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영주가 ‘선비의 고장’이라는 말은 영주시민은 모두 선비라는 말이 아니라 시민이 선비가 되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영주시민의 선비정신 함양을 위해 지역의 여러 사회단체에서는 선비정신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선비의 고장’이라는 말에 명실상부하게 부합되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시민의 노력을 보여주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영주청년유도회(회장 강상호)가 주관하는 ‘미래전략 선비포럼’이 지난 3월 30일 새희망힐링스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우리고장 유림 및 시민과 학생이 다수가 참가하였다.

필자도 토론자로 참여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균관대학의 신정근 교수가 발제한 ‘4차 산업혁명과 유림의 역할’은 선비정신을 함양하는 구체적 방안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내용이었다는 생각이다. 선비정신과 관련된 이론적인 면보다 어떻게 선비정신을 함양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옛 선비들과는 완전히 다른 사회에 살고 있다. 시민 모두가 유교경전을 공부하거나 선비의 법도를 익혀 실천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선비정신을 함양하여 우리고장에 사셨던 옛 선비의 정신을 계승할 뿐이다.

신 교수는 선비정신을 기르는 방안으로 존심양성(存心養性)과 수기안인(修己安人)을 들었다. 존심양성은 소박하게 말해서 착하게 살려는 마음을 먹고 착한 본성을 기르는 일이니 마음공부를 이름이다. 수기안인은 자기를 수련하여 남을 편하게 하는 일이다. 존심양성이 마음공부라면 수기안인은 선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선비정신을 배워서 알기는 하지만 아는 대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배워서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을 지식인이라 한다.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천하는 이를 지성인이라 한다. 지식인은 노력하면 누구나 될 수 있다. 그러나 아는 것을 실천하는 지성인이 되기는 쉽지 않다. 아는 것을 실천하는 지성인을 현대의 선비라 할 수 있겠다.

사람이 위급함에 처했을 때 성정이 드러난다. 길을 가다가 아이가 물에 빠진 것을 보면 자신을 돌보지 않고 구하는 사람은 착한 성정을 가진 사람이요 아는 것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곧 선비요 지성인이다. 이러한 선비정신을 갖추기 위해서 끊임없는 존심양성 수기안인의 수련 과정이 필요하다. 아는 것은 쉬우나 실천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기업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고 그 공을 인정받아 통치자가 된 분이 있었다. 지금은 푸른 옷을 입고 영어의 몸이 되었다. 그분의 가훈이 ‘정직’이라 한다. 앎이 적어서 그리 된 것이 아니라 앎을 실천하는 성정을 기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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