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함민복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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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봄꽃이 지천에 흐드러질 것이다.
목련처럼 큰 꽃이 좋고 조팝꽃처럼 작은 꽃은 더욱 좋다.

시집살이 시절 소똥 냄새 묻히며 남편과 거름을 내고 있었다.
경운기 가득 거름을 담아 재 넘어 밭 여기저기 뿌려놓고 돌아와
다시 거름더미에 섰을 때, 거름 대를 잡은 손이 흔들렸다.
거름 대를 팽개치고 한숨 쉬며 쪼그리고 앉았더니 꽃다지와 냉이꽃,
쌀처럼 작은 꽃들이 각각의 빛깔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어찌나 작고 앙증맞은지 나도 모르게 앙증맞게 웃고 있었다.
꽃보다 환해지고 선해진 기분으로 거름 대를 들고 거름을 푸는데
얄궂은 웃음이 자꾸 나왔다.

이십여 년이 흐른 지금도 꽃을 보면 얄궂은 웃음이 새나오니
꽃침의 효력이 대단한가 보다.

이덕화-주부독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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