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잦은데다 재난 문자 안보내 주민 반발

육불화텅스텐 마시면 호흡기 손상

인근 주민 긴급대피 인명 피해는 없어

상줄동 가흥산업단지에 있는 SK머티리얼즈에서 또 유독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해 지역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중간에 사업자가 OCI에서 SK로 바뀌긴 했지만 2012년 이후 네 번째 사고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사고 발생 뒤 보여준 대처마저 부실해 해당기업과 행정당국에 대한 비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영주시와 영주소방서, SK머티리얼즈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지난 13일 오전 6시 18분쯤 유독가스가 담긴 저장용량 5톤 규모의 저장탱크 1기의 밸브부분 균열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저장탱크에는 1.8톤 가량이 저장돼 있었으며 균혈이 생긴 밸브를 통해 화학물질인육불화텅스텐(WF6)이 40kg 가량 누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사고로 인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흰 연기가 공장 주변에 길게 퍼지면서 인근 주민들과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특히 재난 상황을 알리는 문자를 제대로 발송하지 않은 행정당국에 대한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육불화텅스텐은

육불화텅스텐은 반도체 핵심공정인 ‘금속 배선 공정’에 사용된다. 이 공정은 말 그대로 반도체의 회로 패턴을 따라 전기길, 즉 금속선(Metal Line)을 이어 주는 과정을 말한다. 최근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인 3차원(3D) 낸드 플래시 메모리 생산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육불화텅스텐은 물과 만나면 불산으로 변하고 들이마시면 호흡기가 손상될 수 있다. 피부에 닿으면 심한 화상과 눈에 손상을 일으키고 알레르기성 피부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 국가위험물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기체 상태로 대규모로 유출될 경우 바람방향에 따라 낮에는 1.5 km, 밤에는 3.2 km를 방호활동 거리로 설정하고 있다.

사고가 나자 소방당국은 소방차 17대, 구급차량 5대가 긴급 출동해 가스 밸브를 차단한 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인근 주민을 대피시켰다. 영주시도 오전 7시께 인근 주변에 대피 방송을 하고 7시 27분께는 인근 주민(350가구, 650여명)에게 안내문자를 발송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사고 현장은 제독차량과 특수화학물질을 이용해 오전 9시 58분께 수습을 마무리 했다.

▲ 일부주민에게만 전달된 재난 문자 논란

그러나 시민들은 시민생명과 직결된 사고에 대해 안전재난 문자가 제대로 전송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장 인근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대피하라’는 재난문자를 받은 건 오전 7시 27분. 가스가 누출된 지 1시간이 훨씬 지난 시점이었다. 일반시민들은 사고가 나고 4시간 30분이 지난 10시 55분에 ‘가스누출사고 대기환경 이상없음.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라’는 재난문자를 받았다. 사고소식을 모르고 있다가 문자를 받은 시민들은 “만약 최악의 사고로 확대됐다면 꼼짝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황당해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경북도에 두 번이나 문자발송을 요청했지만 재난문자 승인권을 갖고 있는 경북도가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고 밝혔고 경북도 관계자는 “더는 추가 발생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데다 주민생활에 불편과 혼란으로 인해 승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고를 한창 수습하던 시각이 학생들의 등교 시간대여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사고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등교시켜야 할지 말아야 할지 커다란 혼란을 부추켰다. 특히 공장 인근의 초중고등학교도 학교장의 재량으로 귀가조치를 내리거나 전교생 마스크 수업, 사고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의 야외수업 등을 갖는 등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 상황판단 제대로 못해 혼란 부추킨 초동대처

일부 주민은 사고현장을 찾아와 항의를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으며 오전 일찍부터 출근시간 선거운동을 하던 예비후보자들도 현장을 찾아 상황을 파악하는 등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이번 사고는 화재나 폭발이 아니라 육불화텅스텐이 누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오전 시간대 유출된 가스가 공기보다 무거워 흰 연기처럼 보여 사고 초기 폭발이나 화재로 잘못 전달됐다는 것이다. 사고 당시 모든 언론이 ‘가스 폭발’로 보도했고 시민들은 ‘폭발’이란 단어가 주는 불안감에 마음을 졸여야 했다. 본지 확인 결과 ‘폭발’이라는 단어를 가장 처음 사용한 곳은 ‘화학물질폭발사고 발생’이란 문구를 넣어 인근 주민들에게 최초로 보낸 영주시청 재난 문자였다.

이 공장은 SK에 인수되기 전 OCI머티리얼즈 시절인 2012년 4월 보온 덮게 해체작업을 하던 중 폭발 사고가 나 1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2013년 5월에는 규소가스가 폭발해 불이 났고 그해 8월 유독성가스인 트리클로로실란(TCS)이 누출돼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여러 차례 폭발이나 화재 사고가 난 바 있다. SK머티리얼즈로 간판을 바꿔 단 이후 지난해 육불화질소 생산설비를 연간 600톤에서 1천200톤으로 증설한 바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해 지역내 시민단체를 비롯 시민들은 “진짜 피해를 입어야만 제대로 된 대응방안과 매뉴얼을 만들 것이냐”라며 제대로 된 안전대책을 마련하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오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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