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보기 힘든 전통혼례 ‘북적북적’
내성천 보존 등 환경운동 인연 커플

빗방울이 꽃잎과 함께 흩날리던 지난 22일, 영주 무섬마을 ‘마당넓은집’에서 전통혼례식이 열렸다. 이 마을 총각과 독일 처녀의 국제 결혼식(?)이 최근들어 좀처럼 보기 힘든 전통혼례로 치러져 많은 하객들의 축하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이날 전통혼례는 ‘마당넓은집’의 김광옥, 송재월 부부의 아들 김용기 군과 토마스 슈마허, 코넬리아 슈마허 부부의 딸 카리나 슈마허 양의 혼례로 전국각지에서 온 축하객과 무섬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너른 마당을 가득 채웠다.

혼주 김광옥씨 내외는 무섬마을 입향조의 주손으로 무섬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마당 넓은 집’이라는 옥호로 고택민박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이날 혼례를 올린 용기씨가 아버지의 민박사업을 돕고 있다. 신부 카리나 슈마허씨는 독일여성이다. 독일 루터교회가 생태환경전문 선교사로 카리나 씨는 한국에 파견했고 그동안 내성천 보존과 영주댐 문제 등 우리고장의 생태환경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면서 무섬에 자주 들르다 용기씨를 만났다고 한다. 용기씨 역시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 서로 소통하면서 사랑을 키웠다고 한다.

환경의 날에 치러진 환경운동가 부부의 혼례식장에는 내성천 살리기 사진전, 일회용품 안 쓰기, 향수 만들기 체험 등도 함께 열렸다. 또한, 식전공연으로 준비된 병산탈춤은 축하객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공연을 펼쳐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전통혼례식은 안동종가음식체험 연구원의 강일호씨의 집례로 시작됐으며 안동 MBC 이희진 리포터의 해설로 어렵지 않게 전통혼례를 관람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신랑이 신부 측에게 일편단심인 기러기를 드리는 의식인 전안례를 시작으로, 신랑 신부가 손을 씻고 맞절을 하는 교배례, 술을 마시며 맹세하는 교수례, 하나의 표주박을 둘로 나누어 만든 표주박잔에 술을 마시는 합근례로 진행됐다.

독일에서 온 신부 어머니 코넬리아씨는 “처음에는 딸을 멀리 보내는 게 슬펐는데, 2년 전에 영주에 와 보고서야 딸이 지낼 곳이라고 받아들이게 됐다”며 “전통혼례식이 처음이라 부모로서의 역할을 잘 할 수 있을지 흥분된다. 오늘 최고로 행복한 신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랑 어머니 송재월씨는 “오늘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 두 사람의 혼례를 축복해주기 위해 모인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아들과 며느리가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다”며 “지혜롭고 착한 며느리를 얻게 되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날, 전통혼례식장에는 꽃잎과 함께 빗방울이 흩날리기도 했지만, 독일에서 시집온 신부의 환한 미소와 신랑의 듬직한 눈빛, 축하객들의 박수소리가 전통가옥 앞마당에 가득했다.

김미경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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