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서각(시인·문학박사)

어린 시절 한 교실에서 공부하던 친구 어른의 부음을 듣게 되었다. 그의 상가에 문상을 갔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상가에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친구들 경조사에 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생각하니 나의 경조사에도 오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의 상가에 갔다는 말을 들은 다른 친구들의 반응은 ‘니는 마음씨도 좋다’는 비아냥 섞인 말이었다.  

살아가면서 만난 수많은 지인들 가운데 3년을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지낸 친구는 그리 흔하지 않다. 그런 친구가 상을 당한 소식을 듣고 문상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는데 우리사회의 인심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풍조 가운데 하나가 주고받기(give and take) 혹은 상호주의인 것 같다. 이는 서양에서 들어온 주고받기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니 한 주먹 내 한 주먹’이다. 참으로 각박한 일이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두레에서 보는 바와 같이 ‘더불어 함께’였다. 상호주의의 기원은 서양문화의 유입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한다. 예수님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누가복음 6:27-31)’고 하셨다. 참으로 좋은 말씀이다. 이는 남을 먼저 배려하라는 말씀이다. 그런데 우리사회가 이를 ‘받은 만큼 대접하라’는 뜻으로 왜곡시킨 것이다. 그 근거는 이 말씀이 누가복음에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과 같이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 말씀은 상호주의가 아니었던 것이다. 원수까지를 사랑하라는 불가사의한 사랑의 깊이 어디에 각박함이 존재하는가.

2월 9일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된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긴장관계를 타개하기 위하여 평화올림픽으로 선언하고 북측을 초청했다. 북이 이에 응하자 우리 언론의 보도가 무성해졌다. 단일팀 구성은 우리 선수들의 기회를 빼앗는 일이다. 한반도기 사용은 불가하다. 평창이 북의 선전장이 될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평양올림픽이 될 것이다.

전에도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고 한반도기도 사용했지만 이러지 않았는데 유독 문재인 정부에서 하니 이러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급기야 북은 우리 언론보도를 문제 삼아 금강산 합동공연을 취소했다. 이후 언론은 다시 북의 저의를 추측하는 보도를 내놓았다.

아시는 바와 같이 북은 전체주의국가다. 당이 결정하면 무조건 따르는 것이 북의 체제다. 누구도 자유로이 의견을 발표할 수 없다. 그러한 북이 우리의 언론보도를 이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잔치에 손님을 초대해 놓고 오늘 초대하는 손님은 매우 나쁜 사람이고 무슨 저의를 가진 사람이라고 떠들면 초대받은 손님은 어떻게 생각할까. 언론의 자유 이전에 그들을 동포로 여긴다면 초대한 대상에 대해 갖추어야 할 예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최소한 사람에 대한 예의 말이다. 이 또한 너무 마음씨가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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