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진(아름다운 피부과 원장)

큰 전쟁을 하거나 사소한 다툼에서도 상대에 따라서 끝까지 싸울 것인지 아니면 적당히 타협하거나 싸움을 피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피부질환도 끝까지 약을 먹고 발라서 완전히 치료해야하는 질환이 있고 적당히 타협하거나 피해야 하는 질환이 있다.

균에 의한 감염성 질환은 반드시 균이 제거되어 치료가 된 것이 확인이 되어야 한다.

흔히 피부질환은 완치가 잘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는 환자가 많다. 대표적으로 무좀이 그러하다. 하지만 실제로 진료실의 경험으로는 끝까지 곰팡이 균이 제거될 때까지 약을 복용하지 않고 중간에 그만둔 경우가 많다.

당장 수일간의 약물 복용과 연고제의 도포로 일시적인 증상이 개선되기에 치료가 된 것으로 착각해 중단하는 경우는 반드시 재발하게 된다. 발이나 사타구니, 체간, 상하지에 발생하는 무좀은 약 1개월, 발톱이나 손톱에 발생한 무좀은 반드시 3개월 정도의 약물을 복용하고 연고 및 네일라커를 함께 도포해서 치료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

봄이 오고 무더운 여름이 오면 어린이들은 농가진이 많이 발생한다. 이 질환은 사실 법정 전염병이 아니다. 하지만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는 접촉에 의해 옮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아동을 치료하는데 있어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있다. 부모의 우려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간혹 항생제에 대한 과도한 오해로 인해 띄엄띄엄 약을 복용시켜 치료기간을 오히려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유사한 세균성 감염질환으로 봉와직염이나 혈관염, 단독 등도 비슷하다. 이처럼 진균, 세균 등에 의한 감염성 질환은 집중적으로 항생제, 항진균제 등의 복용이 필요한 질환으로 반드시 끝까지 싸워서 물리쳐야 되는 질환이다. 만일 적당히 치고 빠지면 어느새 세력을 키워 우리 건강을 해치는 거대한 적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적당히 피해야 되는 질환은 알러지성 질환이다. 얼마 전 옻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건강해 지겠다며 옻닭을 먹고 내원한 적이 있다. 주의사항을 설명하고 수일간의 외래 방문 후 치료되었으나 이분은 쓸데없는 용기가 생겼다. “여러 번 시도해서 내 몸이 이 옻에 대한 알러지를 이겨내면 반드시 엄청난 옻의 효험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이분은 결국 점점 심해지는 알러지 반응으로 인해 대학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알러지 질환은 처음 그 원인 물질에 노출되어 생기는 감작 반응 후에는 면역체계가 그 알러지 원인 물질을 기억하게 되어 더 심한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화장품이나 금속 등에 대해 알러지가 있는 분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분들은 반드시 그 원인을 피해야 한다.

“내가 이것을 계속 사용해서 이겨내야지!”라는 용기는 만용에 불가하다. 만일 알러지가 유발되는 화장품을 계속 사용하게 된다면 얼굴은 색소침착과 여드름 등이 발생해 미용적으로 매우 심각해 질 것이다.

또 금속 알러지가 있는 경우 악세서리를 계속 착용할 경우도 마찬가지다. 진물과 딱지가 생기고 벌겋게 되어 심하면 이차감염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알러지 질환은 대부분이 피하는 게 상책이다. 병법서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구절이 있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알러지 원인 물질을 찾아내는데 도움이 되는 검사 방법이 있다. 혈액검사 혹은 진피내 검사, 첩포검사 등이 있으며 이러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추정해서 그 물질을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접촉에 의한 것인지, 음식 등 경구 섭취에 의한 것인지, 호흡기를 통해 발생하는 것인지 등을 판단해 보고, 언제 주로 발생하며, 내 몸 어느 부위에 발생하고, 어느 계절에, 어느 장소에서 주로 발생하는 지를 곰곰이 따져보면 하나하나 수수께끼 풀리듯이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는 절대 싸우지 말고 살짝 피해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특히 요즘 같은 꽃가루, 미세먼지 등이 극성인 계절엔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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