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오피니언
나의 애송시[21]봄이성부(1942~2012)
  • 영주시민신문
  • 승인 2018.03.06 13:04
  • 호수 657
  • 댓글 0

김이삼(영주시낭송회 회장)

봄 

이성부(1942~2012)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

소외된 존재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민중시를 써 온 이성부의 <봄>이란 시란다.

친구야, 기다림마저도 잃어버린 구석진 곳까지 보듬어 봄볕을 함께 쪼이고 싶은

시인의 마음, 그런 마음으로 맞이할 봄은 우리에게도 눈이 부셔 맞이하기가 벅차겠지.

봄이 겨울의 끝자락에서 곧바로 올 것 같으면 삭풍의 긴 겨울을 이겨낸 우리의 기다림은 싱거울 거야. 뻘밭 구석이나 썩은 웅덩이 같은 데까지 다 기웃거리며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더디게 오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으리.

시린 겨울 마음까지 얼어붙어 지쳐 차라리 동면하고 있는 소외된 곳,

그 곳까지 깨워 함께 가자고 더디게 오는 것이리라.

마침내 우리에게도 오고 있을 봄은 고향 남쪽하늘을 지나 저 멀리 보이는

소백산 아래 과수원에 당도하겠지.

친구야, 그런 봄을 맞으러 우리도 지난겨울의 상념들 말끔히 털고 일어나

두 팔 벌려 맞이하자구나.

어서 오려무나.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봄아!

영주시민신문  okh7303@yjinews.com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영주시민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