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수필가. 시조시인, 본지논설위원)

영주시의회 제221회 본회의에서 있은 시정 질문에서 향토음식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촉구하는 여성시의원의 질의가 있었다고 한다.

영주라면 딱 떠오르는 ‘대표음식’과 우리지방의 ‘향토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으며 향토음식점으로 지정된 곳도 일반식당과 차별화가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향토음식의 보급화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며 실제로 현장에서 보급할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러잖아도 영주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없다는 생각을 해오던 터라 질문에 공감하면서 향토음식을 점검하고 활성화를 촉구하는 여성의원의 질문에 수긍한다.

영주하면 딱 떠오르는 음식이 없는 이유가 있다. 학력평준화, 문화의 평준화라는 말이 있듯이 음식도 평준화 되어있는 탓이다. 교통이 발달하고 정보가 넘치면서 색다른 먹거리는 눈 깜짝 할 사이에 산맥을 넘나들어 생산지에 구애받지 않고 전국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게다가 현대적 미각(味覺)을 살리는 퓨전(fusion) 음식이 개발되면서 음식의 지방색과 족보가 없어진지 오래다. 그러니 향토음식의 빈곤이 영주만의 실정은 아닐 것이다.

어느 때보다 이즈음은 먹거리에 관심이 많다. 배불리 먹는 시대를 지나서 먹기 좋은 음식을 찾고, 맛있는 것을 찾으며 나아가서 몸에 좋은 음식, 보기 좋은 음식을 찾는 단계를 밟고 있는데 이제는 향수가 깃든 음식을 찾기도 한다.

독특한 지방의 향수를 찾는 건 곧 그 지방의 향토음식을 찾는 것과 상통할 것이다. 지방마다 선보이고 있는 향토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여행이 유행하고 있는지라 이것이 지방의 관광수입과 연결되기도 하는데 아마 여성의원의 질문도 이러한 효과를 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향토음식이란 그 지방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그 지방의 기후나 자연의 특성을 이용하여 조리하거나 갈무리한 음식을 말한다. 예를 들면 홍어가 잡히는 흑산도주변에서 홍어를 찌고 삭히는 요리가 탄생되고 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돼지갈비와 콩을 갈아 끓이는 콩비지 요리가 이북지방의 대표적 향토 음식이 될 것이다.

영주시에서는 태평초, 묵밥, 삼계탕, 한우, 매운탕 등을 향토음식으로 지정했고 사찰음식과 ‘치계탕’을 개발, 보급한다고 한다. ‘치계탕’이란 꿩고기와 닭고기를 고아 낸 음식으로 유생들이 몸을 보(補)하기 위해 먹었던 영양음식이라고 하는데 선비들이 많았던 순흥 지역에서 조리된 음식이라 보여진다.

대표음식과 향토음식의 구분은 어떻게 되는 것이며 보급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두 낱말의 의미는 분명 다르지만 음식품목으로는 대동소이한 한 것이 사실이다. 향토음식의 개발이나 발굴의 목적이 지방 알리기를 위한 학술자료 확보에 있다면 사찰음식을 개발하고 생소한 치계탕을 개발 보급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관광객 유치목적이나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그 목적이 있다면 개발 보다는 우리에게 익숙했던 음식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식을 통한 경제적 활성화는 대중성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영주의 향토음식은 없는 것이 아니라 그 품목이 너무도 명료하다고 볼 수 있다.

영주는 인삼과 부석태의 주생산지이고 묵밥의 고장이다. 예부터 항간의 말로 도지사도 영주에 오면 묵밥을 찾는다는 말이 있었고, 영주 물은 인삼 썩은 물이라 물만 마셔도 산다는 말이 있는 곳이다.

비빔밥이나 한우는 다른 지방 음식과 차별화하기가 애매하지만, 풍기인삼을 넣은 삼계탕, 부석태를 넣은 콩 음식, 오래된 태평초의 음식문화는 소백산 아래서만 가능한 영주의 음식이다. 약간의 보완을 통해 영주하면 딱 떠오르는 음식으로 충분한 메리트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웃 안동에는 찜닭 한 종목으로 거대한 시장을 형성했고, 춘천에는 닭갈비 한 종목만 취급하는 거대한 시장이 있다.

이로 미루어보면 영주에서 삼계탕 거리가 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고,ㄴ 부석태로 만든 콩 음식 거리, 수 백 년을 먹어 온 태평초, 메밀묵 거리가 없는 것이 이상하다. 너무 흔하고 너무 손 쉬워 소홀했던 것들이 바로 우리가 맥을 이어야 할 향토음식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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