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호(전 영주교육장·소백산자락길 위원장)

순흥향교 석전제 광경

석전제란, 성균관을 비롯한 전국 향교(鄕校)의 대성전에서 공자(孔子)를 비롯한 선성(先聖)과 선현(先賢)들에게 일제히 제사지내는 의식이다. 모든 유교적 제사의식의 전범(典範)이며, 가장 규모가 큰 제사이다. 이 때문에 석전을 석전대제(釋奠大祭)라고 부르기도 하고, 국가무형문화재 제85호로 지정되어 있다.

석전제는 음력 2월과 8월의 첫째 정일[上丁日]에 행해지는데, 춘기석전은 공자의 기일(忌日)을, 추기석전은 공자의 탄일(誕日)을 근거로 하고 있다. 석전의 봉행은 초헌관이 분향하고 폐백을 올리는 전폐례(奠幣禮)로 시작되며, 초헌관이 첫 잔을 올리고 대축이 축문을 읽는 초헌례(初獻禮), 아헌관이 두 번째 잔을 올리는 아헌례(亞獻禮), 종헌관이 마지막 잔을 올리는 종헌례(終獻禮)의 3헌례로 이루어지고, 분헌관이 같이 배향된 종향위에 분향을 하고 잔을 올리는 분헌례(分獻禮)가 차례로 진행된다. 이어 초헌관의 음복례(飮福禮) 후, 폐백과 축문을 불사르고 땅에 묻는 망료례(望燎禮)를 끝으로 석전의 모든 의식이 완료된다. 이런 모든 절차는 종합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는 홀기(笏記)에 의거하여 진행되며,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의 규격을 그 원형으로 한다.

올해가 공기(孔紀) 2569년이므로, 매년 춘추로 석전제가 봉행되었다면 지금까지 도합 5000회 이상의 석전제가 중국,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지역에서 진행된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석전제는 원형이 가장 잘 갖추어진 제의로 유명하다. 향교는 이런 제향기능과 더불어 교육기능도 수행하고 있었는데, 교육기능으로만 친다면 국립지방교육기관에 속하여 그 연원을 국학(國學), 태학(太學)으로 삼을 수도 있으나 제향기능과 교육기능을 동시에 갖춘 오늘날의 향교 모습은 고려 중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조선조에는 전국 부·목·군·현(府牧郡縣)별 1향교(鄕校) 제도가 시행되어 크게 활성화되었다.

‘향교’라는 이름으로 창건된 최초의 향교는 강화 교동도에 있는 <교동향교>로 알려져 있다. 1127년(고려 인종 5)에 창건되었으며, 1286년(충렬왕 12) 순흥 출신 안향이 원나라에서 공자와 주자의 초상을 가져와 이곳에 보관하였다고 한다. 현재 영주에는 3향교가 남아 있는데, 이는 영주라는 행정구역 속에 3군현이 있었다는 뜻이 된다. 다시 말하면,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개편 때 순흥, 풍기, 영천 3군현이 통합되어 영주군이 되었다는 말이다.

전국의 향교는, 고려조에 50여 곳에 불과하던 것이 조선조에 들어와 세종 때까지 150여 곳이 더 창건되면서 러시를 이뤘다. 당시는 향교의 개수가 바로 행정구역 숫자가 되어 1918년 조사에는 전국 향교의 총수가 335개소로 파악되었다. 영주의 3향교는 고려말을 전후하여 창건된 것으로 전국 향교 중 비교적 일찍 창건된 향교에 속한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전국 향교는 총 234개소이다.

향교는 대성전(大成殿)을 중심으로 하는 동무(東무), 서무(西무), 전사청(典祀廳) 등의 제향공간과 명륜당(明倫堂)을 중심으로 하는 동재(東齋), 서재(西齋)의 강학공간으로 크게 구분된다. 제향공간의 중심인 대성전은 공자를 모시는 사당으로 이를 중심으로 동서무에 공자 외 사성(四聖)과 10철(十哲), 송조6현(宋朝六賢), 조선18현(朝鮮十八賢)을 나누어 모시다가 최근에는 대성전에 함께 배향하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강학공간의 중심인 명륜당은 ‘인간사회를 윤리로 밝힌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동서재는 학생들의 기숙사에 해당한다. 이런 건물의 배치는 성균관의 전묘후학(前廟後學)의 배치를 따르는 것이 기본이나, 지방 향교의 경우 반대로 전학후묘 배치가 많은데, 이는 경사지에 위치하다 보니 대성지성문선왕(大成至聖文宣王)으로 추대 받는 공자의 대성전을 낮은 쪽에 배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성전의 정문은 외삼문(外三門), 내삼문(內三門)으로 구성된다.

중앙의 신문은 항상 닫혀 있고, 석전제 때만 열린다. 또한 대문의 문짝이 이가 딱 맞지 않고 틈이 약간 벌어진 것은 평소 성현의 혼이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계단 중 서쪽의 계단은 빈계(賓階`)라 해서 신도를 타고 신문으로 오르는 성현들의 계단이고, 동쪽이 조계(조階)라 해서 제관들이 오르는 계단이다.

향교의 규모는 배향 선현의 수에 따라 대·중·소설위로 구분되는데, 경북에서는 경주, 상주, 안동만 대설위이고, 순흥, 영주, 풍기향교는 모두 39선현을 모시는 중설위였으나, 근래 성균관에서 전국의 모든 향교를 평준화시켜 25현만 모시도록 권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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