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원래 모든 인간은 평등했다. 함께 수렵이나 채취를 해서 살아가던 원시사회에는 노동도 분배도 평등한 사회였다. 농업 혁명 이후 잉여생산이 늘어나면서 일하지 않아도 되는 계층이 생기기 시작했다. 집단의 구성원이 많아지고 사회가 복잡하게 되면서 이를 조직하고 다스릴 우두머리가 생기면서 지배계층과 피지배 계층이 나타나게 됐다.

이런 불평등구조가 심화되면서 피지배 계층의 평등에 대한 욕구가 분출됐다. 소수가 지배하는 왕정이 무너지고 다수의 인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개념이 나타나면서 평등의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개념이 보편화됐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말이 이를 말해준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말은 ‘모든 인간은 평등해야 한다’로 바뀌어야 한다. 사람에게는 원초적으로 더 높이 되고 더 많이 가지려는 욕구가 있어서 온전한 평등사회를 이룬다는 것은 이상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평등사회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사람답게 사는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역사가 오랜 나라에는 총리나 국회의원도 보통사람과 다르게 여기지 않는다. 환경미화원과 함께 대중교통으로 출근하기도 한다. 그가 무슨 일을 하든지 자기의 일을 얼마나 잘 하는 가가 중요하지 그의 지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런던의 교통경찰이 총리의 교통위반 딱지를 당당하게 끊은 일화가 이를 설명해 준다. 

우리사회는 자기와 같지 않은 사람을 차별하는 일이 유난히 심하다. 피부색이 같지 않거나 우리보다 경제적 수준이나 낮은 나라에서 온 사람을 차별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백인이거나 우리보다 경제적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온 사람은 차별하지 않는다. 버려야 할 현대판 사대주의다. 지금 이 땅에는 북에서 온 동포가 3만 명 정도 있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차별을 심하게 받는 분들이 북에서 온 분들이다. 우리고장에도 30명이 있다. 이분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이 차별이다. 오랜 세월 우리와 다른 사회에서 살았으니 우리사회에 적응하는 일도 쉽지 않고 말도 우리와 다르다. 북에서 왔다고 하면 외국인보다 심하게 차별하기 때문에 강원도에서 왔다고 하기도 하고 중국에서 왔다고 하기도 한다. 

70년 동안 헤어졌던 우리 겨레인데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것보다 더 소중한 만남인데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분단 이후 자유당 정권에서 우리는 반공교육을 받았다. 북진통일 집회에 동원되기도 했다. 그 후 안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반공교육을 받았다. 그 결과 우리의 의식 속에는 북은 이상한 사람들이 사는,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할 곳으로 각인되었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모욕적인 말이 종북이다. 그래서 북에서 온 우리 동포를 대하는 눈길이 고울 리 없다. 북에서 온 분들은 북한 뉴스만 나와도 아무 죄 없이 “너네들은 왜 그러니?” “탈북자는 거의가 간첩이라며?”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심정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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