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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점빵❸안정면 신전3리 가는 길‘원미용실’삶의 지혜 얻고 시름 나누며 환한 웃음 지어 나오는 공간
  • 김은아 기자
  • 승인 2018.02.05 17:09
  • 호수 654
  • 댓글 0
 

시골만의 진솔하고 정감 있는
이야기가 있는 미용실

안정면 소재지에서 신전리 방향으로 안정우체국을 지나 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길가로 ‘원미용실(대표 석경자) 표지판과 생현2리(큰골, 소리골, 생고개) 가는 화살표시가 나온다.

그곳에서 200여m 정도 들어가다 보면 길가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에 별도의 간판 없이 창문에만 ‘원미용실’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지난 25일 이곳을 찾아갔다. 현재 영업 중이라는 표시로 건물 옆 벽면에 미용실 회전간판이 돌아가고 있다.

▲고민 나누고 생기 얻고

누군가 하고 가게 문을 열며 인사하는 석경자(56) 대표. 몇 번의 인터뷰 거절 후 조심스레 시골마을에서 시어머니,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미용실을 운영하는 이야기를 풀었다.

“요즘이면 설을 앞두고 손님이 많을 때인데 한파 때문인지 발걸음이 조금 뜸하네요. 오전에 손님 세 분이 파마를 하고 가셨어요. 손님이 있을 때는 작은 공간에 꽉 들어차기도 하고 없을 때는 지금처럼 한가해요”

20대 대도시에서 재봉을 했던 그녀는 제자리에 오래 앉아 하는 일이 힘들어 직업을 바꾸려던 중 눈에 띈 것이 미용기술이었다. 미용실에서 배우다 미용학원에 들어가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어렵고 힘이 들었단다.

“결혼하고 고향 영주에 자리 잡아 시어머니를 모시고 남매를 키우면서 ‘미용’은 잊고 지냈어요. 그러나 다수의 전업주부들이 그렇듯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남편에게 의존해요. 아이들이 크면서는 돈쓸 곳도 더 많아지잖아요. 그때 ‘미용’은 제가 경제적인 독립을 할 수 있게 했죠”

2005년 집 앞인 지금의 자리에 미용실 문을 열었다. 그동안의 시간을 말해주듯 미용실 의자가 놓인 뒤쪽 바닥은 하얀 초생달 모양의 흔적이 드리워져 있다. 이 흔적은 몇 번이고 다시 페인트를 칠해도 그녀가 서서 사람들의 머리카락 손질을 해온 시간을 따라 지워져갔다.

그 표시가 자신이 살아온 흔적인 것 같다는 그녀는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가게를 찾아온 손님의 모습을 보며 마무리 한다”며 “항상 거울을 자주 보게 돼 손님에게 비춰질 자신의 표정이나 모습을 정돈하게 된다”고 말했다.

시골미용실은 농촌에서 일하다 저녁 늦게 찾아와도, 바쁘다며 이른 아침에 부탁해도 문을 열어 손님을 맞는다. 그러나 몇 년 전까지 만해도 시내 가는 버스차비가 달라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어르신들이 먼 마을에서 이곳으로 왔지만 지금이 차비가 똑같아 시내로도 가신단다.

“아무래도 단골손님이 많아요. 많은 날은 손님이 앉는 자리도 모자랄 때 있어요. 동네 분들도 오시고 바쁠 때는 영주, 풍기손님도 와요. 요즘은 추워서인지 조용하네요”

시골미용실의 좋은 점은 파마 가격이 시내보다 저렴하다는 것. 그래도 약품은 가격 대비로 가장 좋은 것을 사용하고 맞춤형 미용으로 해주기 때문에 손님들이 웃음 지으며 나간다.

“기본으로 커트와 파마를 많이 하시죠. 농촌어르신들은 시골스타일이 있어 원하는 것을 요청하세요. 오래가게 꼬불꼬불하는 것으로요. 중화제 할 시간이 돼서 말하면 조금만 더 있겠다고 하시는데 원하시는 대로 맞춰드려요. 누가 보든 머리하고 가는 자신이 행복하면 되는 것이잖아요”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직업의 하나인 ‘미용사’. 그녀는 어르신들과의 많은 만남이 인생을 살아가며 좋은 교훈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보고 배우고 느낀 것들을 자녀에게 객관적인 이야기로 전할 수도 있다고.

“직장을 다니는 딸이 힘들다고 이야기 하면 저도 손님들이 오면 정말 내 가족처럼 그 순간만큼은 잘하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될 때가 있다고 말하죠. 그래도 진심으로 상대방을 대하면 알아준다고 조언해요. 그리고 불평하기 전에 상사나 상대방 입장을 생각하고 한 번 최선을 다해보라고 했죠. 그랬더니 주변도 변하고 효과도 있었나 봐요”

그녀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좋은 이야기도, 말 못 했던 가정사의 시름도, 생활의 스트레스도. 조용할 때 혼자 오신 어르신들은 어디에서도 못하는 속에 담고 있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러면 자신도 힘들었던 이야기를 전하며 손님들과 함께 울고 위로받으며 힘을 얻는단다.

“이곳에 오는 어른들이 나에게는 선생님이에요. 대부분 어른들을 무시하잖아요. 어른들이 몰라서 무시당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많이 아시는데 내색을 하시지 않는 것뿐이에요. 진짜 삶의 선생님이죠”

그녀는 내 모습을 자식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살면서 힘들 때가 있지만 남에게 나쁜 말을 듣지 않고 살자며 마음을 다잡는단다.“표현이 많지 않은 어르신들이 나가실 때 ‘고마와’하거나 손길 좋다고 칭찬해주시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자식이 많아도 곁에 없고 몸이 많이 불편해 거동이 힘든 분들이 미안해하며 연락하면 가끔 미용실로 모시고 와서 머리를 해드려요. 자식들이 못하는 것을 내가 도와드릴 수 있어 보람되죠”

어른들에게 배운 지혜는 살아가며 순간순간 하나씩 툭툭 꺼내어진다는 그녀는 “복작거리고 세련된 마음이 아닌 시골만의 진솔하고 정감 있는 살아가는 이야기로 위로를 받는 것이 좋다”며 “미운정, 고운정으로 이젠 진짜 가족이 된 시어머니를 보살펴드리면서 지금처럼 지내고 싶다”고 바란다.

김은아 기자  haed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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