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수학의 공식은 어떤 수를 대입하면 주어진 공식에 따라 연산되어 일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학문적 성과나 법칙도 일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사람 사는 일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향하여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면 누구나 목표에 도달해야 하겠지만 현실에서는 누구나 목표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이를 운명이라 생각한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용어로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의 말이다. 흔히 운명애(運命愛)라고 한다. 운명을 사랑하라니? 얼핏 들으면 사람마다 주어진 운명이 있으니 자신에게 주어진 고난이나 어려움에 굴복하거나 체념하라는 말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니체에 따르면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힘들더라도 도피하지 말고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니체가 말하는 ‘아모르 파티’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고난이나 어려움까지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즉,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어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고난을 극복하려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태도를 말한다.

‘아모르 파티’라는 말에는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의 태도, 세계에 대한 긍정을 통해 허무를 극복하는 적극적 삶에 태도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긍정이라는 말, 많이 들어본 말이다. 지난 시절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사람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있었다. 현실비판적인 사람들에 대해 사람들은 ‘삐딱하다’고 말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충고를 하곤 했다. 니체의 긍정과 여기에서의 긍정은 같지 않다. 여기에서의 긍정은 옳든 그르든 대세에 순응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니체의 긍정은 자기 앞에 놓인 운명에 대한 긍정이다.

평창올림픽에 북측을 초청하면서 남북대화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 북측에서 우리 대통령을 초청하는 친서를 보내왔다. 우리는 70년 동안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다. 우리의 아픈 운명이다. 종편은 하루 종일 남북대화와 화해 협력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올림픽이 끝나면 북은 또 핵실험을 할 것이다. 한미 군사훈련을 해야 한다. 북은 평화를 위장하고 있다. 남북 대화를 미국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 폐회식에 오는 북측의 아무개를 총살해야 한다.” 모두 부정적인 말들이다.

어쩌란 말인가? 대화도 통일도 하지 말자는 것인가? 만약 니체가 분단시대를 사는 우리민족의 일원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분단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전쟁이 아닌 화해협력을 통해 분단의 비극을 해소하려는 긍정적 모색을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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