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현장] 땀과 열정으로 부농 일구는 우리고장 농업인 이야기

빈손으로 돌아온 고향, 담배농사 기반 부농 이뤄
농사철 3시간 이상 자 본적 없는 억척 농부 소문

문수면 탄산리 서정종 씨

“농사는 정성입니다. 대충이란 있을 수 없죠. 세상이 무너져도 1등은 살아 남습니다”

문수면 탄산리에서 비닐하우스 고추 5천500평을 경작하고 있는 서정종(62)씨가 하는 말이다.

1만 5천 평의 벼농사를 바탕으로 3천여 평의 수박농사까지 짓고 있는 서씨는 “농사도 남을 따라하면 언제나 2등이기 때문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소신과 농사철학을 갖고 있다.

“1월 20일 경에 파종을 하는 하우스 고추는 반드시 연동으로 지어야 냉해피해가 없습니다. 또, 숙성이 덜된 소거름이나 계분거름을 쓰면 농사를 망치게 됩니다”

서씨는 “지난주에 지나간 꽃샘추위에 고추농가 다수가 냉해 피해가 발생했다”며 “꽃샘추위가 오면 낮 기온에 맞춰 미지근하게 덥혀진 물탱크의 물을 뿌리 부근이 젖어들 만큼 주는 것도 냉해 피해를 막는 방법”이라고도 소개했다.

하우스 고추는 6월초부터 수확이 시작돼 영하 4도에 이르는 12월 말까지 수확이 가능해 노지고추에 비해 두배 가까이 수확하기 때문에 높은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그는 “문제는 완숙이 돼야 꼭지가 파랗게 말리는 데 그것이 바로 기술”이라고 했다.

“노지 고추는 붉어지면 수확을 하지만 하우스 고추는 완전히 익어야 수확을 합니다. 또, 하우스 고추는 탄저병이 없기 때문에 고추가 빠지지 않습니다”

고추 1근에 8~9천원(600g)에 거래됐던 지난해에도 안동공판장을 통해 전량 1만6천원(600g당)에 팔았다는 그는 “농사는 처음부터 금액을 목표로 정해놓으면 차질이 오게 돼 있다”며 “그저 묵묵히 그날그날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온다”고 했다. 서씨의 하우스는 처마를 170도까지 말아 올릴 수 있는 신기술과 농약, 비료, 물 등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전자동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남들은 1줄의 점적관수를 설치하는 데 비해 자신은 2줄을 설치했고 일단 농사가 시작되면 하루 3시간 이상의 잠은 자 본적이 없는 억척 농부로 알려져 있다.

서씨는 귀촌 이후 하우스 고추에 뜻을 두고 예천 개표면 등지를 수없이 돌며 기술을 배우려 했지만 하나같이 핵심기술을 알려주지 않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지금은 자신의 농장을 찾는 수많은 농민들에게 기술를 전부 알려주고 있지만 기술을 전수받을 준비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심지어 가까운 친구들도 자신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 전체 수박농가의 절반이상이 농사를 실패했던 지난해에도 7년째 3천 평의 밭에 수박농사를 지었다는 서씨는 “6천만 원을 받고 팔았다”며 “수박 예정지는 가을에 깊이갈이를 반드시 해야 하며 고랑은 보통 2배 정도로 깊이 내야하며 비닐은 광폭을 사용, 고랑까지 덮어 물 빠짐이 좋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해농사를 지으면 땅은 아스팔트처럼 딱딱해 지는데 로터리만 슬쩍 치고 수박을 심으면 아스팔트 위에 농사가 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2천여 평의 밭에 단호박을 심어 3kg들이 상자 당 1만5천 원씩을 받았다는 그는 “작물의 생리를 먼저 알아야 풍년농사를 예약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씨는 1970년대 가난이 두려워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갔단다. 월급쟁이에서 운수업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고 돈이 어느정도 모이면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부도가 나면서 고향 문수로 돌아왔다고 한다. 고향에 돌아온 그는 돈이 없이도 엽연초조합에서 농사밑천을 전부 대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담배농사를 시작해 현재 1만 5천 여 평의 농장을 가꾸고 있다.

“돌아보면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나이가 더 들면 아내와 함께 여행을 자주 다닐 생각입니다. 아내가 고생이 무척 많았습니다”

그림자처럼 서씨를 따르며 돕고 있는 부인 이정옥(57)여사 와의 사이에는 결혼을 앞둔 선주(33), 석호(30)남매를 두고 있다.

김이환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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