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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순 교수의 지역에서 희망 찾기[177] 지방분권시대의 인재관(人才觀)장호순<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영주시민신문
  • 승인 2018.03.06 13:02
  • 호수 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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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3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지방선거의 계절이 도래했다.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들은 각자 자기가 지역사회를 이끌 최고 적격자라고 주장하고, 각 정당은 그런 사람들을 후보로 내세우겠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아닐 것이다. 정당의 입장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차기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이기 때문이다. 득표율이 낮은 정당은 지도부가 교체될 것이기에, 각 정당은 지역사회에 필요한 인물보다는 자기 정당의 지지도를 높일 사람들을 후보로 내보낼 것이다.

한편 지역언론을 제외한 전국단위 언론은 이러한 지방선거 구도를 그대로 유권자들에게 전달한다.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다양하고 복잡한 지방선거를 취재하고 보도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수도권의 시도지사 후보자 근황을 소개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 결과 선거일이 닥치면 유권자들은 정작 자신들이 뽑을 시군구 의원이나 시장군수의 자질이나 능력에 대해선 소속 정당 외에는 거의 무지한 상태에서 기표를 해야 한다. 결국 유권자의 정당 선호도가 당락의 최우선 요인이 되는 것이다.

유권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지방선거가 정당 인기투표가 되어야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대통령 지지도나 정당별 지지도는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총선과 대선은 그때에 가서 적절한 사람을 뽑으면 된다. 지방선거에서는 각 지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유능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따라서 정당 소속 보다는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 지방분권이 실현된다면, 각 지역마다 주어진 권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도자들이 더욱 필요하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의 경우,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할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출신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 부류는 지역에서 정당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지역사회 내에서 정당활동이나 당원의 숫자가 지극히 미미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당에게는 지역대표자를 배출할만한 권위도 없고 능력도 없다. 소위 지역토호로 불리는 사람들이 지역연고를 발판삼아 시군구 기초의원 자리를 차지하고, 같은 당 소속 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이 지역사회 정당활동의 전부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두 번째 부류는 지역출신 인물로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났다가 선거를 앞두고 잠깐 돌아오는 사람들이다. 출신지라는 사실 외에는 지역기반이 거의 전무해 대부분 소위 전략공천을 받는 사람들이다. 이력서는 화려하지만 지역사회의 물정도 모르고, 지역정서를 이해하고 대변하기는 어려운 사람들이다. 소속 정당 덕분에 당선이 되면 재임기간 동안 머물지만, 낙선하면 다시는 지역으로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이다.

후보자의 부류가 이렇다보니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가장 신선하고 값싼 사과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덜 썩고 덜 비싼 사과를 골라야하는 우울한 소비자나 다름없다. 그래서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투표율은 낮기 마련이다.

그렇게 선출되다보니 지방자치 단체장들이나 의회의원들이 지역 현안 해결이나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보다는 각종 비리에 연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년 넘게 지방선거를 실시해왔지만, 정작 지역사회를 이끌어갈 유능하고 청렴한 인물을 뽑기 힘든 이유는 중앙집권 군사독재 시절의 그릇된 인재관이 여전히 지역사회에 뿌리깊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중앙집권 시절의 지방사람들은 서울 명문대 입학자, 고시합격 인재를 배출하는 것을 최고로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알짜배기는 서울로 가고 지치러기는 고향에 남는다는 식이었다. 중앙에서 지방의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시대에는 중앙에 지역인재를 보내서 고향을 위해서 일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 생존전략이었다.

문제는 지방자치시대에도 중앙집권시대의 인재배출방식을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중앙부처의 장차관들이 자기 고향을 위해서 일한다고 한다면 오래 그 자리에서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도 시골마을 입구에는 서울 대학입학, 고시합격, 박사학위 수료 등을 축하하는 플랭카드가 걸린다. 그러나 그들이 고향에 돌아올 가능성도, 기여할 가능성도, 고향을 자랑스러워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자신들이 다니던 학교들이 폐허가 되고, 고향마을에 폐가가 늘어나지만, 그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지방자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지방소멸’이라는 위기에 빠진 이유는 유능한 인재를 중앙으로 보내는 구시대 인재관 탓이다. 시대착오적 인재관이 제거되지 않는 한 지역 간 불균형 해소나 지방분권국가 실현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이번 지방선거부터라도 지역의 유능한 인재가 지역에 남는 지방분권시대 인재관을 정착시키는 계기가 마련되길 소망한다.

영주시민신문  okh7303@y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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