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

귀가 서럽다

이대흠

강물은 이미 지나온 곳으로 가지 않나니
또 한 해가 갈 것 같은 시월쯤이면
문득 나는 눈시울이 붉어지네
사랑했던가 아팠던가
목숨을 걸고 고백했던 시절도 지나고
지금은 다만
세상으로 내가 아픈 시절
저녁은 빨리 오고
슬픔을 아는 자는 황혼을 보네
울혈 든 데 많은 하늘에서
가는 실 같은 바람이 불어오느니
국화꽃 그림자가 창에 어리고
향기는 번져 노을이 스네
꽃 같은 잎 같은 뿌리 같은
인연들을 생각하거니
귀가 서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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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화
영주시낭송회 회원

꽃 같은 잎 같은 뿌리 같은 인연들을 생각하거니’
이 싯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황혼으로 물들어가는 나이에 국화꽃 뿌리 같은 내 친구,
“친구를 생각하면 국화꽃처럼 늘 향기가 그윽하다며...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를 생각하며
텃밭가득 채소를 심지 않고 국화꽃을 심었다고....
국화꽃이 만발하면 아무리 바빠도 한번 놀러오라”고 연락이 왔었다.

우리는 그 국화꽃 만발한 곳에서 사진도 찍고 소중한 추억도 만들었다.
지금도 그 추억을 떠올리면 국화꽃 향기가 난다.

자주 만나지는 못할지라도
가슴을 향기롭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귀가 서럽도록 그리운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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