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여고와 종합사회복지관 ‘자서전쓰기 프로젝트’ 시작

“나는 아무도 없어. 멀리 사는 친인척도 없고. 이야기 할 사람이 없었는데 이런 나를 찾아온단 말이지?”

지난 14일 오후 2시 영주시종합사회복지관(관장 김해숙 프리스카 수녀) 대강당에서는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통한 세대 공감으로 ‘아름다운 여정, 자서전쓰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2016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3년째다. 그동안 영주시립양로원 ‘만수촌’, 부석면 남대리, 영주시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의 삶을 기록해 자서전을 발간해 왔다.

이날 자서전쓰기 사업안내 이후 상호 인사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영주여자고등학교(교장 김영남) 학생들과 첫 만남의 자리에서 김분남(92) 할머니는 복지관 인근 아파트에 사는 독거노인이라고 했다. 예천에서 태어났고 영주에 자리 잡은 지는 10여년 됐다. 할머니는 처음이라 어색하고 떨리는지 두 손을 맞잡고 앉아계신다. 다른 할아버지, 할머니,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처음 참여하는 1학년 정설아, 임예린 학생이 먼저 옆에 앉은 김화순(83) 할머니에게 다가섰다. 긴장감에 목이 마른 할머니에게 물을 떠와 “물 한잔 드세요”라고 내밀었다. 소통의 한 걸음이다.

지난해 자서전쓰기에 참여한 2학년 장수아 학생은 “학교에서 멘토, 멘티를 구성해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계획도 세우고 노하우도 전했다”며 “지난해 담당 할머니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면서 슬프게 울어 나도 울면서 기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각난다”고 했다.

일제강점기, 6.25 등 평생 얘기해도 못할 것이라는 정순옥(89) 할머니는 “나는 글을 몰라. 근데 내 이야기를 글로 써준다니 좋네”라고 하자, 할머니와 팀을 이룬 2학년 임영지 학생이 “지난해는 친해지려고 질문을 많이 했는데 할머니와는 봉사활동하며 이야기 나눌래요”란다.

글을 배우는 중이라는 60세 젊은(?) 아주머니도 “내 이야기를 전하면 대신 글로 써준다고 하네요”라며 설레는 표정을 얼굴에 드러냈다. 참전유공자인 이유근(88) 할아버지도 손녀들이 자신의 삶을 글로 적어 책으로 만든다는 말에 함박웃음 지으며 6.25 참전이야기를 시작했다.

김혜숙 관장은 “학생들이 지난해까지 쓴 자서전을 보고 감동했다”며 “1년 동안 힘들겠지만 보람도 클 것이고 열심히 하다 보면 귀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영남 교장은 “학생들의 고운 손만큼 어르신들도 고왔던 적이 있었고 이 손이 변함으로써 후손들이 잘 된 것이다. 거친 손만큼 마음속 사연들을 학생들에게 풀어내주시길 바란다”며 “학생들은 동화책에서 본 이야기가 아닌 어른들의 진정한 삶을 공유하며 잘 정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과 어르신들은 각자의 빈 명찰에 이름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 조금씩 다가섰고 특별히 마련한 레크리에이션으로 함께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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