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풍기농협 백신공판장에 가보니

이상기온에 저품질 사과 생산
가격은 떨어지고 농사는 힘들고

“사과농사를 접어야 할지 고민이여”, “접으면 그 비탈밭에 콩이나 참깨를 심을 거여”, “그래도 사과뿐이란께”, “상품보다 뒷사과(비상품)가 더 많이 나오니까 하는 말이제”

지난 19일 오전 9시 30분 풍기농협(조합장 서동석) 백신공판장에서 사과를 싣고 나온 농민들이 난롯가에서 나누던 말이다.

사과 120상자를 싣고 나와 3단 5만4천원, 4단 4만6천원을 받아 정산을 기다리던 심보식(63.봉현면 유전리)씨는 “올해는 많은 비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색깔(착색)이 잘 나오지 않아 절반이상이 뒷사과로 선별되면서 3만원(20kg)도 받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풍기읍 창락리에서 왔다는 김모(72)씨는 “장삿꾼들이 뒷사과에서 좋은 놈을 골라 정품으로 팔고 있어 농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 그는 “요즘 사과 출하 농가들은 가을에 비해 7~8천원을 더 받고 있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한 농민은 “저장고에 들어갔다 나왔기 때문에 더 받아도 더 받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래도 상자당 2~3kg을 더 담아야 되는 시중 청과 상회 보다는 농협이 양심적”이라고 했다.

이날 1천800상자(20kg)의 사과가 출하돼 평균 3만3천원이 나왔다는 김종오 지점장은 “이상기온현상이 계속되면서 풍기사과도 최근 품질이 계속 떨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는 유독 절반가량의 사과가 상품성이 없는 뒷사과로 빠지고 있어 걱정이다. 심한농가는 70%이상이 뒷사과로 분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박용길 부장은 “색깔에 신경을 안 써도 저절로 색이 나오던 과거농사는 물량전쟁이었지만 지금은 품질전쟁”이라며 “색깔 잘 나온 사과는 지금도 상자당 10만원 선에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판시설 현대화사업 이후 조합원들이 많이 몰리고 있지만 한시적으로 쏟아지는 물량처리에 한계가 있어 안타깝다는 김 지점장은 “지금까지는 45억원 가량에 그치고 있는 매취사업을 더욱 확대해 저장시설이 취약한 소규모 농가들의 애로사항을 우선 덜어줄 계획”이라며 “철저한 시장조사와 농가와의 협의로 가격을 결정, 농가에 불이익이 가지 않는 선에서 사들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설날 대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다음 주부터 대농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저장사과가 출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색깔이 잘 나온 좋은 사과를 중심으로 가격 또한 오르고 있어 대목특수를 기대한다. 지금도 중소과는 없어서 못파는 실정”이라고 했다.

풍기농협 백신공판장은 2015년 시설현대화사업 추진으로 2천여 평의 부지 위에 현대식공판장과 500평의 저온저장시설을 갖춘데 이어 14명의 경매사를 둔 경매시설까지 갖추면서 연 130억원의 사과를 서울양재동 농협물류센터와 가락시장 등에 팔아오면서 1천900여 조합원들의 구심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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