나니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마을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심한 심 매니저는 마을가꾸기 사업, 경북형마을영농사업, 마을공장과 그를 운영할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또한, 마을기업지원사업을 통해 키워나가기로 계획을 세우고 추진한 결과 경북형 마을영농사업(지원금 3억원)을 유치해 사업에 착수 했고 마을 주민들과 더불어 영농조합법인 해맬을 설립하여 2018년도 마을기업지원사업 대상(지원금 5천만원)으로 선정됐다.

“마을만들기(환경개선사업 5억원) 사업도 금년 3월에 공모 계획을 발표하고 9월에 있을 결과발표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마을영농 사업의 수익금은 온전히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쓰일 것입니다. 열심히 벌어 모아서 부지를 마련하고 종자돈을 모아 마을만들기 발전단계의 지원금과 자부담을 합쳐 12억원 규모의 기업을 세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루매니저, 남들의 어려움을 돕는 정말 신나는 일
심원복 그루매니저는 지금까지 마을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오던 일을 우리지역의 다른 마을에서도 많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며 그루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그루매니저는 산림일자리발전소 소속으로 지역내 산림비즈니스 자원조사, 비즈니스 모델개발, 예비경영체 발굴 및 육성, 사업계획 수립, 창업과 경영개선 등을 밀착 지원하는 기획 활동가다. 지역주민과 산림청을 중간에서 연결하고 지자체, 한국임업진흥원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지역의 산림비즈니스 활동을 돕는 일을 한다.

“산림청에서 하자는 것이 산촌 지역사람들이 어울려 함께 잘살자고 애쓰면 그들을 북돋아주고 도와 키워가자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사업을 해오며 힘들다고 느낀 적이 많았는데 이제, 제가 남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역 어르신들을 다 만나고, 지역의 자원, 환경, 사람을 자세히 알아보고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정말 신나는 일입니다”

김미경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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