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남북회담과 북미회담 소식이 뉴스에 오르내리며 모처럼 남북 대화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화해와 평화에 대한 기대로 설렘을 감출 수 없다. 미사일을 쏘고 경제 제재를 말하며 험한 말을 주고받던 것에 비하면 실로 얼마 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인가?

법적으로 우리는 전쟁을 하다가 잠시 쉬고 있는 휴전 상태에 있다. 1950년 6월 25일 발생한 6.25 한국전쟁의 종식을 위해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되었다. 

정식 명칭은 ‘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당시 UN군 총사령관 클라크,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가 서명했다.

휴전협정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이 맺은 조약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리는 휴전협정의 당사자에서 제외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6.25 한국전쟁은 우리민족의 전쟁이 아니다. 우리가 휴전협정에서 제외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흔히 6.25를 동족상잔의 전쟁이라 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외국군인들이 한반도에서 벌인 그들의 전쟁이었다. 그 결과 우리의 양민들만 무수히 희생되었다.

휴전 이후 남과 북의 정권은 서로를 괴뢰라 부르며 증오심을 키웠다. 우리는 그들을 북한 괴뢰도당이라 하고 그들은 우리를 미 제국주의의 앞잡이라 불렀다. 우리는 1년에 40조 원 가량의 국방비를 쓰고 있으며, 북은 인민의 허리띠를 졸라매서 핵무기를 개발했다. 

분단 이후 하루라도 전쟁의 위험이 없는 날이 없었다. 그 결과 남과 북의 시민들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보는 눈을 상실했다. 우리는 북한 괴뢰군은 뿔이 난 줄 알았고 북의 인민들은 우리를 미국의 꼭두각시로 알았다. 늘 전쟁의 위협 속에 살았다.

그간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는 논의는 있었지만 실행되지는 못했다. 우리가 휴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이 한반도 평화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의 분단 상태가 그들에게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 내부에도 남북교류나 평화통일을 원하지 않는 분들이 많다.

식당 옆 자리에서 티브이를 보며 식사를 하시던 어떤 어르신의 말이 귀에 들어왔다. “남북회담을 하면 뭐 하노. 또 얼마를 퍼줄라고 저래노!” 한마디로 남북회담이 불만이라는 태도다. 65년 휴전체제의 결과로 뿌리내린 증오의 말씀이다.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만 해도 전쟁의 위협은 사라질 것이다. 평화협정이 곧 종전 선언이 되기 때문이다.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고 평화가 온다면 40조 원이라는 국방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어르신의 퍼주기 걱정도 사라질 것이다. 청년 일자리도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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