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안 최상호(시조시인)

이루어지는 미래는 청사진이고, 이루어졌으면 하는 미래는 희망이며, 이루어질 수 없는 미래는 꿈이다.

‘선비의 고장, 영주’는 지금 어떤 미래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는가? 어떤 희망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어떤 꿈을 꾸는가?

지역신문에 나타난 시장, 도의원, 시의원 출마 예상자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모두가 이제까지 어느 한 분야에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경력을 밝히고 있다. 어떤 단체에 소속되어 거둔 성과나 자영업으로 얻은 결실이 우리의 삶을 바꿔줄 것이란 청사진으로 다가오는 인물이 죄송하지만, 두드러지지 않는다.

우리는 일본제국주의의 식민 지배를 겪고 나서 겨우 70년이란 짧은 기간에 민주정치의 혼란과 정착을 경험했다.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고, 월드컵과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룰 만큼 국력이 강해졌다. 경제적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성공을 누리며 산다. 무분별한 자유가 군사쿠데타를 불렀고, 먹고사는 문제에 집착한 나머지 유신이라는 미명으로 빚어진 독재도 겪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분단의 아픔을 떨쳐내지 못한 채로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룬 소중한 경험도 가졌다.

최고 권력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국정이 혼란스러워지자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몰려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파면을 이끌어냈으며 새 정권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아직 구태의연한 정치행태는 답습되고 있으며 남북분단의 현실 안에서도 여야의 무한 정쟁은 오늘도 계속된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극심한 빈부격차와 심각한 노령화 등 많은 사회적 문제점은 거들떠보지 않는 기득권층의 현실 유지만 남아 국회의원만 되려고 하는 헛된 노력만 남았다. 아니, 국회의원조차 성에 차지 않아 도백을 꿈꾸는 경우도 생겼다. 조선조를 엉망으로 만든 사색당쟁만 피내림으로 남았다는 향원들의 독백을 들으며 우리가 꾸는 꿈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지난 총선부터 양당정치를 벗어나자고 했다. 지금은 대통령중심제를 골격으로 하는 개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통령4년 연임제와 국회의 총리선출제가 물위로 떠올랐다.

6.13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국민투표가 이루어질지 알 수 없지만 국민이 꾸고 있는 꿈의 윤곽은 그려지고 있다. 4월의 남북정상회담과 5월에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과정과 결과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통일의 청사진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래도 우리의 민주주의는 시끄러울 것이다.

서로 다른 밑그림과 청사진으로 지방선거는 치러질 것이고, 각 정당마다 서로 다르게 민심을 해석할 것이고, 필자를 포함한 서민들은 당선된 이들의 역할을 기대할 것이다. 민생경제나 복지에 대한 정치적 논의는 소통과 협치를 벗어나 매우 소목적인 입씨름으로 이어질 것이다.

누가 옳고 누가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니라 어떤 세력에게 더 유리할 것인가만 따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숫자를 확 줄여보자는 여론은 늘 국회의원들로부터 외면당했다. 국회의원 봉급이 근로자 평균보수를 넘지 않게 정하고 특권도 내려놓게 하자는 이야기도 물 건너갔다. 얼마 전에 청와대민원게시판에 국회의원보수를 기본임금으로 하자는 청원에 열광했지만 청와대는 자기들이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답변을 햇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여론의 지지가 높아도 행정부는 행정부일 뿐이다. 그렇지만 보통사람으로서 꿈은 꿀 수는 있다. 차라리 3선 이상을 법으로 막아보자. 지방자치단체 경영의 경험을 성공한 자들만 중앙정부를 경영하게 만들자. 세대별 적정 인원을 정해서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국토를 몇 개 지역권으로 묶어서 균등하게 의원을 선거하자. 어느 지역과 선거구이든지 3-4인의 의원을 선출하게 해서 거대정당 독식 정치는 벗어나 보자.

이런 꿈이 이루어지면 최소한 갑질과 독재는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명예롭지 않는 일에 목숨 걸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보람 말고는 남는 게 없는 명예에 권모술수가 어찌 나타날까.

사안을 협의할 때 누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게 아니라 모두의 뜻을 포용하며 양보하고 배려하는 협조체제만 갖춘다면 대중은 그저 지켜보면서 박수치고 함성 질러주면 된다. SNS를 통해 격려하고 지지의사를 전해주면 된다. 부와 명예와 권력이 국회로 몰리지 않는 정치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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