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외 각종 잡무 도맡아, 심사없이 해고

강사명칭 이유로 ‘무기계약 전환 안된다’밝혀
학교는 ‘도교육청 지시’, 도교육청은 ‘그런적 없다’

“그동안 열심히 일해 온 것이 있는데 너무 억울합니다. 교육을 받는 당사자인 학생들의 교육환경은 생각하지도 않은 처사입니다. 비정규직이라고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무기계약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지난 1일 만난 영주영어체험센터 내국인 강사들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억울함을 토로했다.

영주관내 4개 영어체험센터 내국인 강사 10명 전원이 지난달 22일, 2018년 2월 말일자로 해고통지를 받았다. 해고통지서에는 “상기자는 계약기간 만료에 의거 해고되었음을 통보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일반적으로 기간을 정해 한시적 계약인 경우에는 이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들은 다르다. 이들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돼 해고통지를 받은 것이다. 그동안의 업무에 대한 심사도 없었다.

이들은 약 2년부터 길게는 10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해 왔다.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했지만 지금까지 퇴직금을 계속 적립해 왔다. 강사로 수업뿐만이 아니라 프로그램 모집기획부터 운영관리, 원어민보조교사 관리지원, 학부모상담, 센터홍보 등 여러 가지 업무도 도맡아 왔다.

약 5년 전부터 공공기관의 무기계약직 전환이 이뤄져 건의했으나 강사신분에 해당 안 된다는 답변만 되풀이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경북도교육청은 하루 8시간 일하는 내국인 강사보다 근무시간이 더 짧은 돌봄강사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이후 직명은 ‘돌봄전담사’로 바꿨다.

매년 이들 계약서에는 영어체험센터 운영이 한시적인 사업이라 무기계약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함께 센터에서 근무한 사무원은 무기계약으로 전환됐다.

이에 대해 강사들은 “한시적 사업이라고 말하지만 경북도교육청에는 현 교육감의 공약내용에 ‘사교육비 부담, 더 줄이겠다’라는 제목으로 사업목표와 우선순위에 중장기사업이라고 명시돼 있다”며 “이행절차에는 거점형 영어교육지원센터 설치운영이 들어가 있고 기간도 2014년부터 지속추진이라고 명시돼 결코 한시적 사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같은 사업이 내국인 강사에게는 한시적이고 사무원에게는 상시사업이 적용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10년 가까이 이뤄지는 한시적인 사업도 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시는 글로벌 인재양성 특구지정의 일환으로 2020년까지 예산지원이 확정된 상황이다. 갑작스레 일자리를 잃은 내국인 강사들은 무기계약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2020년까지 근무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강사 A씨는 “현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면서 내국인 강사는 시청도, 시교육청도 책임을 못 진다고 한다”며 “나름대로 영어교육의 사교육비 절감에 공헌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해 왔는데 해고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강사 B씨도 “원어민은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아 생활거주부터 학생, 학부모들과의 소통까지 수업과 행정업무 외의 일까지 중간역할을 해 왔다”며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가장 염려되는 것은 저소득층 학생들과 학생별 맞춤형 지도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행정업무에도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현재 영주초등학교 홈페이지에는 1월 31일자로 영주영어체험센터에 3명의 원어민교사 채용공고를 올렸다. 영주초 뒤 영주영어체험센터(관내 초등전체), 영일초(서부초등), 풍기(풍기북부, 봉현, 안정초등), 부석(순흥초, 옥대초) 4곳을 담당할 인력을 모집하는 것이다.

강사 C씨는 “해고통보를 듣고 아이가 ‘엄마에게 교육받으며 좋아했던 아이들은 어떻게 해’라고 하는데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며 “학교 측에서는 도에서 지시를 받았다고 하고 도교육청에서는 해고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만 답했다. 이번 해고가 과연 정당한 해고인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고 울먹였다.

한 내국인 강사는 “내국인 강사임에도 직원 채용도 하라고 지시가 내려와 한바 있고 다른 행정업무로 과로에 시달렸다”며 “영어 외에 업무자료를 수집해 놨다. 끝까지 이 억울함을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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